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성모병원에 MRI 촬영이 예약이 되어 있어서
아침 일찍 서둘러 나갔다.
좀 일찍 도착하여 촬영실 앞에서 서성이다가
문을 누르고 들어갔다.
마침 대기하는 분이 없어서
8시20분에 촬영에 들어갔다.
기차가는 소리가 들렸다.
장항선열차가 지나가면
손을 흔들어 주며 서울을 동경하던 어릴 적을 생각했다.
여름 뙤약볕에 기찻길은 달아오르고
기찻길 아래 강변에서 멱을 감으며,
너는 아빠, 나는 엄마되어
소꿉놀이 하던 일을 생각했다.
납작꿍이가 된 쇠붙이를 어디에 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사내아이들은 못을 기찻길에 올려놓고
기차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쾅쾅거리며 방앗간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였고
탁!!
드르륵~~~
문을 노크하는 소리도 들렸다.
누가 와서 문을 계속해서 두드리는 것일까?
촬영하는 동안에 움직이면 안된다는 주의사항을 생각하고
두 손을 모아 가슴에 올려놓고 얌전히 누워있는 동안에
기차가 달리기도 하였고
방앗간기계가 돌아가기도 하였으며
기관총소리, 문두드리는 소리도 들렸다.
나는 30분 동안에 여러가지 꿈을 꾸었으며
엄마생각, 아버지 생각, 친구들 생각을 하면서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촬영이 생각보다 일찍 끝났기에
집에 돌아와 잠시 쉬었다가
11시 모임에 참석하기 위하여 집을 나섰다.
종로5가까지 가는 동안
한정거장 더가서 내리지 않기 위하여
안내방송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편안히 앉아있다가 혹은 졸다가도
내릴 정거장에 착 내리는 사람들이 부럽기만한
촌스런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정각 11시에 회의장소에 도착했다.
회의를 마치고 점심도 푸짐하게 먹었다.
마음에 충동이 왔다.
배불리 밥을 먹었으니 몇정거장은 걸어서 가자고.....
중학교시절엔 거의 4km를 도보로 통학을 한 경력이 있고
결혼 후 초임지에서는 기차역까지 아이를 들쳐업고
걸어 다녔는데 지금은 편안한 것만 찾고 게으름만 늘었으니
어쩌자는 것인지....
이제부터다.
나는 버스 정류장을 지나쳐서 걷기시작했다.
마침 낮은 굽의 편안한 구두를 신고 있었다.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버스로 스치듯 지나가던 길을
자세히 살피며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파고다공원쯤엔
사람을 헤치고 걷기가 좀 불편하였다.
경제력이 없는 할아버지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물건들을
좌판에 벌여놓고 장사를 하는 노점상들이 많았다.
한 켤레에 5,000원, 10,000원하는 신발도 있었다.
나도 재미삼아 힐끗힐끗 구경을 하였다.
여기까지만 걸을까 하다가
내친 김에 광화문까지 걸어보자.
걷기에 고수이신 분들에겐 아무것도 아닐테지만
내 자신에게는 정말 대견하기만 하다.
허리가 아프고 왼쪽 티눈이 박힌 발바닥이 좀 아펐지만
걷고 또 걸었다.
싼 가격으로 대박을 터트린 화장품을 샀다.
기웃기웃 쇼핑하면서 1시에서 1시55분까지 거의 한 시간을 걸었다.
정말 잘했다고 나 자신에게 칭찬을 했다.
종로1가에서 옆을 보니 우리집 가는 160번 버스가 왔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버스에 올라타니 쉴 수있는 자리도 있고
남편에게 자랑할 거리가 생겨서
정말 기분이 좋다.
그런데 저녁을 너무 많이 먹었다.
얼마나 밥맛이 땡기는지...
첫댓글 잔잔한 수필을 읽는듯 했어요..눈앞에 그려지듯 선명했구요...글솜씨가 참 좋으세요..기분좋은 하루를 보내셨으니 저녁엔 반신욕을 하시는게 어떨까요...저는 어제 헬스장에서 근력운동을 하다가 어깨를 삐끗했어요,,.ㅜㅜ몸을 충분히 풀어줬는데도 날이 추워서 그랬나봐요,,,봄되면 더 많은 곳을 걷자구요..^^
콩이님 말씀대로 반신욕은 못하더라도 대신에 족욕이라도 할랍니다. 콩이님~ 조심해서 운동하세요. 허리가 부실한 사람들은 늘 조심해야 한답니다.
걷기를 하면서 변화가 오길 시작 하고 부터는 웬만한 거라는 걸어야 한다는 생각에 저도 쪼금만 더 쬐꼼만더 하다 차를 보내고 보내고 한적이 있어요 그후에 기분은 너무 좋지요 아주 잘 하셨네요 일거 양득이라지요 걷고 좋은물건 살수있고 윈드 쇼핑도 하구요^^* 오랜만이시네요
마중을 왜 안 나오시나.....했더니..몸이 좀 안 좋으신가여??..그럴때 쉬라는 말씀 이신듯 하니 좀 쉬어 보세여. 저두 자주 걷는다고는 하지만....가끔은 생각 없이 도심을 걷고도 싶어 집니다. 늘 좋은글 감사 드리고여..빨리 함께 걷게 되기를...바랍니다..^^*
종로길을 같이 걸으듯 합니다. 주위 풍경도 같이 보고요... 우리애가 엄마는 살찌는것 걱정되면 차가지고 다니지말라고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저 잘한 거 맞지요? 어린아이처럼 칭찬받고파 걸은 것을 자랑했네요.ㅎㅎㅎ 모두가 여러 님들 덕분입니다. 여기서 여러분의 체험담을 보고서 배운 것이지요. 그런데 꾸준히가 문제인데 허리아프다는 핑게로 게으름만 피우고 있는 문제어른이랍니다. 감사합니다.
우옷.! 글 읽으면서 잔잔한 노래가 나오니깐 진짜 낭만적이고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