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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등 "중국, 자본이탈 이제부터 시작"
위안화 1% 떨어질 때마다 1000억 달러 유출"
"중국의 ‘자본 엑소더스’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이 잇달아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와 함께 자본이탈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블룸버그통신은 19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의 분석을 인용해 위안화가 1% 평가절하 될 때마다 1000억 달러(약 123조4000억 원)가 빠져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18일 뉴욕타임스(NYT)는 1년 반 전 4조 달러(약 4936조 원)에 달했던 외환 보유고가 3조2300억 달러(약 3985조원)로 줄었다면서 이와 함께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던 중국의 국제적 위상도 빛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년간 중국서 1조 달러 유출
지난 한 해 동안 중국에서 빠져 나간 외화는 1조 달러에 달한다. 이는 2014년에 비해 7배 이상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5년 하반기에만 5500억 달러가 중국에서 빠져나갔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995억 달러 줄었다.
올해 개장 첫날부터 서킷브레이커(일시매매정지)가 발동될 정도로 폭락 장세로 시작했던 중국의 증시는 춘절 연휴 이후 반등세로 돌아섰다. 이달 들어 중국의 위안화는 0.9%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며칠간의 반등세를 보고 중국으로부터의 자금 이탈이 끝났다고 판단하면 잘못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말까지 위안화가 3.4%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줄고 있는 큰 원인 중 하나는 중국에 투자하던 ‘캐리 트레이드’가 역으로 일어나는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 혹은 가치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 및 가치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거래를 의미한다. 2013년까지 중국의 경기가 좋던 시절, 투자자들은 역외에서 달러를 빌려 중국의 위안화와 고금리 상품에 투자를 하는 ‘캐리 트레이드’에 달려들었다. 이런 흐름은 2014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
일본 최고의 투자 은행 중 하나인 ‘다이와 캐피탈마켓’의 애널리스트인 케빈 라이는 “(위안화 평가절하 폭이) 아직 절반도 오지 않았다”며 “(중국 밖에서 자금을 들여와 위안화에 투자하던)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역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이 위안화를 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지금 (중국 경제의) 거대한 디플레이션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시장과 경제는 물론 전방위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샌포드 앤 번스타인'의 2월 4일자 보고서를 인용해 역(逆) 캐리 트레이드로 인해 발생하는 중국의 자본 유출이 4000억~6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 중국 엑소더스 현상 가속화
NYT는 중국 경제의 호시절이 막을 내리면서 위안화가 평가절하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중국 지도자들은 높은 외환 보유고를 중국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라고 자랑했다. 세계1위를 자랑하는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중국의 국력을 상징하는 자랑스런 트로피였다”며 “이제 중국의 경제성장은 힘을 잃어가면서 중국 국력의 상징인 외환 보유고도 점점 빠져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2014년 여름보다 5분의 1이 줄어들었다"면서 "그 중 3분의 1은 지난 석 달 동안 집중적으로 빠져 나갔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빠져들면서 대규모 자본이 줄줄이 빠져 나가는 ‘중국 엑소더스’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급기야 중국 정부가 나서서 이를 저지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중국 외환 보유고의 급격한 감소는 중국의 국제적인 위상에도 손상을 주고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개발도상국들에 쏟아 붇던 투자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BBC방송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중국의 직접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40% 줄었다. 중국이 아프리카 물건을 사주 던 규모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중국이 아프리카로부터 수입한 물량 규모는 670억 달러(약 81조 원)였다. 이는 2014년에 비해 38% 줄어든 규모다. 중국의 경기침체로 인해 그동안 아프리카에서 수입해 오던 원유와 금속, 광물자원 등의 양이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에만 650억 달러를 남미에 쏟아 부었다. 미국의 앞마당을 차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벌였던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계획했던 프로젝트들은 남미의 정정 혼란과 부패, 관료주의 등으로 인해 줄줄이 엇나가고 있다. 브라질 대서양 연안에서 페루 태평양 연안을 잇는 3300마일 길이의 대륙횡단철도가 대표적 사례다. 야심적으로 내놓은 이 프로젝트는 아직 첫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투자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 흔들리는 중국 신뢰도…갈수록 강해지는 추가 평가절하 압력
중국의 외환 보유고가 줄어들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세계 투자자들의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중국이 위안화 방어를 위해 달러를 쓰는 대신 위안화를 평가절하는 길을 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 총재는 중국 카이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 최대의 외환 보유국이다. 우리는 투기세력들이 시장의 정서를 지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가 호황을 이어가던 시절에는 막대한 규모의 달러와 유로, 엔 등이 중국 시장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시장법칙에 따른다면 위안화의 가치가 오르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중국은 위안화의 가치를 철저하게 통제했다. 미국과 유럽은 중국이 자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제 중국 경제의 호시절을 끝이 났다. 위안화는 평가절하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외환 보유고를 헐어내고 있다. 그러나 국제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여전히 중국이 통화가치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중국의 외환 보유고는 아직도 상당한 규모다. 외환 보유고 2위인 일본보다 두 배나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규모의 경제는 엄격한 자본 통제를 할 경우 1조5000억 달러 정도의 외환 보유고를 필요로 하며, 통제를 하지 않을 경우 2조7000억 달러를 필요로 한다.
‘통화전쟁’에서 미국이 꺼내든 무기 ‘환율조작국 제재’
너도 나도 환율개입, 마이너스 금리도 불사하는 통화완화 남발
미국, 환율조작국에 강력한 제재 준비… 국제기구 통한 압박도
대미 무역흑자 지속하는 한국, 유력한 제재대상 후보로 지목돼
세계 경제 침체와 더불어 각국에서 무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자국 통화를 저평가하는 ‘통화전쟁(Currency war)’ 양상이 연초부터 글로벌 금융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중국과 홍콩의 외환시장은 지난 2월 6일부터 춘절 연휴에 들어가면서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이 해외시장에서 위안화를 매도하는 공세를 퍼붓는 바람에 몸살을 앓았다. 홍콩 <지지통신>은 위안화 거래가 침체되는 계절을 노려 위안화 폭락을 강하게 유도하는 것은 위안화에 대한 통화전쟁 선전포고와도 다름없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초강수를 가지고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일본의 예기치 못한 조치는 소위 말하는 통화전쟁에 대한 우려를 새로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옐런 의장조차 마이너스 금리 고려에 대한 언급을 하자, 시장의 우려는 더욱 가속화됐다. 결국 엔화는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폭등했다.
◇ “화폐가치를 낮춰라” 통화전쟁 우려 커져
<블룸버그>는 이미 지난달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마켓의 북미 거시전략책임자 인터뷰를 통해 글로벌 통화전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엔화와 유로화의 대 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일본과 유럽의 정책당국자들이 추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취할 유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독일 알리안츠의 치프 이코노미스트 어드바이저인 모하메드 엘라리언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조치는 물가를 재상승시키기 위해 엔화가치 하락을 유도하려는 일본의 속내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자국 통화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사례는 비단 일본만이 아니다. 유럽 중앙은행(ECB)은 물론 스위스와 덴마크, 스웨덴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은 덴마크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배경으로, 해당국이 유로존 위기에 따라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며 외국 자본이 유입돼 화폐가치가 급등한 것을 들고 있다. 또한 이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는데도 엔화가치는 오히려 상승한 것과도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에는 이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고 있는 스웨덴 중앙은행이 정책금리를 더욱 인하해 -0.50%의 정책금리를 고시했다. ING의 이코노미스트인 롭 커넬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중앙은행이 통화전쟁에 말려들었다”며 “외환관리는 날씨관리와도 같은 것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미 상원에서는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재닛 옐런 의장이 참여하는 은행위원회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유럽은 물론 일본까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있는 와중에 달러 가치가 높아진다면 미국이 통화전쟁 상태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이날 상원에서는 환율조작(Currency Manipulation)을 막기 위한 무역원활화 및 시행법(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의 2015년판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자국 통화를 저평가하는 방향으로 외환시장에 지속적인 개입을 하는 나라를 미국에서 제재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본래 환율조작국에 대한 제재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포함되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상원을 통과한 것은 미국의 주요 무역상대국에 환율조작방지책을 부과하도록 법안의 내용을 수정하는 초당파적 합의문서로, 작년 12월에 이미 하원을 통과한 것이다. 이 법안은 빠른 시일 내에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미국의 환율조작국 제재, 한국이 첫 대상?
법안에서 규정하는 제재대상은 수출을 늘리기 위해 자국 외환시장에 의도적으로 개입해 화폐가치를 절하하고 미국과의 무역수지를 흑자로 만든 국가다. 법안은 이들에 대해 미 행정부가 조사를 강화하고 시정을 요구하도록 했다.
미 행정부는 주요 교역국들의 대미 무역수지, GDP 대비 경상수지와 그 변화 정도, 단기부채액 대비 외환보유고 비율 및 GDP대비 외환보유고 비율을 조사해 대미 무역수지 및 전 세계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크고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이 이뤄진 나라에 대해 분석하게 된다. 분석대상이 된 국가의 환율과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미국이 관여하게 되고, 1년 뒤에도 해당 국가의 환율 문제가 시정되지 않을 경우 경제제재가 가해진다.
이 제재 내용이 상당히 강력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다. 법안은 미 연방정부가 해당 국가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그와 같은 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금지하며, 새 무역협정 체결에 있어서도 이와 같은 내용을 고려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문제가 된 국가에서 이뤄지는 모든 신규 투자 프로젝트에 대해 미국의 해외민간투자공사 자금지원이나 보험 및 보증이 금지된다.
심지어 이 법안은 미국이 환율조작국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를 통해서도 압력을 넣게 만들고 있다. 일본은 작년부터 이와 같은 환율조작국 대상 제재법안이 ‘슈퍼 301조’의 환율대책판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베넷해치카퍼(Benet-Hatch-Carper) 수정법안 검토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이 법안의 적용을 받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나라들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가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폭이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제재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큰 국가를 대미 무역수지와 전 세계 대상 경상수지 모두에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 중에서도 이 흑자폭이 모두 GDP 대비 1%를 상회하는 나라로 꼽았다. 이에 해당되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홍콩, 이스라엘, 스위스였다.
미국에서는 한국의 외환당국이 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작하고 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작년 10월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우리 정부는 미국의 환율조작 의혹 제기에 진땀을 흘린 경험이 있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과 대만처럼 경제규모도 비교적 작고 정치적 영향력도 약한 나라들이 1차 후보국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경제규모 및 국제정치 지형상 중국이나 이스라엘과 같은 나라에는 쉽게 제재를 적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 한국의 TPP 가입에도 걸림돌 되나
또한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서는 한국이 TPP 2차 가입 협상을 진행하려 할 때, 가입의 선결조건으로 원-달러 환율과 경상수지 흑자 등의 단계적 조정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특히 미국은 TPP를 통해 국제무역 규모가 늘어날 경우 현재 장기간 누적되고 있는 무역적자가 불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DP의 3% 규모로 지속되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무역신속협상권(TPA)의 의회 통과 당시에도 환율조작 금지 조항을 넣을 필요가 있다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자동차 제조사인 포드와 같은 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타국 업체들이 해당국 통화가치 절하로 인해 관세인하 이상의 혜택을 받는다며 불만을 토해 왔다.
결국 미국의 강력한 의지 표명으로 인해 TPP에는 무역협정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환율에 관한 합의 부속서가 들어갔다. 이 공동선언은 IMF의 관리체계 하에서 국제무역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표명했다. 여기에 외환준비고나 외환시장개입 관련 정보의 공표의무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자국을 포함해 일부 TPP 역내 국가가 이 선언을 채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TPP의 환율 합의는 구속력이 있는 협정의 내용으로서 포함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자동차업체 포드의 광고홍보담당자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TPP의 환율관련조항이 “현재 상황을 개선시키는 효과는 없다. TPP의 규정 외 항목이며, 환율조작을 금지하는 국제규칙 준수를 확실히 하기 위한 분쟁해결기구도 갖추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실질적인 규제의 필요성을 느낀 미국은 끝내 강력한 제재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17일 원-달러 환율은 5년 7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업체들 입장에서는 안도할 대목이지만 이제는 미국이 이를 트집 잡아 제재를 가할 상황을 두려워해야 하게 되었다. 각국의 환율조작 문제는 이달 26~27일간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회담에서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떠오를 예정이다. 글로벌 통화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에 찬물을 끼얹으려는 미국의 정책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