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살 때의 이야기 입니다.
그때 당시 저는 친한 친구와 그 친구의 남자친구랑 셋이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랜 통화를 마친 후 12시가 지나서야 저는 친구에게 “야 나 내일 회사가야 됨 빠이~” 라며 통화를 끊었습니다.
통화를 마친 후 잠에 들고 얼마 안 있어. 제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습니다. 평소에도 잠 귀가 밟았던 저는 진동이 울리는 걸 무시하지 못한 채 핸드폰을 확인했습니다.
새벽 2시 30분 정도였던 거 같습니다.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잠들기 전 통화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친구가 드디어 미친 건가 제가 이따 회사 가는 걸 뻔히 알면서도 전화한 것에 살짝 화가 났던 거 같습니다.
그래서 별거 아닌 일로 전화한 거면 진짜 화낼 거다 라는 생각으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를 받고 한 10초정도 정적이었던 거 같았습니다. 저는 전화는 자기가 먼저 했으면서 아무말도 하지 않는 친구에게 순간 화가 나 “왜 전화했어?” 라며 띠꺼운 말투로 말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한없이 힘없는 말투로 “그냥..” 이라며 말을 이었습니다. 그때 살짝 잠이 깼던 거 같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친구와 4년을 친구로 지내왔지만 그런 목소리는 처음 들었습니다.
친구 목소리가 맞는데도 어쩐지 친구가 아닌 거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도 저는 내일 회사를 가야 했고 친구가 별 것도 아닌 일로 전화를 한 것 같아 화가난 저는 친구에게 “할말 없으면 끊어도 되지?” 라고 말했습니다. 친구는 아까와 같은 말투로 “응” 이라며 말을 이었고 저는 전화를 끊고 다시 잠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잠에서 깨어 준비를 하던 도중 아까 새벽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혹시라도 크게 남자친구랑 싸워서 저한테 전화한 것인데 제가 너무 신경을 못 써준 거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친구에게 ‘전화 왔을 때 목소리 안 좋아 보이던데 뭔일 있었어?’ 라며 연락을 보내봤지만 낮과 밤이 바뀐 친구여서 그런지 제 연락을 전혀 안보더군요. 뭔가 걱정이 됐던 저는 몇차레의 연락(테러)를 마친 후 회사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때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저는 받자마자 너 괜찮냐면서 왜 연락을 안 보냐고 물었고 친구는 잠도 덜 깬 상태로 저에게 그게 무슨 소리라며 물었습니다.
저는 그때의 상황을 설명하며 혹시 남자친구랑 싸웠어? 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친구는
“뭔소리야 나 그때 자고 있었어 아니 애초에 나 계속 남자친구랑 통화 중이었는데 잠결이라고 쳐도 너한테 전화를 어떻게 해”
라며 말을 이었습니다. 순간의 정적이 흐르고 저는 친구에게 “너 통화 목록 확인해봐” 라는 말을 하였고 통화 목록을 확인 해보니 2시 30분경 저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 찍혀져 있었습니다.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요. 친구도 저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너무 무섭다면서 오두방정을 다 떨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가끔 그 일이 떠오를 때면 아직도 그 목소리가 생각납니다.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한없이 텅빈 공허한 목소리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