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인생 삼모작
서울대총동창신문 제523호(2021.10.15)
인생 삼모작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
21세기북스
55편 에세이에 담긴 중도주의적 삶의 철학
이 책은 오랜 학자 생활을 거쳐 김영삼, 노무현 두 정부에서 교육부 수장을 지내고, 15년 전에 세 번째 못자리인 강원도 고성에 귀촌, 여름에 농사 짓고, 겨울에 글 쓰며 인생 삼모작을 실험하고 있는 안병영(행정대학원65졸) 연세대 명예교수의 자전적 에세이다.
한국의 대표적 사회과학자 중 한 사람인 안병영 전 교육부총리는, 이 책에서 그간 살아온 80년간 격동의 한국 현대사의 여울 속에서 직접 체험하고 터득한 통찰력과 다양한 지혜의 편린들을 55편의 에세이 속에 담백하고 진지한 필치로 정성스레 펼치고 있다.
주제를 보면, 삶의 주변의 소소한 작은 이야기부터, 비교적 무거운 정치, 사회적 주제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시간상으로도 어린 시절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있다. 글 전편에 저자 특유의 격조 높은 인문주의적 지성과 휴머니즘, 그리고 중도주의적 삶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책 속에서 전쟁을 겪은 청소년기, 유학기를 거쳐 학자, 장관, 귀촌으로 이어지는 긴 삶의 여정에서 그가 느끼고 터득했던 생활철학이 진정성 있게, 때로는 얼마간 유머러스한 터치로 기술된다. 책의 뒷부분에서는 역사, 정치, 사회에 대한 보다 무게감 있는 주제들이 다뤄지는데, 여기서 그 특유의 중도주의적 정치적 관점이 두드러진다. 마지막 글인 ‘나의 삶, 나의 길’은 그의 축약된 자서전인데, 여기서 그의 마음의 눈에 새겨진 생활관, 역사관, 정치관이 오롯이 드러난다.
저자는 글머리에서, “모든 글이 데드라인의 압박 없이, 마음에 내켜 쓰고 싶을 때, 머리와 가슴에 와닿는 주제에 대해, 마치 창공을 나르는 종달새처럼 자유롭게, 그리고 먼 들판을 바라보는 허허로운 심경으로 부담 없이 쓴 글들이다. 그러다 보니, 이 책 속에 부지불식 간에 내 평소의 생각과 관점, 내 세계관, 그리고 내 전 생애가 고스란히 녹아들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저자의 이번 에세이집은 문학적인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수필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준다고 할 만하다. 글의 문체는 부드럽고, 그 내용은 일상의 미세한 감정부터 전 세계적 사고의 분석까지 거칠 것이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수필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찬탄이 이어지는 까닭이다.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을 것이나, 수필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도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그의 저서로 ‘현대공산주의 연구’, ‘자유민주주의를 위한 변론’, ‘자유와 평등의 변증법’, ‘왜 오스트리아 모델인가’ 등 다수가 있으며, 수상집으로 ‘기억 속의 보좌 신부님’이 있다. 2014년 ‘인촌상’을 수상했다
첫댓글 안병영 박사는 "글은 자기 인격의 표현이자 삶의 결단"이라고 생각하고, 특히 사회과학자의 글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많기에 사회적 책임을 수반해야 하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글은 경계하고 혐오한다고 일갈一喝한다.
첫째는 재주로 글을 쓰지 말라는 것. 둘째로 인기와 시세에 영합하지 말라는 것. 셋째는 이념의 노예가 된 글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 시대 마지막 선비가 후학들을 꾸짖는 말처럼 보인다.
안병영 박사는 연구논문을 쓸 때나 사회비평을 할 때,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임했다.
첫째, 글을 정직하게 쓰자. 즉 내 양심의소리에 따라 쓰자.
둘째, 어느 글이나 최선을 다하자. 주요 학술지나 유명 언론에 글을 쓸 때나 몇몇 사람이 돌려보는 동인지 혹은 초등학생에게 보내는 격려의 글에서도 언제나 刻苦와 琢磨를 다한다.
셋째, 정치 목적이나 영리 목적에 이용될 우려가 있는 글을 쓰지 않는다.
넷째, 돈과 연관해서 글을 쓰지 않는다. 글 쓰는 일에 대한 모독처럼 느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