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주인은 주민이다!
해운대그린시티 리모델링에 대하여
•해운대그린시티 리모델링의 필요성
최근 신시가지의 새 이름 해운대그린시티 지역에 ‘리모델링’이 핫이슈가 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해운대구청이 그린시티의 낡은 상가와 주차장, 아파트 시설물을 리모델링하고 유휴부지와 53사단 주둔지를 제외한 국방부, 산림청 부지의 활용방안에 대한 용역을 발주했다.
그린시티는 1991년 당시 노태우 정부의 주택 200만호 건설계획에 발맞춰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학교와 병원 등 각종 공공시설까지 갖춘 부산 최초의 계획도시로 개발되었다. 입주 초기에는 교통도 불편한 데다 기반시설마저 제대로 완비되지 않아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2000년대 이후 부산도시철도 2호선이 개통되는 등 교통·편의시설이 완비되면서 부산 최고의 주거지로 급부상했다.
그린시티는 건설된 지 약 25년 전후의 아파트 단지로 대부분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비교적 관리가 잘 되어 낡았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오히려 몇몇 아파트는 단지 오래된 엘리베이트를 교체했을 뿐인데 새 아파트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게다가 그린시티가 조성된 이후에도 꾸준히 신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지금도 대형 상가와 오피스텔이 건설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린시티가 조성된 지 20년을 훌쩍 넘기면서 도시기반시설 노후화와 주변 도로혼잡이라는 문제는 피해갈 수 없었다. 해운대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좌동의 입지적 중요성이 커진 것과 달리 기반시설은 점점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주변 여건도 급격하게 변해 그린시티의 쾌적한 도시환경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운대구청에서 추진하는 리모델링 용역은 시의적절해 보이며 그린시티의 제반 문제를 세심하게 살피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린시티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
최근 그린시티 아파트 리모델링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주민들의 관심이 온통 여기로 쏠리고 있다. 시가지 곳곳에 ‘아파트 리모델링 전문’이라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인근 우동과 중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왔던 좌동의 집값을 아파트 리모델링으로 획기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계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게다가 남구 용호동 LG메트로시티 등을 중심으로 리모델링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그린시티 주민들의 리모델링에 대한 기대는 한껏 높아지고 있다.
사실 그린시티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이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가능한지, 사업성이 얼마 정도 될지를 판단하기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아파트 리모델링에 필요한 정부나 부산시의 제도조차 아직은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이다.
•제척지 리모델링으로 균형발전을
그린시티는 그 태생부터 제척지라는 결함을 나고 태어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좌동 본동과 더불어 대천마을이 제척지로 남으면서 교통망에서부터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지금도 좌동 본동 지역과 대천마을 지역이 서로 유기적으로 결합하지 못해 그린시티의 도시계획도로 간에 기형적인 연결로 혼선을 주고 있다. 하수시설 역시 차츰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오수관과 우수관이 완벽하게 분리되지 못한 채 하수가 악취와 더불어 대천과 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 또한 제척지에 서 있는 각종 전봇대와 전선은 도시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행정구역도 기형적이라 좌동과 중동과의 경계가 헷갈려 민원 발생 시 관할지역을 혼돈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그밖에도 제척지가 날이 갈수록 난개발로 이어지면서 남겨진 제척지 상황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이러한 제척지로 인한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그린시티에 필요한 리모델링으로 보인다.
•구청의 리모델링 플랜
해운대구청 역시 지구단위계획 변경에 제척지와 유휴지, 군 소유부지(53사단 주둔지 제외)를 포함해 큰 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제척지나 유휴지의 경우 땅값 상승으로 개발이익이 보장되지 않아 장기간 개발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런 만큼 구청이 나서서 지주들을 적극 설득해 복합개발하겠다는 계획이며, 공공녹지와 공원, 주차장 등 도시기반시설 등도 복합개발에 반영시킬 방침이다.
군부대 소유 부지에 대해서도 이번 그린시티 리모델링 용역에 포함할 예정이며 군부대 이전도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다. 이와 같이 해운대구청이 계획하고 있는 리모델링 구상과 일부 주민들이 꿈꾸는 리모델링 구상 간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현재 건설된 지 30년이 넘은 일산과 분당 신도시의 경우도 신도시 전체 리모델링이 아직 계획단계이며 재건축이냐 리모델링이냐를 놓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또한 아직 명확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는 수직 증축의 문제점도 비단 일산이나 분당 같은 1기 신도시만의 과제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린시티 리모델링의 경우 구청의 구상대로 지구단위계획 변경과 기반시설에 대한 리모델링이 먼저 추진되어야 한다. 아파트 단지 리모델링의 경우 서두르지 말고 앞서 건설된 일산, 분당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리모델링을 보면서 신중하게 진행해도 무방할 것이다. 도시는 건물이 우선이 아니다. 도시의 주인은 거기에 살고 있는 주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