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깊은 곳에선 껍데기 없이 산다
심해 속엔 탄산칼슘의 양 부족
깊을수록 외피 부드러운 종 분포
태평양 심해에서 촬영한 생명체 ‘유리해면’. 사진 출처 네이처 ⓒ Smartex Project/NERC
수심이 깊은 ‘심해’는 어둠의 세계이자 미지의 영역이다. 생물이 살기에 척박한 환경인 만큼 과거에는 이곳에 생물이 없을 것으로 여겨졌지만 탐사 기술의 발전으로 심해 생태계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에릭 사이먼레도 영국 국립해양학센터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심해의 깊이에 따라 다른 생물종이 서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25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심해는 바다 면적의 90%를 차지한다. 바다는 얕은 바다인 천해, 중간 깊이인 중심해, 깊은 바다인 심해로 나뉘는데 수심이 2km 이상인 심해가 바다 공간 대부분을 차지한다. 심해는 지구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넓은 공간이지만, 지구상에서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이기도 하다.
바닷속으로 2km 이상 내려가면 햇빛이 침투하지 못해 완벽한 암흑에 이른다. 평균 수온은 0.5∼3도로 낮다. 10km 깊이로 내려가면 1000기압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압으로 인간이 탐사하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진다. 심해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지만 탐사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곳에 사는 생물종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연구팀은 심해 수심에 따라 서식하는 생물종의 외피에 차이가 생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이 태평양의 한 지역인 클라리온-클리퍼턴 해역에서 크기 10mm 이상인 심해 생물 약 5만 마리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분석에 따르면 심해 3.8∼4.3km 깊이에는 연산호, 거미불가사리, 껍데기가 있는 연체동물 등이 살고 있었고 4.8∼5.3km에는 말미잘, 유리해면처럼 외피가 부드러운 생물이 주로 존재했다.
연구팀은 깊은 곳에 단단한 외피를 가진 생물이 적은 것은 해수에 껍데기를 형성하는 탄산칼슘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현재 기후변화와 화학물질 침투로 발생하는 해양 산성화 등의 영향으로 심해 생태계 환경이 바뀔 수 있으며 이는 생물종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