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보다 산을
배보다는 비행기를 더 좋아하는 나에게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라는 말은 나를 두번 쥑이는 말과 같다.
그런데 오늘 나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꼬박 하루동안 섬에 갇히고 말았다.
추석 연휴가 아니면 가족 여행이 어렵다.
저마다 시간내기가 힘들어 이번 추석연휴동안 가족 여행을 계획하였다.
1번 강원도 곰배령.... 펜션에서 1박 2일
2번 제주도 올레길 ---- 호텔에서 1박 2일
그런데 가족이라곤 달랑 3명 뿐인데 시간이 안맞다.
조율을 맞추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데 다급한 연락이 왔다.
결국 여행 경비 일체를 아프리카선교비로 보내고 말았다.
가족에게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
왼손하는 일 오른손이 모르는게 더 낫기 때문이다.
대신 신종인플루 땜시 여행취소를 선언하고 또 다시 억새산행을 꿈꾸고 있는데
통영에 사는 모니카 부부에게서 전화가 왔다.
-소매물도 가고 싶어 하던데 당장 내려오이라. 11시 배 들어가는데 당장 출발하라.
거의 명령조였다. 덧붙여 모든 경비를 책임질테니 아무 걱정하지 말고 고속도로비만 내고 오란다.
소매물도라......얼마나 내가 가고 싶어했던 곳인가?
내년 여름쯤 될런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앞당겨질줄이야.
고맙기만하다. 어이 내 맘을 이리도 잘 아는 이가 있을꼬 싶다.
당장 허겁지겁 맨몸으로 길을 나섰다.
11시 배를 탔다. 비진도를 경유해서 소매물도까지 딱 1시간 10분 걸린다.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1번 곰배령과 2번 제주올레길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소매물도 등대섬.
한가지 더 , 물이 가장 많이 나는 날이 되어 바닷물이 열리는 모세의기적 까지 체험할 수 있었다.
이런 기적같은 일이....
충남 보령까지 가서 모세의기적 바닷길도 못보고 왔었는데 오늘 일석삼조라니 이런 행운이 또 어디 있겠는가?
소매물도 등대섬
참으로 아름답다. 정지된 그림처럼 고요가 쉬고 있는 곳이다.
뉴질랜드 북섬에서 남섬으로 여행을 할때 느낀 최고의 아름다운 감정이 와르르 무너졌다.
이젠 뉴질랜드보다 더 아름다운 곳을 발견했으니 갑자기 희열이 차 올랐다.
온종일 섬에서 섬으로 떠돌며 하늘과 푸른 바다와 놀았다.
마지막 배로 섬을 나와 최근에 조성된 <이순신공원>도 걸어서 한바퀴 돌고
충무김밥원조집, 충무꿀빵집을 돌아
용화사 케이블카산 밑에 있는 맛집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잘 먹고, 잘 놀고, 잘 조잘대고, 잘 웃고
모니카부부 덕분에 내 눈이 호사하고, 내 입이 호사하고 내 팔과 다리가 호사를 누린 하루였다.


**병풍바위








**등대에서 불을 밝히는 우리 가족 세사람

**모세의 기적 바닷길이 열리다.





첫댓글 참으로 갑장께옵서는 많이 댕기십니다 ㅎㅎ 직장일에, 빵깨이에 , 사진에 ,글에 ...혹 스물다섯 쇠띠 ??(駐:빵깨이 ~~ 대구말로 살림 ) 부럽고 부럽습니다 .. 열정이 , 체력이 ~~~~~~~~~~
저는 갇혀지내면 아픈 사람입니다. 그래서 바람처럼 날아다녀야 건강해지는 태생이라서....
덕분에 제 눈도 호사를 누렸습니다. 소매물도 등대섬 정말 아름답네요 ^^
아~ 저기 비진도라고 적힌 배를 타면 우리 동네도 경유를 했지요~~ ㅎㅎ 제 고향이 한산도섬입니다~~ 배를 보니 많이 반갑네요~~ 명절때 집에도 못갔었는데요~~ ㅎㅎ
소매물도 풍경...정말 멋집니다...^^ 한번 가바야되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