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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풀꽃문학상 / 박용재
[풀꽃상] 신의 정원에서 11 / 박용재
― 예국蘂國에서
강릉은 오래전부터
꽃의 나라였다네
집집마다 화단에
목련 작약 목단 부용꽃 가꾸며
꽃과 함께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의 나라였다네
스스로 가꾼 꽃향기 마시며
사랑을 노래하고
들판에 나가선 들꽃 향기에
인생을 돌아보는
향기로운 정원의 나라였다네
나 오늘 아주 오랜
꽃의 나라에서 노래하네
강릉, 내 인생엔
그대가 꼭 필요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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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시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풀꽃문학상(운영위원장 윤효)의 11회째 수상자가 결정됐다.
풀꽃문학상 수상작은 풀꽃상에 박용재 시인의 시집 『신의 정원에서』(서정시학, 2023), 대숲상에 함명춘 시인의 시집 『종』(걷는사람, 2024), 고마상에 한영숙 시인의 시집 『카멜이 바늘귀를 통과한 까닭』(시인수첩, 2024)이 선정되었다. 심사위원은 유자효(위원장), 양애경(시인), 홍용희(평론가)가 맡았다.
풀꽃상을 수상한 박용재의 시집은 꽃을 비롯한 자연물을 시적 대상으로 다룬다. 비교적 평이한 시적 소재이지만 외양적 묘사와 탄성의 차원을 넘어 우주론적 존재성으로 인식하고자 하는 시도가 평가되었다. 그래서 그는 “동백꽃에게 마음을 건네”기도 하고, “달의 정령/연꽃잎에 가득한” “신의 정원”의 비경을 문득 통찰하기도 한다.
예국고성
예국고성(濊國古城)은 강릉이 동예의 중심이었던 고대에 축조되었던 성곽으로 추정하며 명칭은 고대 부족국가의 명칭 ‘예(濊)’ 또는 ‘동예(東濊)’에서 유래한 것으로 판단된다.예국고성은 강릉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성곽으로 현재는 성곽 자리가 시가지로 변하여 그 형태를 찾아볼 수는 없지만 강릉의 도시 발전사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강릉은 본래 예국(濊國)의 도읍지로 알려졌다.(https://naver.me/GRzc0PLp 한편 맥국은 춘천에 있었던 고대의 소국이다.맥(貊)은 예(濊) · 한(韓)과 더불어 우리 민족의 주된 구성체이다.)
강릉시 옥천동 지역과 포남동의 경계를 이루는 지역에서 금학동·성남동의 일원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은 현재 시가지로 변하여 동부시장, 중앙시장, 금학시장 등이 오거리를 중심으로 밀집해 있는 교통의 요지이며 철로가 남북으로 가로질러 있다. 남쪽으로는 남대천 제방과 접하고 있다.
https://naver.me/xfRv10v5
박용재의 시집 '신의 정원에서'는 가장 원초적이고 심미적인 시공간에 대한 회상과 그것들을 향한 지극한 사랑의 마음을 표상한 일대 송가다.
박용재 시인은 등단 40년 째를 맞은 시단의 중진으로서, 자신이 나고 자란 강릉의 자연과 역사를 풍요롭게 시적으로 굴착해왔다. 이번 시집도 '강릉'과 '꽃잎 강릉'의 흐름을 잇는 절절한 세번째 사향가인 셈이다. 그에게 서정시는 지난날에 대한 절절한 기억에서 비롯하여 거기서 완성되어야 하는 그 무엇을 지향하는 과정을 담은 언어예술이다. 말할 것도 없이, 그것은 지상의 불모성을 사랑으로 견디고 치유하고 극복해온 시간들을 담고 있다. 시인은 힘겨울 때면 시를 통해 위로와 충전을 받아왔는데, 특별히 이번 시집은 그 스스로에게도 두고두고 커다란 시의 집으로 빛을 쏘아줄 것이다. 더불어 독자들은 서정시에 대한 순연한 열정과 진정성의 실례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유성호 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박용재의 시집 신의 정원에서는 그가 자신의 고향 강릉에 바친 아름다운 송가다. 강릉지역에 이름 없이 피었다 지는 들꽃과 바람과 나비에 대해 누구도 그만큼 아름다운 시를 쓰기 어려울 만큼 집중의 밀도가 높다. 그는 강릉의 풍광을 옛 지명을 빌려 꽃의 나라로 명명하고 다시 그것을 격상하여 신의 정원으로 우리에게 되돌려 준다. 달의 정령이 연꽃잎에 가득한 풍경은 표현 그대로 신의 정원이라 할만하다.
천국에 비견될 강릉의 자연을 간결하고 빼어난 서정시로 형상화했다는 것은 시에 대한 발견이자 인생에 대한 깨달음의 결과일 것이다. 이는 자연 풍광 때문만이 아니라 그가 선천적으로 지닌 순정한 자연에 대한 근원적인 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소음이 가득한 우리 시대의 서정시에서 박용재의 시가 빛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동호 시인 고려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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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풀꽃문학상
그럴 때가 있다 / 이정록
매끄러운 길인데
핸들이 덜컹할 때가 있다.
지구 반대편에서 누군가
눈물로 제 발등을 찍을 때다.
탁자에 놓인 소주잔이
저 혼자 떨릴 때가 있다.
총소리 잦아든 어딘가에서
오래도록 노을을 바라보던 젖은 눈망울이
어린 입술을 깨물며 가슴을 칠 때다.
그럴 때가 있다.
한숨 주머니를 터트리려고
가슴을 치다가, 가만 돌주먹을 내려놓는다.
어딘가에 사나흘 만에 젖을 빨다가
막 잠이 든 아기가 깨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촛불이 깜박,
까만 심지를 보여주었다가
다시 살아날 때가 있다.
순간, 아득히 먼 곳에
불씨를 건네주고 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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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풀꽃문학상 / 양애경
읽었구나! / 양애경
혜린이니 다혜니 하루에도 서너 건씩
비아그라 성인 음란광고가 이메일에 쌓여서
스팸 신고 하다 하다 못해
5년 만에 답장을 했다
“저는 육십이 다 된 여자예요. 정력제 광고는 그만해 주세요.”
그 뒤, 이메일 제목이 달라졌다
비아그라 / 여성흥분약품 프리미엄 성인쇼핑몰 해외직수입 정품
아직 ‘여성흥분약품’이 남았구나, 그렇다면
“육십이 넘었다니까요.”
이렇게 다시 답장을 해야 하나, 하다가
그나저나 신통방통하다
내 답장을 읽었구나!
누굴까 그 사람
양애경 시집 <읽었구나!>(현대시학 기획시인선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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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풀꽃문학상 / 이은봉
걸어다니는 별 / 이은봉
사춘기를 너무 심하게 겪다가
순식간에 땅바닥에 떨어진 별
지금은 땅바닥 위를, 먼지 나는 흙바닥 위를
터덜터덜 걸어 다니는 별
더러는 뒹굴뒹굴 굴러다니기도 하는 별
아무도 별인 줄 모르는 별
하늘에서 반짝이지 못하고
흙바닥 위로 굴러떨어진 별
젖은 낙엽 속에, 마른 풀잎 속에
제 아픈 몸 숨기고 있는 별
별 모양의 목걸이가 아닌
별 모양의 귀고리가 아닌 진짜 별
별 자신도 자기가 별인지 모르는 별
내게는 별처럼 귀중한 별
네게도 별처럼 소중한 별
별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별
지친 내 가슴속에도 살고
힘든 네 가슴속에도 사는
둔하고 미련하고 어리석은 별
진실이라는, 사랑이라는, 꿈이라는 별.
이은봉 시집 <걸어다니는 별>(시작시인선 0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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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풀꽃문학상 / 문현미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 / 문현미
어떤 붓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저리 눈부신 참회의 시간을
얼마나 숱한 눈물의 항아리가
얼마나 간절한 기도의 메아리가
쪽물이 쪽쪽 떨어질 듯
맑은 가닥이 파란 무음으로 흐른다
멀리 있는 것은 다만 그리울 뿐
이런 높푸른 날에는
누구라도 용서하고 싶다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문현미 시집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서정시학 시인선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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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풀꽃문학상 / 김왕노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 김왕노
유모차에 유머처럼 늙은 개를 모시고
할머니가 백년 복사꽃 나무 아래로 간다
바람이 불자 백 년을 기념해 팡파르를 울리듯
공중에 솟구쳤다가 분분히 휘날리는 복사 꽃잎, 꽃잎
백년 복사꽃 나무 아래로 가는 할머니의 미소가
신라의 수막새에 그려진 천년의 미소라
유모차에 유머처럼 앉은 늙은 개의 미소도 천년 미소라
백년 복사꽃 나무 아래 천년 미소가 복사꽃처럼 피어나간다
그리운 쪽으로 한 발 두 발 천년이 간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 앞에
지퍼가 열리듯이 봄 길 환히 열리고 있다
김왕노 시집 <복사곷 아래로 가는 천년>(시작시인선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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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풀꽃문학상 / 나기철
별후別後 / 나기철
눈 피해 눈이 자꾸 갔습니다
그 사이 달라진
머릿결
파동의 남오미자꽃
지금도
낭낭히 들리는
나기철 시집 <지금도 낭낭히>(서정시학 시인선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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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풀꽃문학상 / 안용산
향기는 코로부터 오지 않는다 / 안용산
문득 무엇인지 모르지만
화들짝 놀라고 있다
무엇일까
그렇구나
향기는 코로부터 오지 않고
이렇게
온몸으로 오는구나
이미 알고 있는
것에는
놀라지 않았다
알 수 없는 곳으로부터 다가와야
꽃이다
안용산 시집 <향기는 코로부터 오지 않는다>(시작시인선 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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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풀꽃문학상 / 김수복
모란이 지는 종소리 / 김수복
화성 용주사 저녁 범종은
가슴 깊이 숨을 들여 쉬었다가
멀리 몸속 항아리들을 내보내는데
아랫마을 사람들 둥근 가슴에까지
소리의 뿌리를 담아 재워서
뜰 앞 모란이 지는
그 슬픈 미소에
그 얼굴을 갖다 대어 보네
김수복 시집 <하늘 우체국>(서정시학 시인선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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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풀꽃문학상 / 이재무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 이재무
어항 속 물을
물로 씻어내듯이
슬픔을 슬픔으로
문질러 닦는다
슬픔은 생활의 아버지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고개 조아려
지혜를 경청한다
이재무 시집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실천시선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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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풀꽃문학상 / 윤효
참말 / 윤효
9년에 걸쳐
히말라야 14좌에 오른 산악인이
대답하였다.
열네 번 모두
더 이상 오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와
내려갈 걱정뿐이었다고.
참말은 참 싱겁다.
윤호 시집 <참말>(시학 한국의 서정시 76)
심사평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제는 국민시가 된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를 기념해 공주시가 지원하고 공주문화원이 주관하고 풀꽃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이준관)가 집행한 제1회 풀꽃문학상 수상자가 결정됐다.
수상자는 윤효(尹曉) 시인(서울 오산중학교 교장)으로, 수상시집은 『참말』(시학사)이다. 심사위원은 권달웅 시인, 김유중 서울대 교수, 유재영 시인 등이 맡았다.
시상식은 오는 11월21일 오후 3시 공주문화원 대강당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지난 9월 말로 마감된 이 상에는 63명의 시인들이 근작시집을 응모해주었다.
심사위원 중 김유중 교수는 수상자 선정 이유로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던 후보작은 윤효 시인의 ‘참말’(시학), 천수호 시인의 ‘우울은 허밍’(문학동네) 등 두 시집이었다”며 “윤효 시인의 근작 시집 ‘참말’은 소박하고 평범한 시어들만으로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표현과 시상을 선보인 시집”이었다고 말했다.
김유중 교수는 “그의 말처럼 얼핏 싱겁게 느껴지기도 하나, 읽으면 읽을수록 은은하게 배어드는 서정적 진실의 향취가 묻어나는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이에 비해 천수호 시인의 시집 ‘우울은 허밍’은 구조적으로 짜임새있고 정교한 감이 돋보인다”며 “발상이나 표현면에서 무리없이 참신하면서도 일정 정도 깊이가 느껴져서 후한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유중 교수는 “두 시집을 대상으로 좀 더 세부적인 토론을 진행해본 결과 천 시인의 시집도 그 나름의 분명한 특색과 장점을 갖춘 것은 사실이나 이번 상의 제정 취지에 비추어볼 때 윤 시인의 시집이 좀 더 부합되는 특징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뜻 깊은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된 윤효 시인과 그의 시집 ‘참말’에 진정으로 축하의 뜻을 전한다”며,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꾸준히 우리 주변에서 피어났다 지는 이름 없는 풀꽃들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일깨워주는 듯한 그런 시들을 써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수상자 윤효 시인은 수상 소감에서 “나대지 말 것, 치장하지 말 것, 단칸살림을 하되 단아와 절제를 잃지 말 것, 외롭고 쓸쓸한 자리가 가장 정결한 성소(聖所)임을 알 것, 다만 그 낮은 자리에서 조촐히, 다만 조촐히 나부낄 것………. 꾀죄죄하니 짧고 옹색한 제 시가 작디작은 풀꽃만큼의 울림을 지니고 있다면 그것은 순전히 그들 풀꽃에게서 배운 것이었음을 고백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가장 낮은 자리를 골라 푸르게 물들이고 그 위에 또 저마다의 빛깔을 골라 예쁘게 수를 놓을줄 아는 풀꽃의 미학, 풀꽃의 시학을 앞으로도 내내 보듬고 뚜벅뚜벅 걷겠습니다”라고 밝혔다.
한편 윤효 시인은 56년 논산 출생으로 본명은 창식(昶植)이다.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후 시집 『물결』,『얼음새꽃』,『햇살방석』,『참말』등을 출간했다. 제16회 편운문학상 우수상, 제7회 영랑시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작은詩앗,채송화> 동인으로 서울 오산중학교 교장에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