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나루(銅雀津) 또는 동재기나루
동작나루(銅雀津) / 겸재 정선 그림 (개인소장)
조선시대 노량나루(鷺梁津)는 나라가 운영하는 공식 나루였고 마포(麻浦)는 주로 서민들의 생필품이 드나들던 포구였다면, 동작나루는 삼남에서 과거시험 보러 오는 선비들이 과천을 거쳐 남태령을 넘어 한양으로 들어오는 나들목이었습니다. 순수한 우리 말로 '동재기나루'라 하는데 흑석동에서 현충원 쪽으로 넘어오는 강가에 검붉은 구리(銅) 빛 돌이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노량이나 마포처럼 번잡하지 않고 풍광 또한 수려하여 배를 타고 건너는 동안 멋드러진 시상이 절로 떠오르지 않았을까요.
동작대교 야경
동작나루(銅雀津) / 이덕무(李德懋, 조선 후기)
冷紅京樹着霜紋(냉홍경수착상문)
싸늘한 단풍 한양의 나무에는 서릿발 무늬 어리고,
霍霍空船櫓響勤(곽곽공선로향근)
삐걱삐걱 빈 배에는 노젓는 소리만 바쁘구나.
頃刻花惟鳧外浪(경각화유부외랑)
순간에 피는 꽃은 물오리 넘어로 사라지는 파도요,
飛來峰是馬頭雲(비래봉시마두운)
날아오는 봉우리는 말 머리 위에 이는 구름이라.
鞋彈錦石何時了(혜탄금석하시료)
신발에 퉁기는 고은 자갈 밭은 언제나 끝날까,
扇拍金沙竟日紛(선박금사경일분)
부채로 금모래 치면서 온종일 분주했다네.
水店更衣催超郭(수점경의최초곽)
문안으로 돌아갈 길이 급해 물가 주막에서 옷갈아 입고 ,
旋歸舊旅得無欣(선귀구여득무흔)
바로 옛 주막을 찾아드니 기쁘지 아니할손가.
젊은 시절, 이덕무(李德懋, 1741∼1793, 영·정조대)가 동작나루터 모래밭에서 온종일 노닐다가 저물녁 물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도성 안 술집을 찾는다는 내용이지요. 北學派 실학자인 그는 詩에도 능해 같은 서얼 출신인 박제가, 유득공 그리고 이서구(서출 아님) 등(四家詩人)과 어울려 시를 짓고 밤새 통음하는 일이 많았다고 하지요(위 시 전반부는 배로 강을 건너가는 동안을, 후반부는 강을 건너 모래밭에서 노니는 모습을 읊은 것임).
새벽 동작나루를 건너며(曉渡銅雀江) / 박제가(朴齊家, 조선 후기)
馬踏空船霍霍鳴(마답공선곽곽명)
빈 배에 말굽소리 저벅저벅 울리고,
寒星江底漾還明(한성강저양환명)
차가운 별빛 강밑에 어려 일렁이다 맑아지네.
冥濛不辨梢工立(명몽불변초공립)
어둑컴컴하여 사공이 서 있는지 분별도 않되는데,
犖确*相隨旅賈行(낙각상수려가행)
여러 군상들*이 서로 따르며 나그네 장사치도 들어가네.
*犖确(낙각) : 원래 산에 큰 돌이 많은 것을 뜻하나, 여기에서는 형체만 구분되는 많은 군상들을 이름
水墨全然舖夜色(수색전연포야색)
(주위가) 온통 수묵화처럼 밤빛으로 덮였는데,
髮眉盡欲作秋成(발미진욕작추성)
머리털이고 눈섭이고 모조리 바스락 소리나네.
方知暝裏邱陵轉(방지명리구릉전)
비로서 어둠속에서 강 언덕이 다가오는 게 보이고,
日出飛霜滿客纓(일출비상만객영)
해 뜨자 나그네 갓끈은 온통 서릿발로 엉켰네.
역시 북학파인 박제가(朴齊家, 1750~1805)가 초겨울 어둠이 채 걷히지 않은 동작나루를 건너며 지은 시입니다. 나룻배 하면 고작 사람 너댓이나 타는 작은 배를 생각하기 쉬운데, 위 두 시에서는 말까지 태워 건너는 큰 배임을 알 수 있네요. 재미있는 건 얘나 지금이나 탈 것(馬·車)을 먼저 배에 들이고 다음에 사람은 탄다는 게지요 ^^( 위 시 전반부는 승선할 때를, 후반부는 배가 건너편에 다다를 즈음을 묘사).
놀라 깬 기러기(驚雁) / 정약용(丁若鏞, 조선 후기)
銅雀津西月似鉤(동작진서월사구)
동재기 나루 서쪽에 뜬 달은 갈코리 같은데,
一雙驚雁度沙洲(일쌍경안도사주)
놀라 깬 기러기 한 쌍 모래섬을 건넌다.
今宵共宿蘆中雪(금소공숙로중설)
오늘 밤 갈대밭에서 같이 밤을 지새우고,
明日分飛各轉頭(명일분비각전두)
내일 각기 머리 돌려 날아 가겠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 선생이 처음 귀양길에 올라 동작나루를 건너면서 지은 시로 알려져 있습니다.
아래는 선생이 두번째로 귀향가면서 지은 시로, 이 때 둘째 형은 귀양가고 셋째 형은 옥사하니 절망속에 쓴 시라 할 수 있지요. 이후 강진에서 18년 기나긴 유배생활이 시작되고..
밤에 동작나루를 지나며(夜過銅雀渡) / 정약용 -일부
靑坡驛前天正黑(청파역전천정흑)
청파역 앞 하늘은 온통 깜깜하고,
一眉殘月濛無色(일미잔월몽무색)
눈썹 달은 빛을 잃고 몽롱하구나.
寒沙策策響馬蹄(한사책책향마제)
차가운 모래 위 터벅터벅 말 발굽 소리,
朔風急急吹雁翼(삭풍급급취안익)
북풍은 기러기 날개 위에 휘몰아친다.
流澌擊船氷滑篙(유사격선빙활고)
얼음덩이 배를 치니 상앗대는 얼어붙고,
篙工却立愁指直(고공각립수지직)
뱃사공은 물러서서 손가락 곱은 걸 걱정한다.
洪波蕩漾聲轉雄(홍파탕양성전웅)
거센 파도 출렁출렁 소리 점점 높아감에,
頑蛟踊躍欣欲得(완교용약흔욕득)
교룡이 때를 맞나 뛰어나올 듯 하구나.
이 시는 '남산을 바라보며 눈물로 가슴을 적시네(回首終南淚沾臆)' 로 맺습니다 -_-;;.
첫댓글 한강을 대상으로한 시가 좋구료~~
노량나루 제1한강교 근처을 대상으로한 시도 올려 주구료~~ 내가 국민학교 중고등학교 시절 자주 가던 곳이고 요즘 그 근처사진을 찍고 있네~~~
노량나루는 조선시대 가장 큰 나루인데
이곳을 읊은 한시를 찾기 어렵습디다.
좀더 뒤져서 기회가 되면 올려보리다.
졸문이나마 읽어 주어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