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내려와 아담한 식당에 들어가 우선 포도주 한잔씩 시키고 메뉴를 보았다. 메뉴를 보기는해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다. 밀라노에 살면서 외식을 별로 하지도 않지만 할멈 머리로는 그 많은 이태리 음식과 다양한 양념종류 이름을 다 외울 수가 없다. 짐작으로 시킨다해도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주인이 조리법을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며 추천해준 새우와 버섯을 넣은 파스타 가르가넬리 Garganelli 를 택했다. 간도 잘 맞고 아주 맛이 있었다. 요리는 아버지가 맡은 것 같았다.
옆 테이불에서 식사하던 두 미국인 여자들도 해물 스프 미네스트로네 Minestrone 가 참 맛있다고 칭찬을 한다. 한 사람은 뉴욕에서 왔고 또 한사람은 텍사스에서 왔다는데 둘이는 어릴 때부터 아주 친한 친구사이로 50살이된 기념으로 같이 2주동안 여행을 한단다.
남편들은 물고기와 개 밥을 주어야하니까 오지 못했다고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남편들이 참 너그러운가 보다고 하니 그렇다며 밥도 잘하고 집안 일도 잘 보고 애들도 잘 보살핀단다. 작은 식당에서 친절한 주인과 손님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가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가 참 좋았다. 더구나 주인이 미국 구경도 했었고 전에는 코닥 사진점을 했었다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했다.
꼬모로 돌아갈때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도착했는데 표 파는 곳과 정류장이 좀 떨어져 있어서 표를 사러간 영감이 보이지 않는다. 멀리 영감 모습이 보이자 나는 출발하려는 기사에게 잠시 기달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요즘엔 내가 기차건 버스건 뜨람이건 체면 불고하고 붙들어 놓는 뱃짱이 늘었다.
높은 절벽위로 달리는 좁다란 길은 차가 겨우 스쳐갈 수 있는 정도였다. 굽이를 돌때마다 기사는 크락숀을 울린다. 어떤 곳에서는 신호기가 있어서 한쪽씩만 보내기도 한다. 어떤 곳은 깊은 계곡위로 상판을 깔아 길을 넓혀서 천야만야한 낭떨어지 아래가 바로 깊은 물이다. 호수에서부터 산으로 올라오며 층층이 자리잡은 맨 꼭데기 집 위로 길이 나 있기 때문에 지붕으로 현관문이 나 있는 집도 있다.
붉은 감이 주렁주렁 열린 집이며, 푸른 잔디가 아름답게 깔린 집, 오동통한 암닭들이 종종거리며 다니는 집, 꽃밭을 예쁘게 가꾸어논 집, 계단식 텃밭에 가지가지 채소를 심은 집들을 차창으로 내려다 보며 가는 경치가 배에서 멀리 높은 언덕의 집 정면만을 바라 볼 때 보다 훨씬 아름답고 재미있다. 집집마다 프로판가스 통이 있는 것을 보면 바위산 마을이라 가스배관 시설을 못하는 것 같다. 이렇게 높은 마을에도 예쁘게 꾸며논 공동묘지도 있고, 내 꿈의 카라반을 렌트하는 곳이 있어서 신기했다.
꼬모에 돌아와 분수가 치솟는 공원쪽으로 가려는데 우연히 후니쿨라역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 할멈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산 꼭데기에 자리잡은 부루나떼 Brunate 마을로 올라가보았다. 후니쿨라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는 노르웨이의 베르겐 Bergen에서 후니쿨라를 타보았던 느낌 그대로였다. 다만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베르겐은 피요르드이고 꼬모에서는 호수인 것이 다를 뿐이다.
10분만에 정상에 오르니 구름속에 들어간 듯 비가 뿌린다. 하늘 위 깊은 산속에 요정의 나라에 온 것 같았다. 500여m 걸어 올라가 보니 우리나라 깊은 산속에 절이 있는 것처럼 성당이 있다. 이 높은 곳에 이렇게 웅장한 건물을 언제 어떻게 세웠을까. 후니쿨라가 개통한지 100년이 넘었다니까 그 후에 세웠을까….나는 그곳에 모셔진 아름다운 성모마리아와 아기예수에 매료되어 한참을 우러러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본 마리아상중 제일 감동적이었다.
나는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성당에 오면 항상 초를 밝히고 싶어진다. 주위가 얼마나 조용한지 지갑의 지퍼 여는 소리가 너무나 크게 나서 혼자 기도하고 있던 부인한테 참 미안했다.
첫댓글 중학교 음악시간때 배운 후니쿨라가 한국의 캐이블카와 비슷한듯 ^^* 노르웨이의 베르겐 피오르드와 아이슬란드는 꼭 내년에 구경하고싶어요.스톡홀름의 한국친구와 이태리 나폴리의 그곳친구가 초청이 왔네요.김현희 칼 폭파사건때 한국와서 저희집에서 요 이부자리에 김치와 쌀밥을 숫가락으로 퍼먹게하여 며칠 머물게한 대접의 보답이라나요 ㅎㅎㅎ
좋으시겠어요. 참 요즘 세상은 빨리 도는 것 같더라구요. 주면 금방 돌아오지요?
스위티님의 여행덕분에 이곳 저곳 이국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이네요..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는 집도 있고 베란다에 넝쿨나무가 자라고 빨간 꽃도 예쁘게 피었네요.. 그 높은 곳에 고풍스런 성당이 있었네요.. 저도 카톨릭신자는 아니지만 저런 분위기를 접하면 두손모아 기도할 것 같습니다.. 또 여행가세요 스위티님, 공짜 구경에 재미붙였어요.ㅎㅎㅎ
푸른 숲님 칭찬에 신이 납니다. 정말 계속 올려도 될까요?
카~~~~~~구경 잘햇습니다......... 치매에 도움이 될꺼에요 많이 들려 주세요.....
까마귀님의 치매요...아니면 제 치매요? 아닌게 아니라 자료 조사하느라고 머리 좀 씁니다.
지도 스위티님 가이드 따라 댕김서 자상한 설명과 함께 구경 한번 잘 했습니다. 또 구경시키 주이소
여행기라는게 아는곳의 내용이 더 이해가 되고 공감이 가는데, 제가 너무 구석만소개 해 드려서 어떠실지 모르겠어요. 하여튼 제 식대로 구경시켜드리도록 노력하게십니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