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7회]오공의 적정황제 구출작전[3]
"그렇게 시치미를 떼지 마시고 보물을 주시요."
"있기는 하나 있습니다만, 그건 꺼낼 수가 없습니다.
부디 원수께서 몸소 가서 보시기를 바랍니다.
팔계가 용왕을 따라서 궁전의 뒤쪽으로 돌아가니
그 곳 낭하아래에 키가 여섯자나 되는 남자가 누워있었다.
용왕은 그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것이 보물입니다."
팔계가 앞으로 다가가서 보니 뜻밖에도 시체가 아닌가?
황제인듯 충천관을 쓰고 갈색 황포를 입고 무우리를 신고 허리에는
푸른 옥대를 둘렀는데 편안히 자고 있는듯 했다.
"흥! 이런건 내가 산에서 요괴로 지낼 때 밥대신
수시로 잡아먹던 것인데 이런걸 다
보물이라고 말하니 웃음이 나는군요."
"원수께서는 모르시는군요.
이것은 오계국 국왕 적정의 시체입니다.
우물에 떨어진 것을 내가 정안주를 물려
썩지않게 조치해 두었습니다.
그래서 상하지 않고 본 모습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요.
만악 귀공이 없고 나가면 제천대성이
기사회생의 술법을 써서 살려 낼 것입니다.
그렇게만 되면 귀공이 원하는 어떤 보물이라도
다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업고 나가기는 하겠는데,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서
매장하는 수고비는 대왕께서 주셔야겠수."
"저는 정말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습니다."
"당신은 사람을 공짜로 부려먹으려 하는군요.
그렇다면 난 그냥 돌아겠소."
팔계는 번개같이 돌아갔다. 용왕은 두명의 야차를 시켜서
오계국 적정 대왕의 시체를 수정궁 밖까지 떠메어 나가게 했다.
야차들이 시체를 내려놓고 시체에서
피수주를 빼니까 즉시 사방에서 물소리가 났다.
팔계는 놀라서 뒤를 돌아다 보았다. 수정궁은 온데 간데 없고
우물안에 적정 대왕의 시체만 손에 잡혔다.
팔계는 기겁을 하고 수면으로 떠올라 우물벽을 잡고 외쳤다.
"형, 빨리 나를 올려줘."
오공이 위에서 소리를 질렀다.
"보물이 있냐?"
"우씌 ~ ! 있긴 뭐가 있어! 우물 밑바닥에는 우물용왕이 있는데
나더러 시체를 업고 나가라기에 난 거절을 했더.
그래서 밖으로 나왔는데 물소리가 나기에 돌아보니
수정궁은 없어지고 적정왕이라나 뭐라나 그 사람 시체만 남아있어
난 지금 겁이나서 꼼짝도 할수없어 형. 빨리 올려줘."
"그게 바로 보물이야.
어째서 없고 나오지를 않았느냐?"
"죽은지가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르는데,
그 까짓걸 없고 나가서 뭘해?"
"네가 없고 나오지 않겠다면 나는 돌아가겠다."
"어디로 가겠다는 거야?"
"절로 돌아가서 잠이나 잘란다."
"난 안데려가고?"
"올라오면 데려가고 못올라오면 할수없지."
팔계는 몹시 당황했다.
"형, 한번 생각해봐. 난 성벽을 올라가기도 힘들단 말이야.
그런데 이 우물은 웬만한 성벽보다 배는 높아
게다가 아가리는 작고 더구나 우물벽에는
이끼까지 가득 끼어서 미끄럽기 짝이 없단 말이야.
그러니 내가 어떻게 올라가겠어 형, 형제간에 의리를 생각해줘...?!!"
알았어, 그럼 잠깐만 기다려줘, 업고 나갈께."
"그래, 그래 얼른 업고나와, 빨리 돌아가서 잠이나 자자고"
팔계는 물속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는 국왕의 시체를 더듬어 잡아 등에 없고
수면으로 떠 올라서 벽을 붙잡고 소리쳤다.
"형, 이봐! 업고 나왔어."
오공은 눈을 뜨고 내려다봤다.
팔계가 시체를 업고 있는데 보였다.
그제야 여의봉을 우물속으로 내려보내 주었다.
팔계는 분해서 입으로 여의봉을 물었다.
오공은 가벼히 그를 끌어 올려 주었다.
팔계는 시체를 내려놓고 옷을 주섬주섬 주워입었다.
오공은 국왕 적정의 몸을 보니 마치 산사람 같은 얼굴이었다.
"팔계야, 이사람은 죽은지 삼년이나 지났는데 어째서 얼굴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을까?"
"용왕이 정안주를 물려 썩지 않게 해 두었대."
"그랬군, 그거 참 고마운 일이다. 이제 이사람은 원수를
갚게 되었고, 우리도 공을 이루게 되었어, 자 빨리 업어라."
" 이 시체를 어디로 가져갈거야?"
"스승님께 보여드리자.
옷 버린것은 절에 가서 내것으로 바꿔주마"
"형은 부끄럽지도 않은 모양이지 자기 입을 것도
없는 주제에 옷을 바꿔 주겠다고?"
"그래? 내옷이 그렇게 싫으면 관둬라."
"그래 난 안 업을께."
"정말 업지를 않겠니? 그럼 볼떼기를 이리로 내밀어아.
이 여의봉으로 스무대만 맞아라."
"그 육중한 것으로 스무대 때리면
난 이 황제처럼 뻗어버릴께 틀림없어."
"겁이 나거든 잔소리 말고 빨리 업어"
팔계는 오공의 여의봉에 맞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서 시무룩해서 시체를
끌어당겨 등에 없고 다리를 질질 끌면서 화원을 나섰다.
오공은 인을 맺고 주문을 외우더니 동남쪽을 향해 숨을 마셨다가
내뿜어서 한줄기 바람을 일으켜 시체를 없은 팔계를 팔아 올렸다.
성을 벗어나서 바람을 거둔다음 둘은 땅에 내려 천천히 걸어갔다.
팔계는 마음속으로 노여워서
어떻게 하면 이 원수를 갚나하고 별렀다.
"원숭이 녀석 날 희롱했지만 절에 닿으면 어디보자.
스승님을 충동질해서 이 사람을 살려내라고 해야지
살리지 못하면 긴고주를 외우면 된다고 해야지
생각만해도 고소해 ㅎ ㅎ
아니지 저승에 가지않고 이승에서 살려내라고 한단 말이냐"
절에 도착해서 산문을 지나 선당으로 들어간 팔계는
오계국 적정황제의 시체를 선당 문 앞에다 패대기를 쳤다.
"스승님, 일어나셔서 이것을 보세요."
삼장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오정에게 두사람의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때 팔계의 소리가 나므로 얼른 일어나 내다보았다.
"뭘, 보라는게냐?"
"이걸보세요. 이건 손행자의 외할아버지입니다.
놈이 나보고 없으라고 했습니다."
"이 빌어 쳐먹을 바보야, 내게
무슨 외할아버지가 있어?"
"형, 외할아버지가 아니면 왜? 내게 없으라고 욱박질렀느냐고?
이걸 없고 오느라고 얼마나 혼이 났는줄 알기나해?"
삼장과 오정이 문을 열고 내다보니
대왕의 얼굴은 본래 모습 그대로여서
마치 산사람 같았다. 삼장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
"폐하, 어느세상에서 큰 죄를 지으셨기에
이승에서 저런 마귀를 만나
이토록 가련한 지경을 당하셨습니까?
몸을 망치고 아내와 아들을
잃었는데도 조정에 가득한 문무백관중에
누구도 이런 끔찍한 재앙을 알지 못하다니요?
불쌍토다 폐하의 처자는 눈이 가려져있으니
어느 누가 향을 사르고 차를 바치겠습니까?"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보살
행심반야 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도 일체고액
사리자 색불이고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수상행식 여부여지 사리자
;
삼장은 반야심경을 외우는 사이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
얼굴 가득히 적셨다.
그러나 바보같은 팔계는 주위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껄껄 웃으며 하는 말이
"스승님 저 사람이 죽은데 스승님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스승님의 선조도 아닌데 어째서 우는 겁니까?"
"팔계야 출가한 자는 자비심이 근본이라 했다.
넌 어째서 그리 박정하냐?"
"박정하다니요? 형이 이 사람을 살릴수 있다기에 업고 왔지
살릴수 없다고 했으면 무엇때문에 업고 왔겠습니까?"
" 엥? 저놈봐라 에구~~ 그냥 한대 먹일걸.."
드디어 팔계가 손오공에게 앙갚품을 시작했다.
팔계를 평상시 두둔하던 삼장에게 오공이 사람을 살린다는데
그냥 넘어갈리 없고 오공에게 왕을 살려내가 하도록
부추긴 것이다.
흥미진진한 다음 편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