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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두부 한 모 통에 담아주세요”
개인·업체·지자체 등 생활 속 플라스틱 줄이기 ‘용기내 챌린지’ 활발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창동 신창시장에서 한 가게 주인이 두부를 다회용기에 담고 있다.
“사장님, 두부 한 모 이 통에 담아주세요.”
지난달 30일 서울 도봉구의 한 재래시장을 찾은 기자의 첫 ‘생활 속 플라스틱 줄이기’ 실천 구매현장. 두부 상점의 업주 A씨는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는 설명을 하자, “이런 취지는 저희도 좋아요”라며 기자가 가져온 플라스틱 통에 두부를 잘 담아 주었다. 기존 방식대로 같은 두부를 사면 플라스틱 통에 담긴 두부를 다시 비닐 봉지에 싸서 2개의 1회용품이 발생한다. 그러나 기자가 직접 통을 가져감으로써 플라스틱과 비닐 모두 절약할 수 있었다.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창동 신창시장에서 한 곡물 가게 주인이 기자가 가져온 통에 콩을 가득 담아주었다.
이번엔 시장 내 콩 류를 파는 상점에 들렀다. 서리태는 1kg 단위로 팔지만, 이를 조금만 필요로 했던 기자가 작은 통에 담아달라고 부탁하자, 업주는 흔쾌히 승낙해줬다. 업주 B씨는 통에 콩을 가득 담은 후, 무게를 재더니 300g이 나오자 원가격의 4분의 1 가격만 달라고 했다. 덕분에 기자는 필요한 만큼만, 그것도 약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었다.
기자가 이 날 1회용품 없이 장을 본 식료품들.
이날 시장에서 기자가 용기를 가져감으로써 안 쓰게 된 1회용품은 비닐 5개, 플라스틱 2개로 총 7개다. 이 친환경소비의 성과물은 기자가 시민 실천의 차원에서 스스로 시도해도 성과가 나온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지만, 판매자 차원에서도 다회용기를 이용해 물건을 사면 혜택을 주는 시장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망원시장에서는 지난해 5월을 시작으로 전국 전통시장 중 최초로 ‘용기내! 망원시장’ 캠페인을 시작했다. 친환경 시장을 선언한 망원시장에서는 개인용기를 가져와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에 쿠폰을 지급하고, 쿠폰 1장당 10리터 종량제 쓰레기봉투 1장과 교환해 준다. 쿠폰을 15장 이상 모으면 글라스락 유리 용기로 바꿔주기도 한다. 또, 충청북도 청주의 육거리종합시장·두꺼비시장 등 총 6곳에서도 쿠폰 3장을 모으면 10리터 종량제봉투 1장으로 교환해 준다.
이렇듯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이 속속 등장하는 배경에는 플라스틱의 양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기 때문.
환경부와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가 지난해 5월 발간한 보고서 ‘배달용기 감량을 위한 표준화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배달 용기 및 테이크아웃용기 생산량 현황은 19년 약 9만2695t에서 20년 약 11만957t으로 전년 대비 약 19퍼센트나 증가했다. 한국플라스틱포장용기협회 관계자는 “업체 의견을 물어보면 2021년에는 약 20~30퍼센트 증감했고 13만t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까지는 매년 12퍼센트 가량 증가해오다 20년 20% 가까이 증가했고 코로나19로 배달 음식 주문이 급증한 지난해에는 이보다 더 많은 20~30%대의 증가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코로나 이후 플라스틱 배출 증가 속도가 2~3배 빨라졌다는 말이다.
이처럼 증가하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캠페인인 용기내 챌린지는 환경에 관심이 많은 배우 류준열씨가 지난 2020년 4월 그린피스와 함께 시작한 캠페인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하고 오래간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 쓰고 버려진 플라스틱은 우리 건강에 해로운 존재로 되돌아 온다. 아무데나 버려진 플라스틱은 해양에 많이 퍼져 있는데 바다에 흘러들어간 플라스틱이 햇빛의 영향을 받으면 플라스틱은 얇아지면서 점차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그 미세 플라스틱은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몸속으로 들어가 그 생물들은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되어 결국 우리의 몸속까지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이다.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에서 실시하는 다회용기 배달 '리턴잇'
배달을 시키자 다회용기에 음식이 담겨왔다.
이처럼 플라스틱 줄이기의 중요성을 반영하듯, 이 친환경 노력에는 일반 시장의 매장들 뿐 아니라 지자체도 참여하고 있다. 경기도 공공 배달앱인 배달특급의 다회용기 시범사업이 그 한 예. 이 사업은 다회용기를 쓰는 가맹점 중 희망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음식을 배달할 때 1회용품 대신, 스테인레스 용기에 음식을 담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배달특급은 지난해 7월부터 경기도 화성시 동탄을 시작으로 올 3월에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다회용기 시범사업을 이용한 한 소비자(용인시 수지구 거주)는 “스테인레스 용기인 만큼 소비자가 직접 씻어서 지정된 반납장소에 반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고 전했다.
플라스틱없을지도(출처:그린피스)
물론 환경단체도 플라스틱 줄이기에 동참하고 있다. 잘 알려진 ‘그린피스’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그린피스는 1971년 설립된 국제 환경보호 단체로, 대형마트·식품회사 등을 대상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과 1회용 포장재 감축 로드맵을 제시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린피스는 지난 2018년 11월부터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는 ‘플라스틱 제로’ 캠페인을 진행해 왔다. 서포터와 자원활동가, 시민 등 32명과 함께 만든 ‘플라스틱없을지도’는 해당 캠페인 중 하나다. ‘플라스틱없을지도’는 서울에서 1회용 플라스틱 소비 없이 장을 볼 수 있는 가게를 보여주는 지도다. 장바구니와 다회용 용기를 가지고 갈 경우, 식료품을 플라스틱 포장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제공하는 곳을 소개한다. 그린피스 염정훈 플라스틱 캠페이너는 “올해도 계속해서 대형마트와 식품 회사들에 플라스틱 사용 감축과 포장재 재사용 시스템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며 “플라스틱 사용 감축 선언을 한 기업의 플라스틱 감축 이행을 지속해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플라스틱을 줄이고 더 나아가 기후위기 방지에 동참하기 위한 고민에서 출발한 실천은 사람들의 행동뿐 아니라 기업의 변화도 이끌어냈다. 서울특별시 사이트에는 시민들이 제로마켓을 이용하는데 동참하게 하기 위해 서울시 내에 있는 대형마트 매장에 입점한 제로마켓 개장 지점을 공지했다. 제로마켓이란 1화용 포장재를 쓰지 않고, 세제와 샴푸, 화장품 등 리필이 가능한 제품을 필요한 만큼만 무게를 재서 살 수 있는 친환경 매장으로 매장 내 전용용기나 개인이 가져온 다회용기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홈플러스의 제로웨이스트 샵이 있다.
홈플러스 남현점 제로웨이스트 팝업스토어 매장.
지난달 30일 이 매장을 방문해보니, 재활용이 가능한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방세제와 세탁세제, 섬유유연제를 미리 준비해간 다회용기에 1g당 정해진 가격에 담아갈 수 있다. 이 외에도 샴푸와 세제, 화장품 등 리필제품뿐만 아니라 대나무 칫솔, 천연수세미, 다회용 빨대, 샴푸바 등 친환경 제품도 판매를 하고 있었다. 제로웨이스트샵이 있는 홈플러스는 월드컵점, 합정점, 신도림점, 서울남현점 총 4지점이 입점해 있다.
홈플러스 제로웨이스트 팝업스토어 주방세제.
홈플러스 서울남현점에서 준비해간 다회용기로 주방세제를 직접 구입해봤다. 가격은 1g당 6원으로, 총 235g을 1,410원에 주방세제를 저렴한 금액으로 구입했다.
이니스프리는 리필스테이션(강남직영점).
화장품 기업 이니스프리는 리필스테이션 가게를 강남직영점과 건대에 마련했다. 매장에 빈병을 가져가면 샴푸와 핸드워시를 1g당 정해진 금액으로 원하는 만큼 리필해갈 수 있다. 오직 ‘리필스테이션’에서만 기존 제품가 대비 40퍼센트 저렴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외에도 종로구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공병공간점도 있다.
이니스프리는 리필스테이션(강남직영점)에서 구매한 핸드워시.
기자는 빈병을 준비했지만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오염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선착순 100명 이내에서 빈병을 현장에서 제공하기도 한다. 핸드워시는 1g당 25원으로 총 200ml를 5,000원에 저렴한 금액으로 구입했다.
한림대학교 CLC 앞 순환 자원 회수로봇.
수퍼빈 공식사이트 회수로봇 설치위치
수퍼빈(SuperBin)에서는 인공지능 순환자원 회수로봇을 지역 곳곳에 설치, 페트병과 캔을 수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수로봇 안에 라벨을 제거한 재활용 마크가 있는 페트병과 음료 캔을 넣으면 이를 포인트나 영수증으로 바꿔준다. 페트병과 캔 모두 1개 당 10포인트로 2000포인트 이상부터는 현금으로 환전 가능하다. 회수로봇의 설치 위치는 공식사이트 ‘수퍼빈’이나 공식 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상암 월드컵경기장 메가박스 다회용기 컵
상암 월드컵경기장 메가박스 다회용기 컵 전용 수거함
메가박스에서는 1회용품 대체 서비스 전문 기업인 ‘트래쉬버스터즈’와 협업해 1회용 컵 대신 다회용기를 도입한 ESG 경영, 즉 환경보호(Environment)·사회공헌(Social)·윤리경영(Governance)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현재 상암 월드컵경기장 지점에서 시범 운영 중이며, 다회용 컵으로 음료를 주문하면 7월31일까지 1000원 할인된 가격인 1500원에 구매 가능하다.
또한 매장 내에는 다회용기 컵 전용 수거함이 설치되어 있어 음료를 마신 뒤 뚜껑과 컵을 분리해 반납하면 트래쉬버스터즈가 수거해 다회용기 6단계 전문 세척 및 UV-C 살균 소독과 검수 과정을 거쳐 1회용 컵의 약 6배 이상 청결하다는 것이 업체측의 설명이다. 다회용 컵은 300~400회 정도 사용가능하다.
이렇듯 기업과 환경단체 등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동참에 참여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도 플라스틱을 절감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예정이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송관성 주무관은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 “환경부는 지난 2020년 범정부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생활폐기물 탈플라스틱 대책을 보완·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주무관은 “플라스틱 대신 다회용기 사용에 대한 지원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1회용컵 보증금 제도를 시행해 그동안 버려지던 플라스틱의 재활용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original unverpackt 공식 홈페이지 매장
플라스틱 범람의 문제는 국내 뿐 아니라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문제이기 때문에 우리의 노력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2014년 독일에서 세계 최초의 제로웨이스트 매장(Unverpackt store : 포장없는 가게) ‘original unverpackt’가 세워져 전 세계로 제로웨이스트 매장이 확산되었다. Unverpackt는 독일어로 ‘포장되지 않은’이라는 뜻이다. ‘original unverpackt’에서는 식료품과 과자, 음료, 청소용품 등을 1회용 포장 없이 판매하고 있어 고객들은 상품을 담아갈 용기를 가져와 해당 용기에 원하는 상품을 필요한 만큼 담아 구입하고 있다.
gramm genau 공식 인스타 ‘에코 딜리버리’ 서비스
또한 프랑크푸르트의 ‘gramm genau’는 포장 없는 가게이면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구매 시에도 상품을 자전거로 배송해주는 ‘에코 딜리버리’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한림대에 수업을 듣고 있는 독일 유학생 헬린씨는 “독일에서 ‘original unverpackt’ 매장은 아주 잘 알려져 있다”고 말해 친환경소비를 추구하는 제로웨이스트 매장의 독일 내 인지도를 짐작케 했다.
출처: 그린피스 보고서 [플라스틱 대한민국: 일회용의 유혹]
‘기후위기, 내 삶의 위기, 내 사람의 위기’ 특강서 전자서명을 권장하고 있는 타일러 라쉬
시민에게 환경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친환경 소비의 필요성 인식 강화를 위한 환경특강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WFF(세계자연기금)의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방송인 타일러 라쉬는 지난달 19일, ‘기후위기, 내 삶의 위기, 내 사람의 위기’라는 주제로 환경특강을 진행했다. 그는 자리에서 “기후위기의 핵심적인 문제는 화석연료”라며 온실가스가 대기에 축적이 되면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점점 따뜻해지는 이유를 설명했다. 타일러는 “혼자서 환경을 위해 실천하는 것은 약 0.00000003%로 효과가 없다”며 “다같이 실천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본인보다 큰 영향력에 투자하기 위한 세 가지 실천으로 ‘투표’와 ‘친환경 소비’, ‘말하기’를 강조했다. 즉, △기후위기, 환경정책이 있는 후보자에게 투표하기. △친환경 인증마크 있는 제품 구매하기 등 친환경 소비 실천, △환경 주제 말하기를 제시했다.
친환경 소비 실천에 “같이 동참하고 싶어지고 해야만 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작은 실천들이 개인, 영업체, 지자체, 사회단체, 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으로 진행중이다.
김소현·김주연·이선재·임혜린 대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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