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 이야기
꽁치는 공치라 쓰는 사람도 있으나, 꽁치가 옳은 말이다. 마치 자장면 보다는 짜장면이 더 널리 쓰이듯. 요즘은 두 가지가 다 공식단어가 되었다.
꽁치는 명태와 함께 가장 널리 먹히는 궁민 생선이다.
우리 친구들 중에는 이명숙이란 여친이 두 명이 있는데, 하나는 풍기극장집 딸(작고)이고, 다른 하나는 풍기 시장입구에서 어물전을 하던 이명숙이다.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성격이 밝고 좋은 그를 우리는 꽁치 이명숙이라 불렀다.
절대로 놀려주려 한 것이 아니고 다른 이명숙과 구분짓기에 편해서 그렇게 불렀다. 연전에 풍우회에서 만났는데, 경기도 남양주 진접에 산다고 했다. 역시 밝고 건강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고 반가웠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면, 아니면 연락처를 아는 사람은 알려주길 바란다.
그만큼 꽁치는 서민을 대표하는 생선이었다.
꽁치는 속이 비어있다 해서 空이요, ‘치’자가 붙은 생선은 성질이 급해서 물밖에 나오면 바로 죽어버리기에 ‘치’가 붙었다. 멸치, 갈치, 삼치 등도 그러하다.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잡히며 동해안이 주산지다. 즉 일본, 러시아, 한국에서 즐기는 생선이다.
구이, 조림, 또는 통조림용으로 쓰이고, 겨울철 과매기로 많이 팔리는 어종이다.
이십여년 전, 과매기가 대중화되어 있지 않을 때, 나는 과매기를 직접 만들어 먹었다. 통꽁치를 새끼줄에 꿰어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하여 말리면, 기름은 땅으로 떨어지고 내장은 자체에 흡수된다. 이를 껍질을 벗기고 쇠미역, 봄동, 생김에 쪽파, 마늘, 초장과 함께 싸먹으면 소주 몇 병은 그냥 넘어갔다. 지금 유통되는 과매기는 냉동 꽁치를 양편으로 갈라서 말린 것이라 제맛이 절대로 나질 않는다.
그래도 간혹 옛 방식대로 하는 데가 있으면 천리길을 마다하지 아니하고 가서 먹는다. 겨울철 별미다. 채소를 곁들인 영양식이다. 민물이 조금이라도 들어가면 비린 맛이나니 조심해야한다.
나는 이런 평범한 글을 쓰려고 수고하지 않는다.
꽁치를 먹는 특별한 두 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생물 꽁치를 접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친구들에게는 미안한 노릇이지만.
친구들, 혹시 손꽁치를 아시나요?
딱 요즘 꽁치 산란철에 손으로 잡는 꽁치를 말한다.
손으로 어떻게 꽁치를 잡냐고?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다.
첫째로는 어족 자원이 많이 고갈되었기 때문이고, 둘째는 땟마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땟마는 작은 무동력선을 말한다. 0.5톤도 안되는 뱃전에 배를 대고 엎드려서 마른 바닷풀을 죽 펼치고 그 사이에 손을 넣고 기다리면 풀에 산란을 하기 위해서 꽁치가 밀려들고, 쉽게 산란하기 위하여 손 사이로 끼어들면 쉽게 잡을 수 있는 게 손꽁치였다.
손꽁치는 신선하고 상처가 없기에 아주 인기가 있었다.
이즈음, 5월 상순에 맛볼 수 있는 게 꽁치회다.
꽁치를 찟어서 머리와 내장 부분만 제거하고 고추냉이 또는 초장에 찍어먹기도 하지만, 주문진 사람들은 누리대라고 하는 산나물에 싸서 먹기를 좋아한다. 누리대는 강한 향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으나, 먹어보면 그게 왜 필요한지를 알게 된다. 먹을 때는 고래회충(아나사키스)을 조심해야하니, 아침에 찢어 놓았다가 저녁에 먹으면 그런 염려가 없어진다. 고래회충은 심한 복통을 일으키는데, 큰 멸치회를 먹을 때도 잘 살펴서 먹어야한다. 그러나 나는 한번도 그것 때문에 고생한 적은 없다. 기름지고 고소한 회가 일품이다.
또 한 가지 꽁치 먹는 법은, 꽁치로 젓갈을 담그는 것이다!
적은 양으로는 담그지 않고 최소 백 마리는 넘게 담근다.
방법은 까다롭지 않다. 꽁치에 소금만 듬뿍 뿌려서 잘 뒤섞어서 항아리에 꼭꼭 눌러 담아두었다가 가을에 먹으면 된다. 나처럼 성질 급한 넘은 가을 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한두달 이상만 지나면 몇 마리씩을 꺼내서 쌀뜨물에 담궈서 소금기를 좀 제거하고 구워서 먹는데, 이미 결이 삭은 꽁치맛은 가히 환상적이다.
꽁치 젓갈은 물기가 적고 비린 맛이 없으며 향이 좋아서 최고급 젓갈에 속하나, 파는 곳이 마땅히 없어서 집에서 담그는 게 좋다. 멸치젓처럼 찢어서 밥과 함께 쌈을 싸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달고 맛이 있다.
꽁치젓을 넉넉히 담궈서 물고기 유인제로 쓰니, 젓갈을 양파자루에 담아서 파도가 치는 낭떠러지에 매달아 놓고 낚시를 하면, 위로는 학꽁치(사요리)를, 아래로는 감성돔을 유인하는데 가장 좋다. 멸치젓이 없으면 오징어 내장(오징어 할복장에 가면 얼마든지 공짜)을 사용해도 좋다. 이들을 뱃전에 매달아 놓고 낚시를 하기도 한다. 엄지 손가락 보다 굵은 학꽁치가 몰려드는 모습은 장관이다.
그러나 이젠 불행하게도 연안에서 꽁치가 잘 잡히지 않는다. 주문진에서도 꽁치회를 먹을 수 있는 횟집은 한 군데 밖에 없다. 포항 과매기도 모두 냉동 꽁치를 쓴다.
연안 꽁치는 기름기가 없어서 과매기가 맛이 없다.
오늘은 꽁치 회무침으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5월 2일, 입하를 코 앞에 두고 대관령과 대청봉에 눈이 쌓였다. 바람도 차다.
辛丑年 立夏節
豊 江
첫댓글 꽁치는 싱싱한 것은 소금구이(시오야끼)가 좋고, 보통은 졸여서 먹는데, 상사(喪事)나 자치등 많은 양을 만들 때는 큰 가마솥에 곤드레나 시래기를 깔고 그 위에 공치를 도막처서 놓고 거기에 고춧가루 마늘 간장으로 간을하면 최고요, 집에 서는 압력솥에 이와같이 해서 익히면 가시뼈를 무시하고 맛있게 먹을 수 이지요.
잔치 등에의 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