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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구 주민참여예산제도 1년의 평가
연수구주민참여예산구민위원회기획행정분과위원장
참여예산센터 소장 박준복
지난해 성남시의 모라토리엄(채무지불유예) 선언이 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 문제가 부각되자 정부는 “지방재정 건전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지방채 발행과 신규 사업의 제한, 그리고 주민참여예산제 전면시행을 위한 조례제정을 권고했고, 연수구도 지난해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조례를 제정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예산편성을 포함하여 운영도 ‘주민의 참여와 합의’를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기구로 활용하는 것이며, 진정한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제도이고, 이미 전국의 100개가 넘는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표준조례안을 그대로 적용하여 형식적인 껍데기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거나 준비하는 자치단체가 대부분이어서 실망스럽다. 연수구의 제도 운영 평가에 앞서 우선 자치단체들의 운영성과와 한계[지방정부 주민참여예산제도의 확산과 영향요인/ 한국행정학보 2010 가을호]를 짚어보고자 한다.
1. 타 자치단체 주민참여예산 제도운영 성과와 한계
학보의 지난해 87개 시행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성과로는 ① 재정민주주의 확대 ② 예산운영의 투명성 ③ 민주 권리의식 신장 ④ 지방정부의 민주적이고 협의적 의사결정 문화 형성 ⑤ 지역현안 해결 등을 들었다.
한계로는 ① 참여자의 예산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부족 ② 집단이기주의 혹은 소수 개인 및 단체의 참여 독점 ③ 절차의 합리성 결여 ④ 의회 기능과의 충돌 ⑤ 중앙정부 표준조례안에 따른 제도의 형식화 운영 등이 지적되고 있다.
가. 조례에 담겨져야 할 내용들
조례에는 지역위원회, 구민위원회, 민관협의회, 연구회 등 (명칭이 다를 수 있음)을 두고 있다. 조례의 문제점 및 발전 방안으로
첫째,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지역위원회(읍,면,동 단위) 개방이다. 지역위원회를 두지 않은 자치단체가 다수이고, 두고 있다 해도 10인 이내로 형식적이다. 광주 동구나 인천 남동구처럼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는 것이 지방자치, 주민참여의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다. 참여방법도 추천이나 모집이 보편적이지만, 통,반 아파트 단위, 동호회, 소상(공)인회, 청년회, 동아리 모임이나,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추첨제 등을 통해 선발하는 방법이 있다.
둘째, 시(구)민위원회(시,군,구 단위)의 위상이다. 위원회에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중기지방재정계획과 투,융자심의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 중기계획수립과 당해 연도 예산편성에 마찰을 피할 수 있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민관협의회의 권한과 위상이다. 시(구)민위원회에서 논의되어 제출된 예산요구서와 집행부가 작성하여 제출한 예산을 놓고 조정하는 곳이 민관협의회다. 따라서 위원은 민관 동수로 구성되어 균형을 이뤄야 한다. 그리고 예산편성의 실질적 권한을 주민들에게 준다는 의미에서도 위원회 대표는 단체장과 시민위원회위원장이 공동의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네 번째, 위원회 간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각 위원회 간사를 예산담당(팀장)으로 대부분 규정하고 있다. 본예산 편성, 2~3회 추경을 해야 하는 팀장으로서는 제도의 실무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별도의 전담팀을 두어야 한다, 그리고 민간인 실행 간사 제도를 두어 관은 행ㆍ재정적 지원, 민이 제도를 직접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섯째, 연구회는 제도가 정착될 때까지 일정기간 자율적으로 회의를 개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면, 지방의원이 참여하는 문제는 정당의 이해관계 등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일 수 있어 반대 한다. 전문가도 필요하지만 지역의 실정과 제도에 열의가 있는 지역의 시민단체의 참여를 적극 권장해 모범사례를 발굴하고 위원회를 지원하는 실질적 싱크탱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여섯째, 민간협력기구는 제도의 핵심이다. 대부분 조례에 없으나 부평구가 조례로 규정했다. 단체장이 누가되느냐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그런 제도가 아니라 주민이 주체가 되어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는 핵심역할이 민관협력기구이다. 관에서 위원회 조직과 교육, 예산서 작성, 심의, 평가의 전 과정을 일일이 주관하고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민간협력기구를 통하여 구는 행ㆍ재정적 지원을, 민은 실행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상설 예산학교 운영이다. 예산은 사업의 우선순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담아내는(실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공공성, 공익성 위주의 사업으로 발의되고 논의, 결정되기 위해서는 민주시민의식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단순 예산서를 읽고, 숫자를 담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원의 역할이 지역사회를 성숙(변화)시킬 수 있고 확신을 심어주는 교육(학교)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참여예산제의 성공은 철저한 민관파트너쉽이다. 시민단체가 가칭 “00시 주민참여예산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민관협의체 운영을 통하여 모범적인 제도로 발전 정착될 수 있어야한다.
나. 주민참여예산제 “지역회의”
주민참여예산제의 가장 핵심인 “지역회의”(지역위원회 또는 동위원회)의 필요와 중요성이다.
다양한 지역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천의 모 자치단체는 관내거주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자치단체는 조례안에 지역회의(동 또는 면단위)가 없고 시, 구 단위 위원회만 두고 있기도 하다. 있다 해도 10명 내외로 구성하고 있다. 이는 껍데기, 형식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반드시 지역회의를 두어야 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지역회의는 위원수를 정하지 않는 것이 좋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다. 총회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인원수를 한정한다면 30∼50명은 되어야 한다. 외국의 사례에서 보듯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담아내는 것이 지방자치, 주민참여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참여의 방법이나 대상도 자생단체 추천이나 모집을 통해 하고 있다. 추천보다는 모집이 더 민주적이다. 더하여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동호회, 소상(공)인회, 여성, 노인, 청년회, 청소년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 반드시 전문가를 참여시켜 공공성에 부합하는 의견을 집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지역회의는 공공의 요구를 민주적으로 담아내야 한다.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몇몇 목소리 큰 명망가나 단체가 참여하는 지역회의라고 한다면 의미가 없다.
다. 참여예산학교 운영
합리적인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의 우선순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담아내는(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예산은 숫자로 표기되어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용어도 어렵다. 예산 전반에 관한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 내용(사업계획)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치단체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예산 설명으로 끝내기도 한다. 이렇게 하니 반상회식 예산요구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영향력 있는 몇몇 단체를 중심으로 예산을 요구하게 되고 공익성을 해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참여예산은 몇 명이 모여, 특정 이해집단 중심으로 사업이 결정 될 수 있는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성, 공익성 위주의 사업으로 발의되고 논의 결정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민주시민의식을 함양시킬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을 담은 예산학교의 운영이 필요하다.
단순 예산서를 읽고, 사업내용을 담는 수준에서 벗어나 참여예산제도의 필요성 뿐 만 아니라, 참여하는 주민 한 사람 한 사람 위원의 역할이 지역사회를 성숙(변화)시킬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는 선진시민의식 교육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것이 예산학교다. 그러나 일부자치단체는 조례에 근거를 두지 않았거나 “운영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두었다. 이는 조례에 근거하고 반드시 “한다”로 강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각 위원회 위원의 자격에는 예산학교를 이수 할 수 있도록 권장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시민단체들도 위원으로 참여하는 소극적인 활동보다는 지역네트워크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예산학교를 운영하여 전문성을 갖추는 것도 제도 성공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자치단체가 참여예산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봐야 한다. 껍데기와 형식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그 기초가 지역회의라고 단정한다.
라. 찾아가는 참여예산 설명회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납세자인 지역주민이 직접 예산편성에 참여하는 것이다. 종전까지는 목소리 큰 집단, 정치가, 단체장에 의해 일방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온 것이 현실이다. 관주도의 예산편성은 제도의 절차가 무시되기 일쑤였다. 선심성 사업이 난무했고, 재정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제도’는 재정운영의 패러다임을 완전 바꾸는 정책이다. 따라서 공무원과 공직사회의 의식 변화는 절실했다. 예산편성 권한을 주민에게 돌려준다는 확실한 인식이다. 즉, 납세자인 주민이 예산편성을 결정(민,관 협의회에서 결정)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주민이 결정하고 의회가 승인한 예산을 집행한다는 인식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제도’는 주민들이 편성절차에 참여하고 예산(안)을 작성하는 과정도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에 형식만 남을 우려가 큰 것이다. 아무리 다양하고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도 예산의 편성까지는 녹녹치 않은 과정이 놓여있다.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내용도 어렵고 전문적이다, 예산학교에 참여해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공직사회(공무원)와 전문가의 협조는 절대적이다. 행정(예산)용어에서 부터, 재정정보, 참여방법 등 하나에서 열까지 자세하게 안내하고 협조해 줄 책임이 있다.
연수구의 전국최초 ‘찾아가는 참여예산 설명회’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파트자치회, 자생조직, 동호회 등 원하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 찾아갔다. 주간, 야간, 주말, 휴일 등 주민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지역에 찾아갔으며, 참여예산제도의 필요성, 참여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적잖은 주민들이 적극적 참여의사를 나타냈고, 위원회에 참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서포터스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설명회’는 기존 관 조직을 탈피한 새로운 방법이다. 삶의 문제, 교육문제, 환경문제, 육아ㆍ보육문제, 문화생활 등 다양하게 고민해온 주민들이 관심을 갖게 했다. 그리고 참여의 폭도 넓어졌다. 향 후 재정운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설명회’는 20~30분 내외로 진행되었다. 아쉬움이 남는다면 더 많은 분들이 예산학교에 참여해 좀 더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실습에 참여했으면 하는 좋았을 것이다. 많은 자치단체들이 ‘찾아가는 설명회’ 과정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읍면동위원회(지역회의)를 두지 않으려고 한다. 100명 이내의 시,군,구 위원회만 운영하려 조례를 제정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주민과 함께하지 않는 참여예산은 실패하거나 형식만 남게 될 것이 분명하다. 전국의 많은 자치단체 기존사례가 입증하고 있다. ‘설명회’에 참여한 많은 분들 중 시간이 허락 된다면 위원으로 꼭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을 나타내고 있다. 보다 다양한 계층과 많은 주민들에게 ‘주민참여예산제’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것이 출발이다.
2. 연수구주민참여예산 운영은 모범
“주민참여예산제의 성공은 민ㆍ관 거버넌스에 있다” 이 제도를 연구하고, 참여하는 자치단체나 시민단체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러나 실태는 대부분 관 주도형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형식만 주민참여형 참여예산이란 평가를 받는 이유이다.
형식을 벗어나 인천 연수구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민관 거버넌스의 모범을 현재도 만들어 가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참여자치연수구민네트워크)와 지난해 MOU를 체결한 후 추진단을 구성했다. 추진단은 민관 실행위원회를 두고 매주1회씩 회의를 개최해 왔다. 그동안 “주민욕구설문” “제도 홍보” “지역회의 및 분과회의 개최방안” “지역위원회 운영메뉴얼 작성” "운영위원회ㆍ연구회 구성“ 등 실질적 제도 실행 주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예산학교는 수년간 운영경험이 있는 시민단체(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에 지난 3.23일 위탁했고, 이 단체는 계획의 두 배인 74회 1천3백명의 주민에게 찾아가는 예산학교를 운영했다. 4~6월까지 지역위원과 구민위원회, 일반주민을 대상으로 예산학교 기초과정과 심화과정, 워크샵을 진행했다. 구민위원은 기초과정과 심화과정 20시간을 이수했다. 예산학교는 주간ㆍ야간ㆍ토요반으로 구분하여 모두가 원하는 시간에 교육을 이수 하도록 했다. 교육내용과 일정에 만족하는 이유이기도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여성ㆍ청소년ㆍ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예산학교도 진행했다. 타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사례이다.
동 지역위원회는 7번씩 회의를 개최한 지역이 있다. 7월중에는 동 총회 (300~500명 참여)를 개최한 지역이 6곳이다. 이중 옥련1,2동 주민총회는 7.24일 학교운동장에서 개최된다. 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필요한 우선사업을 선정하고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기획행사이다. 풍물단과 관현악단 공연, 주민투표, 참여예산토크쇼가 진행되고, 시민발언대와 영화상영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곁들여 진행되었다. 이 후 동춘1동, 연수2동 등 6개동 지역위원회가 전국최초의 지역특성에 맞는 총회를 개최했다.
이 밖에도 제도 활성화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추진위원회는 구청장과 시민단체(공동)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그리고 산하에 운영위원회를 두었다. 운영위원회는 동지역위원장 11인과 분과위원장 4명으로 구성했다. 위원회는 민ㆍ관 협력기구이다. 구민위원회와 동지역위원회의 가교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분과위원회와 구민위원회 구성이 후, 6.29일에는 2010년 회계의 결산결과에 대한 교육도 이수했다. 7월중에는 구 집행부로부터 올해 주요업무에 대한 설명과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8~9월에는 과 단위 업무분석, 지역위원회 제안사업 검토, 분과별 사업 우선순위 검토(5개 이내), 그리고 전체 구민을 대상으로 예산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10월에는 구 집행부 부서별 예산안 요구서를 검토하고, 민관협의회 예산반영 사업을 결정했다. 11월에는 민관협의회를 개최해 내년도 사업의 최종 우선순위를 결정했으며, 구민위원회 전체 보고회를 끝으로 내년도 예산편성에 관한 모든 일정을 마치고 오늘 평가보고회를 개최하고 있다.
선진 모델을 만들어 가는 연수구가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이렇다. 운영의 주체를 민ㆍ관 거버넌스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지역위원회 주민총회, 예산학교 위탁, 추진단ㆍ운영위ㆍ실행위원회, 민관협의회 운영 등이 모범사례로 전국에 급속히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
3. 연수구 주민참여예산 절차의 중요성 그리고 반성할 부분
추진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도 도출 되었다. 그 중에 가장 큰 문제는 제도적 예산편성 절차와 방식을 뛰어 넘겠다는 발상, 우격다짐, 어떻게 사업예산을 반영할지 사실상 갈팡질팡 했다. 마땅한 모범선계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위원들은 그저 반상회 수준으로 사업을 건의하면 될 것으로 착각?하고 있기도 했다.
처음이다 보니 전문성도 부족하고 예산의 이해도 부족했다. 현실이 그렇다 하더라도 동 지역위원회는 주민총회 등 다양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분과위원회 논의에서 너무 쉽게 가, 부 또는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건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분과위원회는 동지역위원회로 부터(또는 제안자)의 건의 사업에 대한 설명회 들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현장 확인을 병행하는 것이 검토되어야 한다. 하나하나의 제안사업에 대해 소홀함 없이 신중하게 처리함으로서 참여한 주민들로 하여금 실망을 주지 않아야 한다. 건의한 사업이 탈락한 이유와 선정된 이유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이후 참여도를 높여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분과별 우선순위가 결정되면, ‘예산사업계획서’를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관계 공무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작성할 필요가 있다. 이때 전문가나 제안자의 도움이 절대 필요하다. 사업의 기본현황 이외에 수혜대상과 지역안배, 예상되는 문제점과 애로사항, 예산상황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1년 단위 사업이 아니라면 우선 중기계획에 반영을 요청하여야 한다. 일정금액 이상의 사업은 반드시 투,융자 심의위원회도 거쳐야 한다. 특히, 재산의 처분이나 취득과 연관되는 사업의 경우 사전 의회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이러한 절차를 생략하면 집행부(시군구)나 지방의회와 마찰을 빚게 되고, 우려되는 것처럼 의회의 권한 침해란 오해를 받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예산을 편성하는 데는 절차와 과정이 중요하다. 직접민주주의라 해서 규정을 뛰어 넘을 수 없다. 권한을 침해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특히 반상회 수준으로 건의만 하면 집행부가 알아서 해 줄 것으로 착각해서도 안 된다. 건의만 하고 공무원이 알아서 처리해 줄 것이라 판단한다면 진정한 참여예산제도라고 볼 수 없다. 타당성 있는 예산사업계획서를 내 놓아야 하는 이유이다.
분과위원회가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난 후, 해당 실, 과에 넘겨져 내부검토가 이뤄 졌다, 그러나 반대로 가야한다. 부서 검토를 거쳐 분과위원회가 우선순위 결정을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부서협의는 법과 제도상 문제는 없는지, 타 기관과 사전협의 대상은 아닌지, 기 시행중에 있는 사업은 아닌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과다한 사업은 아닌지에 대한 담당부서(공무원)의 판단 후 사업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것이 순리라 판단된다.
그리고 분과위원회가 결정한 사업들 대상으로 그 결정과정을 주민을 대상으로 토론회(설명회)를 개최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분과위원회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 올라온 사업들은 민관협의회를 통해 조정하고, 구민위원회 보고(도는 총회)를 거쳐 최종 예산안으로 확정된다. 재정민주주의 실현,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이다. 민ㆍ관의 진정한 소통의 구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소홀히 하면 그저 한 개의 제도이고 형식으로 남을 뿐이다.
4. 연수구 주민참여예산 동 총회 평가
지난 7월 24일과 25일 관내 동춘동과 옥련동 지역위원회에서 주민투표와 문화공연이 어우러진 형식의 지역총회인 참여예산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옥련초등학교 운동장에는 옥련1·2동 주민 6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주민자유발언대 시간에 마이크를 잡은 주민들은 제각기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에 대해 의견을 내놨다. 이 후, 4개동이 지역총회를 개최 했다. 풍물단 공연으로 시작된 총회는 주민들의 영상 질문에 구청장이 직접 나와 답변하는 형식의 ‘주민참여예산 토크쇼’, 관현악단 연주, 영화 상영 등을 곁들여 3시간 넘게 흥겹게 진행되었다.
총회에는 옥련1·2동 주민참여예산 지역위원 20명이 지난 5월부터 주민들로부터 제안 받은 300여건 가운데 동별로 10건씩 모두 20건을 선정해 안건으로 상정했고, 참석자들은 안건을 제안한 주민들의 설명을 들은 뒤, 입장하면서 받은 투표용지에 사업 5개씩을 표시해 투표함에 넣었다.
그중 다수표를 얻은 5개 정도의 사업이 채택되었다. 3개 사업은 동 자체사업으로, 2개 사업은 참여예산 분과위원회에 전달되어 심의했고, 각 분과위원회에서 심의된 예산사업은 최종 참여예산 민관협의회를 통해 반영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예산결정 권한의 일부를 주민들에게 부여하여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참여예산제도가 연수구에서 시행된 것이다. 지금 연수구에서는 직간접 참여하고 있는 주민들이 지방자치가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행정에 대한 신뢰성도 높아가고 있다. 아울러 도입초기 비딱한 시선으로 바라봤던 공무원들의 자세도 점차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와 지방의회의 동의가 전제가 되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제도적 지원보다 더욱 중요했던 것은 “우리 동네를 우리가 디자인 합시다”라며 참여예산제도의 정착을 위해 발로 뛴 주민들의 힘이었다고 본다.
지역위원회는 주부, 자영업자, 회사원, 자원봉사자 등 평범한 지역주민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평범한 주민들이 전국 최초의 지역총회를 치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함께 참여예산제도의 성공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참여예산 페스티벌에서 접한 지역주민들의 생생한 제안과 참여예산제도에 대한 기대와 격려는 궂은 날씨와 열악한 조건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혹자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되면 “주민들의 과도한 요구로 효율적인 예산집행이 되지 못할 것이다”,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공무원들과 마찰을 불러올 것이다”라며 우려하는 것도 현실이다.
또한 실행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실수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참여예산제도를 대하는 주민들의 진지함과 열정이 그런 우려를 불식시킬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지방자치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주민자치역량은 획기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풀뿌리 지역운동은 정체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연수구 참여예산제도를 둘러싼 흐름을 지켜보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신의 권한을 폭넓게 위임하고 주민들이 스스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갖게 되면서, 이전과는 다른 풀뿌리 지역공동체 형성과 풀뿌리 생활자치가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참여예산제도를 매개로 자각한 주민의 참여가 보장될 때, 무관심과 냉소의 대상이었던 지방자치는 희망과 가능성의 대상으로 탈바꿈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
6. 주민참여 예산 토론회를 통해 반성할 부분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하여 제안했던 ‘참여예산’, 공무원들은 어떻게 평가했고, 주민들은 어떤 제안사업들이 예산에 편성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연수구의 첫 ‘주민참여예산 토론회’가 관심을 끌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지난 10. 17~19일까지 진행된 ‘분과별 토론회’는 문화환경분과, 도시관리, 주민생활지원, 기획행정분과 순으로 진행되었다. 계층과 참여주민의 수, 토론진행 방법 등 분과별로 차이는 있었다. 일부 토론회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국 첫 사례이기도하고, 구청 실무부서장의 공식 답변이기도 했지만 토론회 전 과정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었기 때문이다.
기대가 높았던 탓일까, ‘참여예산제도’ 실행 과정의 또 다른 높은 벽을 보았다. 그간 민간과(시민단체, 위원회) 구청장, 예산부서의 소통은 문제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구청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예산편성권을 주민에게 돌려준다는 의지표명이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토론회에선 공무원 본인들이 예산은 편성한다는 고정관념에 변함이 없어보였다. 관료집단의 ‘주민참여예산’에 대한 편협한 사고와 이해부족은 생각보다 심각했다는 느낌은 받았다. 때문에 공무원들의 의식변화 없이는 ‘제도’가 형식에 그칠 우려를 절감하는 토론회였다고 필자는 솔직히 평가하고 싶다.
그동안 수많은 주민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했다. 11개 동 가운데 6개동이 주민총회 형식으로 사업을 제안했다. ‘기획행정분과위원회’의 경우 일곱번의 회의를 개최했다. 다른 분과위원회도 수회에 걸쳐 토론하고 우선순위를 분과별 결정했다.
그러나 분과위원회가 결정한 우선순위 사업을 해당 실,과가 검토하여 토론회에서 답변한 결과는 실망이었다. 예를 들어 기획행정위의 제안사업은 동 지역위원회를 포함 14건이었다. 그중 신규 반영으로 검토된 사업은 1건에 1천2백만 원이 전부였다. 반면 해당 7개부서의 내년도 신규 사업은 수십억 원을 예상(검토)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보면, 민간제안사업이 집행부서 신규예산 사업과 연관될 경우 민간제안사업은 중복사업으로 분류 되었다. 주민 우선이 아니라 관 우선인 것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실,과 검토 과정에서 제안자 또는 분과위원회에 제안사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않았다. 주민의 제안내용이 체계적이거나 논리적으로 부족했던 면도 없지 않지만 귀찮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론회는 팽팽한 긴장감을 예견했다. 다행히 실,과장의 답변 중 모호하고 미흡한 부분, 의견이 상충되는 부분은 방청석에서 구청장이 직접 보완해 주었다. 구청장이 나섰기에 과격한 대립을 피하고 원만한 토론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토론이 끝난 후 구청장은 ‘실무부서와 분과위원회 간 오해의 소지가 많은 것 같다’ ‘집행부(실,과)의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했다’. ‘특히 민간의 제안을 신규 사업으로 받아 줄 수 있는 사업도 중복사업으로 분류한 것은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고 토로했다.
올해 연수구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예산위원의 모집과 위촉이 늦어져 심도 있는 사업검토가 미흡했다. 내년도엔 7월에 제안사업에 대한 부서별 검토가 이루어져야한다.
그렇다. 주민제안→지역위원회검토→지역총회→분과위원회 검토→구청 각 실,과 검토→예산토론회→분과우선순위 최종결정→민관협의회→예산안 확정, 이러한 과정들이 올해는 부족하고 미흡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연수구는 지난 3월 ‘참여예산학교’ 민간 위탁을 시작으로, 찾아가는 예산학교, 위원워크숍, 동 총회 등 이슈마다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제도의 추진과정은 전국에 모범인 것은 분명하다.
1년의 과정 속에서 민관이 방법과 형식면에서 공감대는 형성되었다. 그러나 시행과정에서 문제점도 도출되었다. 주민들은 공공을 목적으로 예산사업의 이해와 전문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공무원들은 주민들이 편성한 예산을 집행한다는 근본적인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다행히 2차례의 민관협의회를 통해 상당 부분(184억)의 예산이 주민참여예산 제안사업으로 예산에 반영되었다. 전국으로 봐도 손색이 없는 성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일부 구청장의 공약사업이 중복 반영 되었고, 제안사업과 구청의 신규 사업이 중복되거나 이해나 해석의 차이로 일부사업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참여예산 제안사업으로 볼 것인지 재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다.
7. 재정정보가 중요한 이유 (마무리)
예산은 “정책”이다. 합리적인 예산 편성을 위해 재정분석은 매우 중요하다. 사업의 우선순위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담아내는(실행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문제는 제정을 분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당해 연도 예산뿐만 아니라 최소한 3년 정도의 분야별 재정분석이 필요하다. 예산의 전반적인 사항을 종합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보를 얻는 것은 어렵다. 전문가 집단도 쉽지 않은 것이 재정정보의 접근과 공유다. 따라서 자치단체가 이러한 정보제공이 선행되어야 진정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정착될 수 있는 것이다.
재정분석은 전년도 결산보고서 등을 통해 재정건전성은 어떠한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복지. 교육, 문화, 환경 등 주민의 삶의 질을 위한 예산은 적정한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는 제반 행정(지역)여건이 비슷한 다른 자치단체와 비교 분석해 봐야 알 수 있다. 또 소모성 낭비 예산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렇게 전반적인 재정운영 상황을 분석한 후 부족하고 낭비적이고, 불합리한 부분이 가감된 예산을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곳곳에서 추진하고 있는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예산분석은 형식적이다. 근본적인 재정분석 없이 예산서에 나타난 전년도 대비 정도일 뿐이다. 자치단체가 재정의 실태나 복지규모 등에 대한 쉽고 이해 가능한 종합적인 재정정보를 선행적으로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니 중요한 재정분석은 뒷전이고, 어떻게든 요구사항이 반영되기만을 강요하는 형국이다. 단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는 형식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는 제도가 정착될 수 없다.
삶의 질과 직결되는 예산이 다른 자치단체에 비해 현저히 적거나 어느 분야에 과도하게 많이 지출하고 있는지 반드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예산편성 시 부채상환이나 복지, 교육, 문화, 환경예산 확충을 그 어떤 사업보다 우선적으로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재정운영상황을 사전에 충분히 알지 못한 채, 단지 일부 특정사업에 대한 예산편성만을 논한다면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실효성은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주민참여예선제도가 진정으로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먼저 자치단체의 재정건전성은 어떠한지 알아야 한다, 복지나 교육, 문화, 환경 등에 대한 예산지출 규모는 어느 수준인지, 소모성 낭비성 예산은 없는지 등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예산학교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단체들도 종합적이고 정형화 된 재정정보를 만들어 예산학교에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제정정보를 만들어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없이 제도의 성공적 정착은 기대하기 어렵다. 지방재정의 중심에 주민이 있어야 만 진정한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