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2권 8-11 8 즉경即景 보이는 경치 그대로 11 청경晴景 갠 경치
소지하엽능번백小池荷葉能飜白 작은 못의 연잎은 휘딱 휘딱 뒤집히고
별원앵령세파홍別院鶯翎細簸紅 별당 앞의 꾀꼬리 붉고 가는 털 날린다.
유연쌍쌍래교어乳燕雙雙來巧語 어미 제비 쌍쌍이 와 지지배배 우지지는데
청니방저고니융靑泥坊底苦泥融 청니방靑泥坊 바닥에서 진흙 창을 괴로워한다.
►‘까부를 파簸’ 까불다(위아래로 흔들다) 일다(흔들어서 쓸 것과 못 쓸 것을 가려내다)
►청니방靑泥坊 미나리를 심는 진흙 논이 있는 동리이다.
●우청雨晴/왕가王駕(851-?)
우전미견화간엽雨前未見花間葉 비 오기 전 다 보지 못했던 꽃잎이
우후전무엽저화雨後全無葉底花 비 온 후 꽃잎 모두 떨어지고 없네
봉접분분과장거蜂蝶紛紛過墻去 벌 나비 훨훨 날아 담장을 넘는 것이
각의춘색재린가却疑春色在隣家 아마도 봄이 이웃에 있는 줄 아나보다
►우청雨晴/王駕(唐)/全唐詩/卷690
<全唐詩>에 실려 있으며 당나라의 시인 왕가王駕가 관직을 그만두고
은거하면서 봄날 비가 온 뒤에 지은 시이다.
봄비 내린 후 정원에 꽃잎이 모두 떨어지자 벌과 나비가 꽃이 있는 옆집으로
모두 가버려 떨어진 꽃잎을 아쉬워하는 시이다.
<千家詩>에는 ‘춘청春晴’이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는데
작가가 왕가인지 왕안석이 되어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왜냐하면 훗날 송나라 왕안석王安石이 이 시를 일부 개사하여
‘청경晴景’이라는 제목의 시를 지었기 때문이다.
●청경晴景/왕안석王安石(1021-1086)
우래미견화간예雨來未見花間蕊 봄비 오기에 꽃 속에 꽃술을 보지 못했는데
우후전무엽저화雨後全無葉底花 비 온 후에는 잎만 있고 꽃은 하나도 없네.
봉접분분과장거蜂蝶紛紛過牆去 벌 나비 쉴 새 없이 담을 넘어 날아가기에
각의춘색재린가却疑春色在鄰家 도리어 봄날이 이웃집으로 간 것인가 의심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