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 해임 둘러싼… ‘그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5일 남영진 KBS 이사장 해임 건의 절차에 착수하자 더불어민주당 추천 김현 방통위 상임위원이 이를 성토하는 입장문을 냈다. 김 위원은 “KBS 이사진 구도를 개편한 후 김의철 KBS 사장을 해임하려는 일련의 과정”이라며 “정치 권력 유지를 위한 방송 장악 야욕이 낱낱이 드러났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정권이 강규형 명지대 교수(현 국가기록관리위원장)를 KBS 이사 자리에서 해임할 때는 입장이 달랐다. 방통위의 해임안 의결 다음 날인 2017년 12월 28일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김 위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KBS 이사 해임안 재가를 환영한다”며 “비리 이사를 해임한 만큼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위상을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소신 있는 학자로 살아온 강 교수에게 ‘비리 이사’라는 거짓 낙인까지 찍은 것이다.
KBS 이사 해임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유가 뭔지 묻고 싶다. 강 이사의 해임은 고대영 당시 KBS 사장을 해임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그건 정권의 방송 장악 시도가 아니었나. 혹시 강 교수는 ‘네 편’이고, 남 이사장은 ‘내 편’이기 때문인가.
2017년 당시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뒤였고, 지금은 아니라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당시 감사가 무리한 표적 감사였다는 건 누구나 안다. 주지하다시피 2021년 9월 대법원은 강 교수의 KBS 이사 해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확정했다. 지난달에는 고대영 사장의 해임이 위법하다는 판결도 최종 확정했다.
강 교수가 해임 무효 소송에서 최종 승소하고 약 한 달 뒤 당시 야당 추천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방통위가 반성하고 강 전 이사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김 위원은 “(해임 건의가) 방통위의 재량권 남용이라는 근거가 어디 있나. 해임 과정과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김 위원은 최근 입장문에서 “공영방송 이사를 정권의 전리품처럼 여기는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했다. 김 위원의 방통위원 임명은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 정권에서 김 위원이 임명될 당시 진보 성향의 전국언론노동조합조차 이같이 반대했다. “김현 전 국회의원의 약력 어디를 봐도 전문성은 찾아볼 수 없다. 정치적 후견주의를 앞세운 방통위원 내정을 철회하라.”
김 위원은 또 “방송을 길들이고자 한다면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다. 역사가 그렇게 말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길들여보니 역효과가 났더라는 뜻인지 알쏭달쏭하다.
최근 KBS 관련 기사에 한 독자가 “적어도 공영방송이라면 어느 편도 들지 말아야 한다”는 댓글을 올렸다.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바일 것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경영진에 대한 고발과 감사, 사장 교체가 되풀이되고, 정권에 편향된 방송이 이뤄지는 건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국민에게만 충성하는 KBS와 공영방송을 만들기 위해 사장 선출 방식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 방안을 검토하자. 방송 정책 역사에 길이 남을 성과가 될 것이다.
조종엽 문화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