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634) - 아르메니아에서 다시 아제르바이잔으로
- 새롭게 떠오르는 코카서스 여행기(5)
1. 동굴 교회 살피고 검은 호수 휘돌다
6월 22일(금), 오전 9시에 버스에 올라 게그하르트로 향하였다. 예레반 시내를 벗어나자 상층부가 구름에 덮인 아라랏산이 웅자를 드러낸다. 40여분 지나 도착한 곳은 가르니의 주상절리 구역, 하늘을 찌를 듯 웅대하게 치솟은 돌기둥의 위용이 장엄하다.

‘돌들의 교향곡’이라 부르는 가르니 주상절리
이어서 찾은 곳은 게그하르트 수도원, 경관이 수려한 아차트 계곡 부근 깊은 산속의 동굴에서 4세기에 시작된 게그하르트 사도교회는 13세기에 그 옆의 큰 바위를 뚫어 암굴 교회로, 14기에 암굴 옆의 지금 교회를 건립하였다. 12사도 중의 하나인 다대오가 십자가에서 예수를 찌른 창을 이곳으로 가져와 수백 년 간 보관하다가 에치미아진 사도교회 박물관으로 옮긴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현 교회와 연결된 암굴교회에 식수로 사용할 수 있는 샘이 있다. 현지가이드는 치유의 효과가 있는 성수라고 설명한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된 교회에 들어서니 한 소녀가 사제로부터 강복성사를 밭는 중, 경건한 삶을 다짐하는 소녀의 앞날에 축복 있으라. 우리 모두에게도.
11시 반경에 게그하르트 사도교회를 출발하여 가르니 신전으로 향하였다.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을 닮은 건축물, 좌우로 깎아지른 협곡을 사이에 둔 신전에 올라 살피는 경관이 수려하다. 이를 탐내듯 신전 주변의 전망 좋은 곳에 고급주택들이 경쟁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전에서 가까운 음식점에서 점심식사, 한국의 칼국수처럼 얇고 둥그런 밀가루 판을 솜씨 있게 반죽하여 화덕에 구워내는 라바쉬 체험을 병행한 점심식사가 운치 있다.

1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는 빵, 라바쉬를 미는 여인
오후 3시 지나 1,900미터 고원에 위치한 세반 호수로 이동하였다. 서울의 두 배나 되는 면적, 길이가 78km로 아르메니아 국토의 5%를 차지하는 큰 호수다. 세반은 검은 호수라는 뜻, 인근의 흑해와 연관이 있을까. 호반 언덕에는 세반 방크 사도교회가 있다. 두 쪽으로 나뉘어 한쪽은 교회탐방, 한쪽은 호수유람이다.
주차장의 안내판에서 익힌 내용, 세반 방크 사도교회의 창립 시기는 9세기(847년)이고 성모에 대한 경배를 중시하는 특성을 지녔다. 교회 안에 들어서니 근엄한 인상의 사제가 제단을 향하여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고 그 옆의 작은 교회 정면에 부착된 아기예수와 성모의 초상이 은혜롭다. 숙연한 마음으로 잠시 묵상.
교회 주변을 한 바퀴 돌며 호수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살폈다. 호수탐방 팀이 탑승한 유람선의 모습 너머로 멀리 보이는 높은 산에는 아직도 눈이 남아 있다. 겨울에는 사방이 눈에 쌓인 설경이 아름답고 스키장도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이다. 먹구름이 끼었다 점차 엷어지며 시원한 날씨, 한 시간여 교회 주변을 산책 한 후 버스에 올라 휴식을 취하노라니 호수 탐방에 나선 일행이 돌아온다. 모두들 즐거운 시간이었다며 밝은 표정, 같은 조의 일행은 선상에서 남겨온 가재를 저녁식탁에 올리겠다고 말한다.
오후 5시 지나 짞까줄에 있는 숙소(아라랏리조트)로 향하였다. 30여분 거리, 여장을 풀고 취향 따라 사우나와 수영 등을 즐기며 휴식을 취하였다. 저녁식사는 뷔페식, 식당의 창밖으로 무지개가 뜬다. 아내는 아르메니아에서 세 번이나 무지개를 본다며 즐거워한다.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풍광을 살핀 아르메니아의 마지막 밤, 모두들 편안히 보내시라.
2. 독수리처럼 날아서 아제르바이잔으로
6월 23일(토), 오전 9시 반에 짞까줄의 숙소를 나서 딜라잔의 하가르친 사도 교회로 향하였다. 전날 살폈던 세반호수 지역을 통과하여 미국에서 성공한 아르메니아 기업인이 지어주었다는 긴 굴을 지나니 호수 주변의 초원지대와는 딴판인 삼림지역이 나타난다. 고개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풍경인 것이 흥미롭다. 한 시간여 지나 깊은 산속의 하가르친 사도교회 입구에 도착하여 10여분 녹음 짙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길옆의 큰 나무에 붙어 있는 두 송이 말굽버섯이 눈길을 끈다.
고개를 넘으니 하가르친 사도교회, 10세기에서 13세기에 걸쳐 세운 3개의 교회 건물을 찾는 행렬이 줄을 잇는다. 하가르친은 ‘독수리가 날다’는 뜻, 축성할 때 많은 독수리가 하늘을 날은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현지가이드가 설명한다. 역사가 깃든 교회를 두루 살피고 벤치에 이르니 중후한 인상의 사제가 혼자 앉아 있다. 사진 찍기를 요청하니 흔쾌히 응낙, 아내와 처제가 그 옆에 앉아 한 컷.

'독수리 날다'는 뜻을 지닌 하가르친 교회
11시 반경 하가르친 교회를 출발하여 한 시간여 달리니 이제반이라는 아담한 도시에 이른다. 도심을 벗어난 한적한 곳에 위치한 규모가 큰 식당이 점심장소, 새로 개업한 듯 손님맞이가 깍듯하다. 정성으로 마련한 점심을 들며 아르메니아의 마지막 식사가 아쉬운 듯, 더러는 간드러진 솜씨로 가곡을 부르며 흥을 돋운다.
오후에는 국경을 두 개 넘어 아제르바이잔으로 가는 일정이 빠듯하다. 점심장소에서 조지아 국경까지 두 시간 코스, 서둘러 버스에 올라 북쪽으로 향한다. 한 시간여 지나니 작은 호수가 나타나고 그 건너편이 아제르바이잔, 가까운 국경을 지나쳐 조지아를 경유하는 우회코스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준전시상태라 직접 출⸱입국하지 못하고 제3국을 거쳐 통행하는 것이다. 조지아의 출국과 아르메니아의 입국은 비교적 수월한 편, 우리가 탄 버스는 조지아 국경(바그라타쉔)을 넘어 아제르바이잔 국경(카작)에서 아르메니아로 돌아간다. 지금까지 동행한 아르메니아 안내자 3명과 이곳에서 작별, 조지아와 아르메니아 탐방 8일 동안 친절하게 안내해준 것을 감사하며 아쉬운 인사를 나누었다.
아제르바이잔 입국 때 아르메니아에서 구입한 물품의 통관이 까다롭다는 소문이어서 긴장하였으나 의외로 전원 무사히 통관절차를 마치며 안도, 오후 5시 넘어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아제르바이잔 안내자들과 반갑게 조우하였다. 아제르바이잔의 숙소는 국경에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간자, 대기 중인 버스에 올라 5시 반에 간자로 향하였다. 안내자의 설명, ‘오늘 묵을 숙소와 저녁 식사 장소 등을 확인하러 어제 이곳에 와 사전 점검을 마쳤다. 오늘 저녁 7시부터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 대한민국-멕시코 전을 관전할 수 있도록 TV를 편안히 볼 수 있는 식당을 선택하였으니 빨리 가서 맛있는 식사 하면서 월드컵 응원도 하시기 바란다.’
아제르바이잔 국경에서부터 날씨가 무덥다. 아제르바이잔의 기온이 34도라고 가이드가 일러준다. 간자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가깝다. 식당에 이르러 TV화면을 살피니 월드컵의 스코어는 1 대 0, 멕시코가 앞선 가운데 전반전이 끝난다. 식당의 음식이 깔끔하고 시설도 쾌적한 편인데 모두들 TV에 몰두, 후반에 다시 멕시코의 역습으로 한 골을 더 내주니 아쉬운 탄성이 터진다. 두 경기 치르며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끝나나 낙담인데 후반 막판 손흥민 선수가 통쾌한 중거리 슛으로 멕시코 골 망을 흔드니 일제히 함성, 어느 여성의 자존심을 지키게 되어 다행이라는 멘트에 모두들 공감한다. 게임에는 승패가 있기 마련,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게 격려와 치하를 보낸다.

월드컵 축구경기 시청하며 식사한 간자의 식당
식사 후 주변의 공원과 시 청사 등을 돌아보는 중 어린이를 데리고 산책 나온 가족들의 모습을 스마트폰에 담으며 환담하는 등 망중한의 시간을 가졌다. 버스에서 내리자 젊은 여성이 코리아를 외치며 격렬하게 환영하여 의아하였는데 젊은 층이 케이팝의 열풍에 휩싸였다는 안내자의 말을 실증하는 사례이기도. 숙소에 여장을 푸니 저녁 10시, 몸은 피곤하지만 ‘독수리 날다’는 교회 탐방 후 두 나라 국경 넘어 바쁘게 보낸 하루가 뿌듯하다. 일행 모두 수고하였습니다. 푹 쉬고 남은 여정 보람된 날로 이어가십시다.
첫댓글 꺄~백년이 넘어도 썩지않는 빵이 있다구요? 와우!
무등산에만 있는줄 알았던 주상절리ㅋㅋ사람들의 키를 훌쩍 넘은 장대함이 멋지네요. 오늘은 지구 어느편에 계시나요?
아르메니아 지도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