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업은 지난번 봄에 와서 막 나온 여린 잎 까실쑥부쟁이를 채취한 곳이었는데, 같은 장소라고 하기에는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의 풀과 나무의 잎이 무성한 여름 숲이었다. 우리의 본 작업은 3월에 봤던 까실쑥부쟁이를 비롯해 다른 봄나물을 찾아 채취하고 이것을 묵나물로 만드는 것이었다. 까실쑥부쟁이를 채집하기 전 이미 머리는 다른 나무와 풀의 이야기로 가득차버렸다. 하늘샘의 설명은 신기하고 재미난 것이 많았지만 한 번 들어서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소로 이동하던 중 하늘샘은 우리에게 숲에서 지금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는 나무와 풀에 대해 알려주셨다. 아카시 나무 앞에 섰을 때 아카시 꽃향기를 느꼈는데 우리에게 꽃도 한 번 맛보라 하셨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아카시 꽃 작은 한 알을 떼어 먹었지만, 고 작은 콩알 크기의 꽃만으로는 그 맛을 충분히 느낄 수 없단다. 마침 어제 비까지 왔으니 꽃이 주렁주렁 매달린 꽃 줄기 전체를 통째 먹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맛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나도 냉큼 한줄기 전체를 입 안으로 넣고 씹어보았다. 입안이 아카시 향으로 가득 찼는데 오랜만에 자연을 먹었구나 싶었다!
아카시 향만큼이나 은은한 향을 내는 아카시보다 키 작은 아이가 또 있었는데 바로 찔레꽃이었다. 지금 숲의 모습이 모두 연두와 초록을 띠는데 그 속에서 흰 색의 꽃을 피워낸다는 건 자기 에너지를 낸다는 거란다. 그럼 이런 에너지를 힘껏 내뿜는 찔레꽃을 우리가 먹는다면? 이럴 때 나는 인간 중심의 사고가 발동하는데 자연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늘 먹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다니. 찔레꽃을 이용해 찔레꽃술을 담거나 샐러드, 튀김도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특히 칡순에 끌림이 갔는데 여름 더위로 입맛을 잃을 때쯤 먹는 콩잎 물김치 처럼 여린 칡잎을 이용해 물김치를 담는다 한다. 칡 특유의 향이 난다고 하니 콩 잎 물김치를 좋아하는 나는 칡잎 물김치를 꼭 해봐야겠다. 생태 교란종인 단풍잎 돼지풀도 어릴 때 나물로 먹으면 봄나물 향이 나면서 맛있다고 했다. 진짜 고춧잎을 꼭 닮은 고추나무도 있었다. 닭의 장풀은 성질이 차 몸의 독을 해독시키고 정화하는 작용을 한다고 한다. 뽕나무의 쓰임도 많았는데 무엇 하나 버릴 게 없어 보였다. 여린 잎은 나물로 먹고 또 잎은 말렸다 분말 가루로도 이용 한단다. 줄기까지 육수로 쓰인다니. 주변 풀과 나무의 쓰임을 제대로 안다면 자연에서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무한 한 것 같다.
이번 수업도 새로운 게 자꾸 내게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생강나무, 고마리, 박쥐나무 잎을 하늘샘께서 집에서 미리 준비해 오셨는데 그걸 점심 쌈으로 먹으며 자연 속에서 자연을 맘껏 먹었다. 숲에서의 시간은 잠깐 딴 세계에 머물다 온 것 같았다. 일상에서도 배운대로 풀과 나무를 자주 활용해봐야지.
묵나물로 만들 까실쑥부쟁이 채집도 이번이 끝이다. 오늘이 아니면 1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문득 허리 펼 시간마저 귀하게 느껴졌다. 허리가 내게 말을 건다. "허리가 아파! 허리 좀 펴줘!" 나는 봄이 가는 게 아쉬워 아픈 허리한테 모른 체했다. 까실쑥부쟁이를 열심히 꺾어댔고 내 봉지는 묵나물이 될 먹거리로 가득 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