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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황혼열차(黃昏列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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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자작시 스크랩 하늘이 나를 도왔다!
리골렛토opera 추천 0 조회 64 12.08.06 22:07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하늘이 나를 도왔다.

 

 

 

 

 

이 경 진

 

 

일기예보는 빗나가지 않았다. 밤새 내렸던 비는 온 단지를 축축하게 만들어 놓았고, 그새 하늘에는 맑은 해가 비치었다. 우산을 들었다 ?다를 반복을 하다 차를 오늘은 가져가야 했기에 우산을 내려놓은 채 차에 올랐다.

전혀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았다. 반심반의로 하루를 점을 치며 핸들을 잡았다. 어제 주일은 진종일 이불빨래를 했다.

누구하나 이 모든 것을 내가 하지 않으면 파출부를 불러야 한다. 하지만 하루를 그들에게 맡기기에는 나는 공허하기에 욕조기에 물을 받아 발로 지근지근 밟았다. 미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시작하려 하였지만, 그다지 미운 사람은 없다. 단 모든 건 내가 만든 것들이라는 것을 밟다가 잠시 묵은 때가 빠지게 놔두고는 밖으로 나와 가벼운 것들은 베란다에 걸쳐 두었다.

하루가 지나 가벼운 이불은 다 말랐지만, 욕조기의 이불은 다 빨았다고 생각을 했는데 베란다에 너는 순간 비눗물이 그대로 쏟아져 내렸다. ‘악!’ 소리가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이건 아니다. 차라리 이대로 뭉쳐서 다시 분리수거에 갖다 놓는 게 맞을 것 같았다.

일단은 건조대에 걸치고서 물기를 최대한 빼 내었다. 물기 빠진 이불을 무리하게 세탁기에 밀어 넣은 채 다시 세제를 붓고 돌렸다. 세탁기가 무리 없이 돌아갔다. 그러다가 물이 모자라는지 호스가 물을 퍼붓는 것이다. 물이 모자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아마 목화솜이 조금은 섞인 이불인지 무겁게 늘어졌다.

아마 일본에서 가져 온 것 중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이불이다. 그리고 처음으로 세탁기에 들어 간 이불이다. 살아오며 난 세 가지 욕심이 있었다. 하나는 그릇에 대한 욕심이었고, 또 하나는 이불에 대한 욕심이고 또 하나는 옷에 대한 욕심이었다.

여자는 다 그렇겠지만 이제는 그런 욕심도 있는 것을 관리하는 일이 나를 위안하는 것이었다.

숫자대로 침대엔 덮었다 빨 때가 되면 시트처럼 침대에 깔아 침대의 높이가 조금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다 아예 없애버리려고 뭉쳐 현관에 내려 놨다가 욕조기로 옮겼다.

역시 탈수가 용량이 적어 멈추어 섰다. 몇 번을 수동으로 탈수를 했지만, 물기를 전부 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하얗게 빨린 이불의 거죽을 보니 안심이다. 이불도 빨면 이렇게 하얗게 되는데 해보지도 않고서 버린다는 것은 아니었다.

하얀 바탕에 파란 줄장미의 무늬가 선명하였다. 그리고는 이불을 건조대에 올려 물기를 빼내었다.

아침이 되자 물기가 빠진 이불이 저녁보다 가볍고 베란다에 걸치는데 무리가 없었다. 화분대를 밟고서 베란다에 걸쳤다.

아파트 공사로 도로에는 진흙들이 도로에 도랑이 되어 흘러간다. 걸음걸이에 따라 물이 옷에 튀지 않게 걷는 사람들도 있지만 언제나 난 정강이까지 물이 튀어 오르는 걸음걸이다. 그렇다고 터브하게 걷지도 않는데 말이다.

출근과 동시에 밖을 나와 창원과 그리고 장유에 들려 일들을 봐야 했다. 일은 언제나 밀린 숙제를 둔 채 딴 짓을 하는 느낌이다. 시원하게 마치지도 못하고서 다시 발을 옮겨야 했다.

김해를 지나면서 차창에 비가 부딪쳤다.

회사에 들어갔다 다시 문화원으로 가야했다. 순간 집에 널어놓은 이불들이 생각이 났다. ‘오마이 갓!’ 일단은 회사에 들어가서 알려야 할 일들을 알려야 했다. 회사를 거쳐서 가는 길에 빗방울이 더 굵게 내렸다. 더 세게 엑셀러터를 밟으며 동네를 들어서는데 내가 사는 동네는 도로에 비를 맞은 흔적이 없었다. ‘이상하네......’ 같은 부산인데도 여기는 전혀 비의 흔적이 없지가 않는가!

베란다에 걸쳐진 이불을 당기는 순간 비가 세차게 쏟아졌다. 거죽에 몇 방울의 물이 튄 것 외엔 뽀송한 이불을 걷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를 불러 이 일을 마무리 짓게 해 주셔서......’

하늘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번개 불이 번뜩이며 굵은 비가 쏟아졌다. 하늘이 나를 기다린 것 이다. 문화원에 가야하는 일이 이제는 천근만근의 무게로 꼼짝도 하기 싫은 순간이었다. 갈까 말까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 일부러 만들어 시간을 끄는 것이다. 일부러 일을 만들고 나를 지치게 하였다.

철저하게 시간을 끈 덕분으로 그날은 수업을 빼 먹은 채 감자 국에 밥을 먹고는 잠에 떨어졌다.

진주처럼 영롱한 햇살이 베란다를 길게 비추었다. 멈추다가 좀 더 길게 방으로 빛이 들어왔다. ‘아침이다!’

밤새 실컷 자고 난 몸은 가뿐하였다. 하지만 금방 이불을 박 차고 나오기는 몸이 무겁다.

장마의 날씨라고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화창하다. 눈앞에 긴 광채를 받으며 지하철역까지 걷고 있다. 한 번의 전철이 눈앞에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뛴다고 해도 전철을 타기에는 어렵다. 눈앞에 스치지만 계단을 몇 번을 올라야 폼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잠깐만이라도 걸어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감사로 이어져 발걸음이 가벼워지기도 한다.

어제의 이 감사함을 잊을 수 없어 걸으며 해를 보며 기도를 올린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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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8.07 09:00

    첫댓글 진솔한 삶의 향기가 물신 풍기네요?.
    감사합니다.
    ★스크랩 보다는 복사로 올려 주시면 더 좋을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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