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존이 나에게 God게임을 전해주기로 한 날이다. 영상매체의 신(新)세기라 불리는 21c기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God게임은 구시대의 산물이겠지만, 버전업이 나날이 이루어져 시대에 뒤쳐지지 않고 여태까지 버텨온 God게임에 단순한 호기심에 손을 댔다가 빠져들어 매니아가 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존은 그 가운데 한 명인 것이다.
"아- 벌써 와 있었냐?"
"방학인데 할게 없잖냐. 간만에 도시 구경도 할 겸 일찍 나왔다. 그래 나한테 보여주기로 한 게임은?"
"여기 보시다시피. 이거 한번 빠져들면 죽는다. 난 밥을 제대로 못 먹어서 위에 구멍까지 뚫렸잖아."
"그래, 자랑이다. 좀 돌아다니다 우리 집에 가자."
이 곳은 세계적인 방송사가 2군데나 있다보니 상당히 번화하고 사람도 많았다. 마치 개미 떼처럼... 사람이 해야할 일을 다 로봇이 해주다보니 사람들은 일이란 것에서 느껴지는 보람 같은 건 잃어버린지 오래. 잠시간의 휴식이 무제한으로 길어지고 그 모든 것이 지루함을 넘어선 권태가 되어버리고 사람들은 방송매체의 드라마 등으로 대리만족을 느끼며 그 권태를 잠시나마 잊고는 했다.(학교시간에 짧게 배운 것이지만 내 머릿속에는 항상 맴 돌고 있는 영상세기의 발생과정이었다) 그리고 방송매체의 발달과 함께 드라마를 넘어선 대리만족을 전해주는 게임의 발달은 필연적이었다. 그리고 그 필연을 나는 잠시 체험해보기로 한 것이다.
"어떻게 하는 거냐?"
게임의 인터페이스는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하긴, 게임의 인터페이스가 좀 발달했어야지. 인터넷에 떠도는 고전게임을 하다보면 인터페이스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오늘은 대충 하는 법을 익혔으니 내일부터 제대로 플레이를 해봐야겠다.
<둘째 날>
아침밥을 먹고 게임에 임했다. 특별히 어려운 건 없었다. 다만 세계관 설정이란 것이 있었는데 여기서 약간의 갈등이 유발했었다. 하지만 삭막하고 차가운 현대보다는 어렸을 적 잠자기 전에 보고 들어왔던 따듯한 동화의 세계로 만들기 위해 'Fantasy'를 선택했다.
[뫼비우스의 굴레가 당신과 함께 할 것입니다]
이건 뭐지? 대충 무시.
게임의 동영상 등은 상당히 화려하고 볼거리도 많았다. 하지만 아직 '생물'로 보이는 존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구탄생부터 시작하나 보군. 지구탄생부터 시작해서 그런지 게임 자체의 진행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갔다. 죽처럼 걸쭉하던 바다가 점점 푸른색을 띄고 보기만 해도 미쳐버릴 것만 같던 붉은순색을 띄고 있던 하늘 또한 맑은 푸른색을 갖추어 나감과 함께 구름이 하나 둘씩 피어났다.
[공기가 생겼습니다] 라는 맨트가 생겨났다. 공기가 생기고 얼마 안가 생물들이 하나 둘씩 생겼다. 나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드래곤을 닮은 생물이었다. 하지만 날개가 보이지 않았다. 그 외에도 다수의 생물이 생겨나고 진화를 하며 모습을 조금씩 갖추어 나갔다.
[운석과 player의 세계 '네메시스'가 충돌하였습니다]
운석의 충동하는 것은 정말 장관이었다. 3D홀로그램 입체 화면에서 펼쳐지는 운석과 행성의 충돌! 그 동안 내가 별로 조작할 만 것이 없어서 불만이 생기고 있던 나의 불만을 싸그리 뭉개줄 만한 대단한 그래픽과 사운드의 조화였다!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화려한 꿈의 세계로 만들어 주세요]
운석과의 충돌에서도 살아남은 생명이 하나 있었다. 드래곤. 여태까지 몰랐던 사실이지만 드래곤은 날개가 이미 생겨나 있었다. 역시 신에게 가장 가까운 생물이라는 드래곤인가? 흥미유발! 곧이어 나타나는 생물들. 우리가 흔히 몬스터라 칭하는 '오크','그리핀' 등이었다.
[오크의 별종중 일부가 진화했습니다. 이름을 만들어 주십시오]
생긴 걸로 봐서 '오우거'가 가장 어울리기 때문에 오우거로 칭하고. 사는 곳에 대한 설정을 대충 해주었다. 하지만 아직 '인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이만 해야겠다...
<셋째 날>
어제 뭘 하면서 하루를 보냈는지도 의식도 못한 채 다시 컴퓨터 앞에 가 앉았다.
게임을 얼마 진행시키지 않았는데 내가 고대하던 '인간'족이 나타났다는 맨트가 올라왔다.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에 동질감을 느꼈고 그들은 다른 종족에 비해 유달리 특별난 것이 없었다. 힘, 민첩성 등의 공격력 중 다른 종족에 비해 유달리 띄어 난 것은 없었다. 그래서 '인간'들을 한군데 모아놓고 살게 설정을 해놓고 다른 종족들의 모습 하나 하나를 밸런스를 갖추게 설정을 해놓고 있었다. 하지만 드래곤만은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바꾸어 놓을 수 없었다. 으음...조금 난감한걸. 곧 맨트 하나가 또 떴다.
[초급: 몬스터로 이야기 진행]
[중급: 인간들로 이야기 진행]
[고급: 모든 종족을 이끌어 간다]
이런 것도 있었나? 존 녀석. 이런 얘기는 하나도 안 해주고... 어쩔 수 없이 존에게 전화를 하는 방법으로 이 갈등을 해결하기로 했다.
이런이런. 존 녀석은 지금 자고있는 듯했다. 전화를 안 받다니. 하는 수없이 난 내가 결정하기로 했다. 뭘 하는 게 좋을까? 처음 하는 거니까 몬스터? 아니다. 내 자존심이 허락 못한다. 중급이나 고급으로 할려고 하니 어려울 것 같고. 내가 인간인데 설마 인간하나 제대로 못 이끌어 나가겠어? 난 인간들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 오늘은 안제라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군. 이만 끄고 나가볼까...
<넷째 날>
판타지답게 인간들의 계급을 정하는 맨트가 상당히 자주 떴다. 마법사, 전사, 귀족. 그들이 발전하자 나를 신이라 숭배하는 인간들이 하나 둘씩 생기고 나로 인해 그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났다. 이 전쟁은 내가 신이 될 것인가? 에 따른 맨트를 고르는 것과 함께 일어난 전쟁이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종교분쟁인가? 신기한걸? 겨우 신 하나 때문에 서로의 목에 칼을 들이대다니.
난 그들이 싸우고 성장하고 파괴하는 것들을 계속 지켜보면서 방관자의 입장을 취했다. 내가 특별히 지정을 안 해도 인간들은 특유의 바퀴벌레 같은 번식력으로 꺽이지 않고 발전 해갔다. 벌써 11시군. 허기진 배를 좀 채우고 잠을 자야겠다...
<다섯째 날>
모든 문제는 마법사였다! 그들은 너무 광범위한 공격마법을 썼다. 전사들은 대량학살을 어렵게 행하는데 반해 마법사들은 너무나도 쉽게 대량학살을 행할 수가 있었다! 이건 너무나도 불공평했다. 나는 생각해봤다. 내가 원하는 판타지 관을 부수지 않고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마법사들의 대량학살을 막을 수 있는 계급. 생각했다. 생각했다. .....
중화자! 마나를 무로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계급. 하지만 마나를 무로 돌리기 때문에 마법을 행할 수 없고 이왕이면 힘을 가지고 싶어하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그 존재 자체의 희소성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계급! 난 곧 중화자라는 계급의 설정을 나의 세계에 집어넣었다. 게임의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인해 꽤 번거롭게 느껴질 이 작업이 손쉽게 끝났다. 이 게임의 중독성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여섯째 날>
난 내가 여태까지 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이 몬스터에게 버틸 수 있도록 전투능력만을 키워줬지만 이번에는 '문화'와 '종이'를 전해줬다. 그러자 그들은 학교 등을 만들면서 내가 만들어준 세계관의 일부를 허물고 그들의 마음대로 고치려 했다. 이런 괘씸한...! 그들이 멋대로 내가 정해준 룰을 바꾸려하자 나는 원인 모를 울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특권인 자연을 움직이는 힘을 행했다. 그들에게 상당한 힘을 전해줬는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자연의 힘 앞에서는 무릎꿇을 수밖에 없었다. 크크크.
<일곱째 날>
아침에 친구들이 놀자는 전화가 왔지만 난 무시했다. 그들과 노는 것보다 이것을 하는 게 더 재미있으니. 인간들은 때론 드래곤과 싸우고 주변의 몬스터와 대립하며 점차 나의 세계인 '네메시스'를 조금씩 조금씩 점령해 나갔다. 일부는(나의 손이 닿지 않는 곳)은 멸망하고 때로는 오히려 나의 손이 닿은 곳에 대해 반항을 했다. 그리고 그들의 문화수치가 이 게임의 한도 내에서 최고 수치에 이르렀다. 황당한 팡파레- 소리.
[당신은 성공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성공이라. 내가 인간의 신으로서 성공했다는 뜻인가? 축하드린다는 생각보다는 왠지 야유의 뜻으로 들렸 던 팡파레소리가 끝나고 마지막 맨트가 하나 더 떴다.
[뫼비우스의 굴레에 따라 이 세계는 멸망하고 다시 한번 똑같이 창조됩니다. 싫으시다면 이대로 게임을 계속 진행합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여덟째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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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이란 SF단편소설에서 나오는 장난감을 게임과 판타지에 맞춰서 다시 써봤습니다. 음. 원작 망쳤네요..ㅠㅠ 중화자는 일본 판타지에서 찾았습니다. 다들아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