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三國志) (231) 주유의 끈질긴 계책
주유를 만나고 돌아온 손권은 노숙의 의견을 듣고, 화흠(華歆)을 불러 상소문을 주면서 허도에 다녀오도록 명하였다.
화흠은 곧 동오를 출발하여 허도로 들어갔다.
그리하여 천자 알현을 주청하니, 정욱(程昱)이 화흠을 맞아 상소문을 접수한 뒤, 즉시 승상부로 들어가 조조에게 보고한다.
"강동의 손권이 화흠이라는 사신에게 상소문을 보내왔습니다."
"손권이 사신을 보내와? ... 무슨일로 왔다던가?"
"유비를 형주 태수로 봉해 달라는 상소문을 가지고 왔습니다."
"손권이 어찌하여 유현덕을 형주 태수로 추천한다는 것인가?"
"오후(吳侯)가 이번에 누이동생을 현덕과 혼인시켰다고 합니다."
"뭐야? 손권과 현덕이 처남 매부지간이 되었다구?"
조조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떨어뜨렸다.
정욱은 얼른 찻잔을 집어올리며,
"천군만마의 적진 속에서도 놀라지 않으시던 승상께서 어찌 이렇게 놀라십니까?"
하고, 묻는다.
"정욱! 이 일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나?. 그동안 유비는 물을 얻지 못한 잠용(潛龍)이었는데, 이제 형주를 얻은데 이어, 동오와는 손유동맹에 이어, 결혼동맹까지 맺게 되었으니, 내가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그러나 저는 반드시 그렇게만 생각되지 않습니다. 평소 암암리에 유비를 적으로 여기던 손권이 갑자기 누이동생을 유비에게 보낸 데는 필연코 무슨 곡절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곡절인지 어서 말해 보게."
"손권은 지금이라도 유비를 치고 싶지만, 그리되면 우리가 그 기회에 자신들을 칠 까봐, 사신을 보내서 우리의 동태를 살피려 하는 것과, 둘째는 두 사람의 화친을 우리에게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섣불리 강동을 바라보지 못하도록 하려는 술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음... 합당한 생각이오. 그러면 뭐라고 하는게 좋겠나?"
"동오에서 하늘같이 믿는 자는 오직 주유 뿐이니, 유비를 형주 자사에 봉하심과 동시에, 주유를 남군 태수에 봉하시고, 정보를 강하 태수로 제수하십시오. 그리하면 유비는 그가 점령하고 있는 남군과 강하를 동오에 반환하여야 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강동과 형주 사이에서 필시 분란이 일어날 것입니다."
"과연 좋은 생각이오."
조조는 정욱의 계교가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되어 그길로 천자를 찾아가, 유비는 형주 자사, 주유는 남군 태수, 정보는 강하 태수로 명할 것을 주청하였다.
천자 유협은 사실상 허울 뿐으로 궁 안팎에서 벌어지는 모든 대,소사는 모두 승상인 조조가 처리하고 있었기에, 조조의 주청을 받자, 즉석에서 윤허한다.
그리하여 조조는 사관에게 조서를 쓰게하여 황제의 어인(御印)을 날인하여, 각각 동오의 손권과 형주의 유비에게 보내었다.
...
며칠 뒤, 유비가 공명, 관우, 장비와 함께 회합하던 중에 손건이 들어와 아뢴다.
"주공, 허창에서 조서가 도착했습니다."
유비가 이를 읽어보고 좌중을 향해 입을 연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오. 무슨 일인지 한번 맞춰보시오."
그러자 관우는 공명을 건너다 본다. 공명은 관우의 눈짓의 의미를 알아채고,
"조정에서 작위를 내렸습니까?'
하고,물었다.
그러자 유비가,
"비슷하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동오의 손권이 나를 형주목에 봉해달라고 조정에 상소를 올렸다는군"
"하하하! 그거 잘 됐군요. 주공, 손위 처남에게 인사도 안하고 오셨는데, 화를 내기는 커녕, 커다란 선물을 보내주다니요? 오후는 정말 도량이 넓은 사람입니다."
공명이 이렇게 말하면서 기뻐하였다.
그러자 관우와 장비도 함께 웃으며, 관우가 말한다.
"강동의 오후가 패배를 인정한 가 봅니다. 형님, 조조도 인정했습니까?"
"그런 셈이지, 손권의 상소에 동의했고, 그 외에도 추가로 명이 내려왔는데, 주유를 남군 태수에, 정보를 강화 태수에 봉했네.."
"으흠 ... 묘책이군요. 이런 절묘한 수를 쓰다니 놀라울 따름이군요."
공명이 말을 받았다.
그러자 장비가 공명의 말끝에 묻는다.
"대체 어떤 속셈인게요?"
"손권이 그런 상소를 올린 것은 조조를 겁주기 위해섭니다. 두 집안에 동맹이 견고하니, 침략해 오면 협력하여 상대할 것임을 알리고자 한 것이지요. 동시에 우리가 형주를 놓고 서로 다투고 있는데, 그런 내막을 들키지 않으려는 뜻도 있지요. 그런데 조조는 한 수 위에 있습니다. 손권이 주공에게 형주를 넘긴 사실을 용인했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 추가로 주유를 남군 태수에, 정보를 강화 태수에 봉했습니다. 남군, 강하는 형주의 요지로 우리가 차지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슬쩍 떠보려 하는 것 아니겠소? 남군과 강하 태수 자리를 이용해서 손유동맹이 얼마나 견고한지 시험해 보고, 전쟁을 부추켜 보려는 것이 아니겠소? "
유비가 이렇게 생각을 말하자, 관우가 공명을 향해 묻는다.
"선생, 주유가 이 조서를 가지고 남군태수롤 부임한다면 어찌해야 하오?"
"걱정 마십시오. 주유가 노리는 것은 형양 9군이지, 강하와 남군은 아니니까요."
...
한편, 동오의 노숙은 늦은밤 대도독 주유를 찾아갔다.
노숙이 선채로 주유에게 말한다.
"대도독, 조조는 정말 교활한 자요. 유비를 형주목에 봉하는데 동의하고, 대도독을 남군 태수에, 정보 장군을 강하 태수에 봉하게 했소. 허울뿐인 태수 자리를 이용하여 유비쪽과 우리사이를 틀어지게 하여, 전쟁을 부추키게 하려는 속셈이지요."
"주공도 이 사실을 알고있소?"
"알고 계시오. 내일 주공께서 의견을 물으실 터이니, 그 전에 대책을 논의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밤이 늦었지만 이렇게 찾아왔소. "
"음, 형주의 움직임은 어떻소?"
"매일 군사들을 훈련시키고, 수군은 육구강으로 이동시켰소. "
"우릴 방어하려는군, 선생 앉으시오. 그대와 허심탄회 하게 애기하고 싶소."
"좋소이다. 나도 진작부터 그러고 싶었소. 앉읍시다."
"자."
노숙은 주유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 자리에 앉았다.
주유가 노숙에게 말한다.
"지금 강동은 주공을 제외하고, 우리 두 사람의 손에 달려있소. 안 그렇소?"
"그렇지요."
"허니, 우리 둘의 생각이 일치하지 않으면, 주공을 설득할 수 없고, 강동도 하나가 될 수 없지요. 그렇지 않소?"
"맞소이다."
"우선 내 생각을 말하겠소. 형주는 반드시 취해야 하오. 그렇치 않으면 강동은 편안할 수 없소. 형주를 취해야 북진하여 조조를 치고, 대업을 이룰 수있소. 형주를 취하려면 언젠가 유비와 결전을 치뤄야 하오. 안그렇소?"
"그 말에 동의하오. 단지 한 가지, 형주를 치는 시기에 의견이 다를 뿐이오."
"좋소, 그렇다면 내 생각을 모두 말해 보겠소.지난번에 주공과 같이 왔을 때 말하지 않았던 부분이지요. "
"그때, 유비를 형주목에 봉해달라고 상소를 올리라고 권했지요?"
"그건 첫번째 계획이었고, 두번 째 계획은 유비가 서천을 취하게 재촉하는 것이오. 약조하지 않았소?
유비가 다른 근거지를 얻으면, 형주를 돌려주겠다고 말이오?"
"그랬지요. 유비와 제갈양이 서명한 증서는 주공이 갖고 계시오. "
"선생이 유비를 찾아가서 서천을 취하라고 재촉하시오. 이렇게 계속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오?"
"갈순 있지요, 허나..."
"허나?... 아직 전쟁준비를 못 했다며 시간을 끌 것이 걱정되겠지, 맞소?"
"그렇소, 내 속을 꿰뚫어 보고 있구려. "
"흠, 이미 예상하고 있었소.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면 처음부터 묻지 말아야 하고,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예측한다면, 물어야 하고..."
"하!... 대도독에게 감탄했소이다. 제갈양이 병마부족을 이유로 전쟁준비를 마치지 못했다고 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그게 바로, 세번째 계책인데,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시오. 우린 군사도 군량도 충분하니, 우리가 대신, 서천을 얻어 주겠다고 말이오. 그런 뒤에 서천과 형양 9군을 바꾸자고 말하시오. 그러면 그쪽에서 뭐라고 하겠소?"
"대도독, 영명하시오! 그리하면 제갈양도 할 말을 잃을거요. 그렇지만 대도독, 서천 공격은 쉬운게 아니오. 병사도 많아야 하고, 전선이 길어지면서 보급로와 군량도 많이 소진될 꺼요."
"흠!..."
"으응? 대도독, 네번째 계획이 있는거요?"
노숙은 주유의 자신 만만한 태도를 간파하고 물었다.
그러자 주유는 뜻밖에도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물론이오,"
"말씀해 주시오."
"서천으로 가려면 반드시 형양을 거쳐야 하오, 진군하다가 말머리를 돌려, 형주를 급습하는거요. 유비는 방비를 안하고 있을 것이니, 사흘 내로 형주를 얻게 될 거요. "
노숙은 그 말을 듣자, 대답하지 아니하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서성이며 생각에 잠긴다.
그 모습을 본 주유도 자리에서 일어나 노숙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노숙의 대답을 재촉한다.
"어떻소?"
노숙은 주유의 재촉을 받고서도 입 열기를 주저하다가,
"대도독, 그 방법은 너무 위험합니다. 허나..."
"말하시오."
"주공께서 동의하신다면, 적극적으로 대도독을 지지하겠소. 그리고 절대 번복하지 않겠소."
"좋소!? 내 기필코 형주를 얻고야 말꺼요!"
이렇게 주유는 자신만만한 소리를 내뱉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