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 5초, 7말의 가속노화·나잇살…
'덜 먹기 전략' 안 통한다
안철우 연세대 의과대 교수
입력 2026.04.06.
[MOGI 호르몬을 잡아라! 몸이 달라진다]
성장호르몬 줄어 '덜 회복되는 구조'로
재료 없으면 지방 분해·근육 유지 안돼
독일의 유물론자 루트비히 포이어바흐는 “인간은 그가 먹는 것이다(Man is what he eats)”라고 말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뜻이다. 문화마다 고유한 음식이 있고, 사람은 그 음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동양에서는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고 보았으며, 음식으로 처방을 내리고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했다. 음식은 생명을 살리는 귀한 것이기에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인식했다.
가속 노화기를 맞이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 역시 ‘먹는 것’이다.
가속 노화기, 몸은 왜 급격히 변화할까
40대 중반, 50대 초반 그리고 70대 후반은 몸이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하는 구간이다. 소위 ‘가속 노화기’라 불리는 이때는 이전과 같이 생활해도 살은 더 쉽게 찌고, 피로는 더 오래가며, 회복은 더디다.
변화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호르몬 측면으로 보자면 성장호르몬의 감소가 눈에 띈다. 근육을 유지하고, 지방을 분해하고, 세포를 회복시키는 성장호르몬의 감소로 우리 몸은 ‘덜 회복되는 구조’로 바뀐다.
흔히 가속 노화기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변화를 받아들이며 무너지는 방향과 변화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방향이다. 변화를 이해하고 관리하는 이들은 근육이 유지되고, 피로가 덜 쌓이며, 회복 속도도 이전과 비슷하다.
노화의 속도를 가르는 갈림길에서 사람들이 가장 먼저 점검하는 것 중 하나가 식습관이다. 그리고 많은 이가 선택하는 식습관 전략은 의외로 단순하다.
“덜 먹자.”
‘나잇살’이 붙는 시기에 칼로리를 줄이는 것은 효과적인 방식으로 비친다. 게다가 소화력도 갑자기 떨어져 더 먹으려야 먹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법은 절반만 맞다.
“덜 먹자”는 전략이 절반만 맞는 이유
나이가 들수록 체지방이 느는 것은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우리 몸은 에너지를 덜 쓰는 상태가 되는 것뿐만 아니라, 근육을 유지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단백질을 흡수하고 활용하는 효율이 감소하고, 근육은 점점 줄어든다. 이때 단순히 식사량만 줄이면 몸은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근육부터 분해한다. 결과적으로 체중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근육은 빠지고 지방만 남는 구조가 된다. 겉보기에는 가벼워졌지만, 실제로는 더 쉽게 지치고 더 쉽게 살이 찌는 몸으로 바뀐다.
식사량 감소는 성장호르몬의 감소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장호르몬은 근육을 유지하고 지방을 분해하며 몸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호르몬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재료’가 필요하다. 바로 단백질이다. 아무리 성장호르몬이 분비되어도 몸 안에 필요한 영양소가 부족하면, 회복과 재생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결국 ‘덜 먹는’ 전략이 지나치게 지속될수록, 몸은 회복하지 못하고 더 소모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덜 먹기보다 정밀하게 먹기
40대 중반, 50대 초반, 70대 후반에는 ‘덜 먹기’보다 ‘정밀하게 먹기’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 불필요한 열량은 줄이되, 꼭 필요한 영양소는 더 신경을 써서 채워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정제된 탄수화물이나 당류는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 몸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미량 영양소는 충분히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식사의 구성을 바꾸면 같은 양을 먹더라도 그 구성에 따라 몸의 반응은 전혀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단백질은 전 생애에 걸쳐 몸을 유지하는 핵심 자원이다. 성장 호르몬이 아무리 신호를 보내도, 근육을 만들 재료가 부족하면 몸은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흥미로운 점은,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 필요량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근육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근 감소’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다는 이유로 “이제 고기는 줄여야지”라고 마음먹을 필요는 없다. 특히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이유로 붉은 고기를 완전히 끊는 이들이 있는데 전문가들도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다. 붉은 고기는 과하게, 자주, 기름지게 먹는 방식만 피하면 된다. 주 2~3회, 적당량을 채소와 함께 섭취하면 된다. 여기에 생선, 달걀, 콩류 같은 다양한 단백질원을 섞어주면 몸은 훨씬 안정적으로 반응한다. 다양한 재료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이상적인 식사법이다.
단백질 섭취 ‘타이밍’이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많은 사람이 단백질을 저녁에 몰아서 먹는다. 그러나 우리 몸은 한 번에 많은 양의 단백질을 처리하지 못한다. 아침과 점심, 저녁에 나누어 섭취할 때 근육 합성과 회복이 가장 잘 이루어진다. 특히 아침 단백질은 하루 컨디션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혈당 변동을 줄이고, 에너지는 안정적으로 공급한다.
일례로 달걀은 이 지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다. 간단하면서도 영양 구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완전식품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필수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고르게 들어 있다. 하루 한두 개의 달걀은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전략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어나는데, 진료실에서도 단백질 파우더나 각종 보충제에 대한 질문이 쏟아진다. 대답은 단순하다. 식사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면 굳이 필요 없다. 하지만 식사량이 줄거나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다면, 보충제는 실용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다만 기본은 언제나 식사라는 점은 기억해야 한다.
물론 단백질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줄이면 에너지가 떨어지고, 지방을 무조건 피하면 호르몬 균형이 무너진다. 특히 성장호르몬의 상당 부분은 수면 중에 분비되기 때문에, 수면의 질이 낮으면 아무리 좋은 식단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하나의 영양소가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이다. 그 흐름은 나이가 들수록 더 정교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결국 잘 먹는다는 것은 지금 몸에 맞는 식사를 선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