겨울 초입부터 연일 날씨는 영하권을 벗어나지 않고 맹추위를 떨치고 있더니 따뜻한 아침 햇살이 찾아드는 발코니에는 추위와는 아랑곳하지 않고
수반 위에 작은 동산처럼 만들어 겉에 입혀 놓은 물이끼가 어느덧 연초록 색 벨벳 처럼 새로 돋아나 땅속으로부터 봄기운이 돋아 남을 알린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예쁜 꽃들은 계절 감각을 잊은듯 계속 피워 내고 있다. 우선 제라늄, 이 꽃은 여름보다는 요새 흰색 빨간색 오랜지 색 그리고 분홍색으로 피어서 겨울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 꽃을 생각하면 언제인가 몇 년 전 스위스 여행을 갔을 때 집집마다 길쪽 창가에 원색으로 핀 꽃들로 장식을 한걸 보았었는데 바로 이 꽃이라고 한다.
난초 화분도 여러개 있다. 그중에도 서양란이 많은데 사올 때 꽃이 피고는 어인 일인지 다시는 피지를 않는다. 난초 치고는 넓적하고 치렁치렁 늘어진 잎 사귀가 거추장스럽고 지저분하게 보여서 당장 버리고 싶지만 공기 정화에 큰 몫을 한다고 하여 그냥 저냥 두었더니 그중 한 화분에서 힘찬 꽃대가 올라와서 기쁜 나머지 당장 잘 보이는 발코니 한가운데로 영전을 시켜 놓았다.
금붕어들...
처음 사올 때 열대어를 살까 금붕어를 살까 생각 끝에 겨울에도 추위를 잘 견뎌 낼 금붕어를 택해서 키우게 되었는데 이들도 생물인지라 날씨가 추워지니 되도록 움직이지 않고 체력을 아끼는듯 먹이도 잘 먹지 않고 가만히 있다.
햇볕이 따뜻한 낮에는 그런대로 움직이며 돌아 다니며 안보는 새에 먹이를 먹는것 같다.전에 날씨가 추운 겨울에 낚시를 가면은 고기들이 아무리 맛있는 미끼를 드려대도 찌가 꿈쩍하지 않아 고기가 낚이지 않던 이유를 이제야 알법하다.
한 여름에 보라색 꽃을 보기도 하고 집을 비웠을때 붕어들이 그 뿌리를 먹이 대신 뜯어 먹게 하여 연명이라도 시키려고 사와서 모양좋게 매끈한 화강암 돌 절구통에 심어 놓은 부레 옥잠화는 끝내 꽃을 한번도 피워보지 못한 채 겨울을 맞이하여 그만 시들어서 겨우 조그만 원 뿌리만이 버티고 있다.
늦가을에 버려진 것을 거두어다가 심었던 서양 봉숭아가 은혜라도 갚듯이 제법 예쁘게 빨간 색 분홍색으로 각각 피어나서 마음을 즐겁게 해주더니 모진 추위에 잎사귀가 지즈러지면서 그만 제명을 다한듯 줄기에 빨간 꽃송이만 매단 채 엉성하게 겨우 살아 있다.
늦가을에 우리 아파트 관리인들이 틈틈이 아파트 앞뜰에 정성 들여 키워서 나누어 준 앵초가 모진 추위 속에서 용케 견디어 낸 연한 싹을 키워서 이제 한 두송이 연분홍색 꽃을 피워 내고 있다.
시골 태생인 이들은 꽃을 아주 좋아해서 해마다 봄이면 채송화 씨처럼 자디잔 이 앵초씨를 받아 씨를 보전시켜서 겨울이 오기 직전 원하는 주민들에게 노나 주기를 몇년 째 하고 있어서 고마운 마음을 금할수가 없다.
속속 피어나는 이 꽃들을 보면서 머지않아 지루한 겨울은 가고 따뜻한 봄날이 가까워 지고 있겠지 하는 따사로운 느낌을 이제는 금할 수가 없다.
비록 내일 다시 춥더라도 오늘은 봄이고 싶다.
06년 1월 17 일
(서양 봉숭아 꽃)
IP Address : 211.58.22.206
김 혁 (2006-01-17 08:24:34)
생활속에 잔잔하게 흐르는 느낌을 글로 표현하려면 준비와 습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우리 홈에 글을 쓰시고 주인의식과 사명감을 갖이고 계시는 동기에게 감사드립니다.
이용분 (2006-01-17 22:11:04)
김혁 동기님!!
추위가 극심하니 갇혀 지내듯 보내는 일상에서 그래도 발코니의 꽃들이 많은 위안이 되곤합니다.
관엽수의 누렁이진 잎들을 속아서 잘라 내기도 하고 꽃이 시둘고 난뒤 지저분해진 꽃 줄기를 정리하는 이런 단순한 일들이 마음에 안정을 주는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