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수출 유발 효과 얼마나
한류 영향 품목 수출증가율 13.7%… 총수출 증가율의 2.5배
작년 콘텐츠 수출금액, 가전·섬유보다 커… 편중은 해결해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화장품·음악·방송 등 한류 밀접품목의 수출이 급증하면서, 한류의 수출유발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총 37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류 확산의 경제적 효과 추정’을 통해 이처럼 밝히고 금융지원 확대와 인프라 확충을 통해 기업의 적극적인 한류 콘텐츠 제작 유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국 <유에스뉴스>와 와튼스쿨의 ‘글로벌 문화적 영향력 랭킹’에 따르면, 한국 문화가 국제적으로 미치는 파급력은 2017년 세계 31위(80개국 중)에서 2022년 7위(85개국 중)로 5년 새 24단계 급등했다.
이처럼 한국 문화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음악·방송 등의 문화콘텐츠 수출이 확대된 것은 물론, 국가브랜드 제고로 화장품(K-뷰티)·가공식품(K-푸드) 등 한류와 밀접한 소비재 수출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이들 한류 밀접품목의 연평균 수출증가율은 13.7%로 같은 기간 국내 전체 수출액의 연평균 증가율 5.4% 대비 약 2.5배 수준이다. 한류 품목의 부문별 수출증가율은 문화콘텐츠 15.7%(음악 11.9%, 방송 11.8% 등), 화장품 16.6%, 가공식품 7.8% 등이다.
한경연이 통계모형과 산업연관분석을 활용하여 한류의 경제적 효과를 추산한 결과, 한류 확산이 2017~2021년 동안 소비재·문화콘텐츠 수출 신장을 통해 유발한 생산액은 총 37조 원에 달했다.
그 중에서 30조5000억 원은 소비재 수출 증진, 6조5000억 원은 문화콘텐츠 수출 증진을 통해 발생했다. 같은 기간 한류가 창출한 부가가치액은 총 13조2000억 원으로, 소비재 수출 증가로 9조9000억 원, 문화콘텐츠 수출 증가로 3조3000억 원이 각각 유발됐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한류는 문화콘텐츠 수출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의 한국 제품 선호도를 높임으로써 소비재 수출에도 기여하는 등 그 경제적 가치가 상당하다”며, “문화콘텐츠 산업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와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기업의 적극적인 한류 콘텐츠 투자 확대를 유도하여, 한국 문화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업계 “수출 지원체계 개편해달라” = 이처럼 콘텐츠산업의 수출유발 효과가 그 어느 때보다 커진 가운데 콘텐츠업계는 콘텐츠별 맞춤 수출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한 ‘제4차 수출 확대를 위한 산업계 릴레이 간담회’에서 게임·음악·방송·캐릭터 분야 콘텐츠 기업 관계자들이 현장 애로를 호소했다.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회원서비스본부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우리나라의 콘텐츠 수출 규모는 약 133억 달러로, 대표적인 수출 품목인 가전(80억 달러), 섬유 제품(123억 달러) 수출액을 상회했다”면서 “광고 부문을 제외한 게임·음악 등 콘텐츠 산업의 전 분야에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콘텐츠 수출액 증가가 화장품·가공식품 등 소비재 수출 확대를 이끌어 낸다는 분석도 있는 만큼 콘텐츠 산업은 우리의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콘텐츠 수출의 70%는 아시아 지역에 편중되어 있고, 전체 수출액의 절반 이상이 게임에서 발생하는 등 지역 및 분야별 편중에 따른 한계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김현규 한국모바일게임협회 수석부회장은 “게임 산업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산업으로, e스포츠가 아시안 게임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올해 우리나라의 게임 시장 규모는 전 세계 게임 시장 규모의 7% 수준인 약 2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국내 게임 업체들이 태국 진출을 희망하고 있으나, 태국의 외국인 사업 허가(FBL, Foreign Business License)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게임 업체의 수출 확대 및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법령, 절차 등에 대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태봉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 회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주춤했던 캐릭터 산업의 수출은 2021년 7.2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캐릭터 라이선싱(Licensing) 시장을 개척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콘텐츠 산업 분야의 전체 매출 중 캐릭터 산업의 매출 규모는 전체에서 5~6위 수준”이라면서 “하지만 캐릭터 산업에 대한 지원 예산이 적은 편이고, 캐릭터 산업에 대한 개별 진흥법이 없어 기업 성장에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라이선싱 수출 위주인 캐릭터 산업의 경우 한번 수출하면 끝이 아니라 캐릭터의 인기에 따라 장기로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면서 “캐릭터 산업의 장기 성장과 신 시장 개척을 위한 로열티(Royalty) 비즈니스 모델 강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도형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팀장은 “지난해 음반 수출액은 약 2억 3천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면서 “K-팝 공연이 중단됐던 팬데믹 기간에도 음반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음악에 대한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해외 공연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중과세 방지 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아티스트 출연료에 대해 과도한 세금을 청구하고 있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에서 음반을 제작·배포하기 위해서는 유통 목적에 따라 서로 다른 세 가지 코드(GTIN-13, MUSIC.UCI, ISRC)를 각각 발급받아야 해 산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면서 “코드 연계 발급·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한 절차 간소화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한 방송영상 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 제작 단가 상승으로 인해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자금력이 풍부한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로부터 제작 지원을 받는 경우 지식 재산권(IP)을 가져가는 등 하청기지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박진우 티빙 부장은 “예능 프로그램 수출 시 방송 콘텐츠에 사용된 해외 음원의 경우 현지 저작권 문제로 음원 삭제 등 추가 편집을 해야 한다”면서 “음원·자막 등에 대한 수출용 콘텐츠 제작 가이드라인 마련 등 수출용 콘텐츠 생산을 위한 단계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상품 수출과 관련한 해외 시장 정보는 많지만, 서비스 수출과 관련한 정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업데이트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편”이라면서 “콘텐츠 산업의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정보의 적시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홍규 오로라월드 콘텐츠랩장은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기획부터 완성까지 장기간 소요된다”면서 “반면 시장의 트렌드는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제도 규제 완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종균 케이타운포유 부대표는 “콘텐츠 제품 수출의 경우 소포장 직배송이 많아 부피 무게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당사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부피를 줄여주는 자동 포장재 솔루션 장비를 도입해 해외 주문량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하며 “수출 확대를 위해 기업이 스스로 노력해 돌파구를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성화 원스톱수출수주지원단 부단장은 “오늘 간담회를 통해 콘텐츠를 비롯한 서비스 산업 수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며 “유관 부처 간 협업을 통해 오늘 제기된 애로와 건의에 대해 신속히 검토하고,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빨리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무역신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