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진서 9단이 새해 자신의 첫 세계대회인 응씨배에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결승 상대는 중국의 동갑내기 셰커 8단이다.
제9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 준결승2국
자오천위 꺾고 셰커와 '00후' 첫 메이저 결승
"올해는 세계대회에서 한 판도 지고 싶지 않다"는 굳은 다짐으로 2021년을 맞은 신진서 9단이 그 첫 무대를 2연승으로 출발했다. 2연승은 '바둑 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의 결승 티켓으로 이어졌다.
신진서 9단은 12일 한국기원에서 중국기원의 자오천위 8단과 온라인으로 벌인 제9회 응씨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준결승3번기 제2국에서 277수 만에 1점승, 이틀 전의 1국 불계승과 함께 2-0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4년마다 개최되는 응씨배의 우승상금은 세계대회 중의 최고액인 40만달러(약 4억4000만원). 1국에서 천신만고 끝에 역전승을 거뒀던 신진서 9단은 백으로 둔 2국에서는 안정적인 내용으로 중반 들어 우세를 잡은 이후에는 줄곧 리드했다.
남은 시간은 신진서 37분 7초, 자오천위 36초. 자오천위는 1국과 달리 시간을 안배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자국랭킹은 신진서 9단이 13개월 연속 1위, 자오천위 8단이 21위. 상대전적은 5승1패로 크게 벌렸다.
신진서 9단의 응씨배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랭킹 상위자로 한국에 2장 배정된 국가시드를 받았다. 4강에 오르기까지 중국의 셰얼하오 9단, 판팅위 9단, 구쯔하오 9단을 연파했다. 전원 메이저 세계대회 우승 경력자들이다.
결승 상대도 중국의 셰커 8단이다. 신진서와 동갑내기인 셰커는 알리 자바린 2단, 양딩신 9단, 커제 9단을 꺾은 데 이어 준결승에서 이치리키 료 9단을 2-0으로 눌렀다. 셰커는 준결승2국에서 벌점 2점을 받은 이치리키에게 301수 만에 3점승했다(셰커의 남은 시간은 34분 9초). 셰커도 응씨배 첫 출전이다. 중국랭킹은 13위.
신진서와 셰커, 메이저 세계대회 최초로 2000년대생(00후) 간의 첫 결승전이 성사됐다. 신진서 9단은 지난해 제24회 LG배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이뤘고, 셰커 8단은 지난 2일 제4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을 통해 첫 메이저 결승을 이뤘다.
"중반쯤에는 확실히 잘 안 풀렸고, 실제 형세보다도 더 안 좋다고 생각했다. 상대가 좌상귀 쪽에 두 번 지킨 게 느슨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조금씩 백쪽으로 넘어왔다. 나중에 중앙 타개가 잘되면서 이겼다"는 신진서 9단의 국후 감상이다.
딱 한 차례 벌인 맞대결에서는 신진서가 2017년 이민배 16강전에서 흑으로 불계패한 바 있다. 3번기로 겨루는 결승전 일정은 미정이다. 대국은 초읽기 없이 각자 3시간의 타임아웃제. 3시간 초과시 20분당 2점의 벌점을 받고 두 번까지 연장할 수 있다. 덤은 8점, 무승부시 흑승.
1988년에 출범한 응씨배는 그동안 조훈현→서봉수→유창혁→이창호→창하오→최철한→판팅위→탕웨이싱 순으로 우승해 왔다. 한국 5명, 중국 3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