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11시간... 무한도전 '돌산종주'
일출과 일몰, 그리고 바다가 함께하는 산길
오마이뉴스 기사 등록일 : 2010.02.09.
무한도전! 돌산종주를 하다
여수 끝에는 다리로 이어진 섬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큰 섬으로, 이름은 8개의 큰 산이 있다는 뜻에서 산(山)·팔(八)·대(大)자를 합하여 돌산도(突山島)라 부른다. 그 섬에는 산등성이만 따라가는 산길이 있다. 산행인들 사이에서 돌산지맥으로 알려진 산길. 몇 해 전부터 종주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다가 작년 겨울, 여수시에서 산길을 정비하고 안내판을 세웠다. 이름 하여 '돌산종주 등산코스'. 돌산대교에서 향일암까지 무려 32㎞다. 걷는 시간만 11시간이라니. 산행기에 올라온걸 보니 길게는 13시간까지 걸리기도 한다. 나도 한번 걸어 볼까? 무한도전!
어두워서 시작한 산행은 어두워서 끝이 나다
2월 6일 새벽. 택시를 타고 돌산대교를 넘는다. 대교 왼편으로 돌산공원 오르는 길이 있다. 대교 조명은 꺼졌다. 이른 새벽 바쁜 차들이 열심히 달려간다. 다리 아래로 검은 바다에는 노란 불빛이 일렁인다. 날씨는 쌀쌀하다. 입구 표지판은 돌산종주코스를 안내한다. 32㎞, 11시간 걸린단다.
시간은 5시 50분. 잔뜩 웅크리고서 랜턴을 비추며 공원으로 오른다. 돌산공원에 올라서서 차가운 돌산대교 야경을 구경한다. 아름답다. 공원을 지나 산길을 걷는다. 어둠속에서 길을 찾아간다. 여수시내 야경을 보면서 걷다보면 백초마을을 지난다. 어둠에 잠긴 마을에 연한 가로등 불빛이 길을 알려주고 있다. 마을을 가로질러 나온다.
길은 콘크리트 포장길. 포장도로를 따라가니 경고판이 보인다. 군부대가 있음을 알려준다. 어둠속에서 등산로를 찾지 못하고 군부대 초소까지 왔다. "정지. 정지." 오랜만에 들어보는 목소리. 돌아가란다. 어둠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한참을 헤매다 날이 밝아온다. 산길로 다시 올라온 길도 군부대 앞. 길은 군부대 못 미쳐서 가드레일을 넘어가야 한다. 갈 길이 바쁜데….
산자락을 돌아가는 길에 나무사이로 햇살이 비친다. 바다에서 해가 떠오른다. 일출이 나무사이로 가린다. 산길을 뛴다. 아깝다. 해는 바다에서 떠올라 버렸다. 이름 없는 봉우리에서 물 한 모금 마시며 잠시 쉰다.
길은 계속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한다. 마을도 지나고, 바다도 만난다. 소미산, 대미산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본산에서 수죽산을 지나 봉화산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도 탄다. 맞은편으로 돌산에서 제일 높은 봉황산이 따라간다. 길을 건너고 다시 갈미봉으로 오르는 길. 경사가 무척 심하다. 다리는 풀린다. 관절은 삐걱거린다.
걸은 지 11시간이 넘어간다. 발바닥은 쓰리고, 허벅지는 단단해진다. 봉황산을 찍고 내려오는 길에 해는 바다에 가까워진다. 섬은 검은색으로 변해가고 바다는 검은빛으로 반짝인다. 율림치에 다다를 무렵 어둠이 밀려오고 바닷가 마을은 노란전등이 켜진다. 저 마을 어딘가에서 피곤한 몸을 쉬고 싶다.
돌산종주 길의 매력 1. 일출과 일몰 감상
어둠을 뚫고 시작한 산길은 산등성이에 올라서면서 바다 너머로 붉게 피어나는 여명을 본다. 그 검붉은 색이라는 게 무슨 마법에 걸릴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까만 바다가 붉어지는 아침. 그 위로 해가 떠오른다. 커다란 배와 어울린 바다 일출. 장관이다.
산행은 저녁까지 이어지다보니 일몰도 본다. 바다위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섬들을 까맣게 어둠속으로 밀어 넣으면서 붉게 사그라지는 일몰의 장관을 볼 수 있다. 섬들이 어둠에 잠기면서 노란 전등이 하나둘 켜지는 모습. 아름다운 밤바다 풍경이다.
돌산종주 길의 매력 2. 푸른 바다와 두둥실 떠있는 섬
돌산도는 남쪽으로 바다를 가르며 길게 늘어선 형태다. 산길은 능선을 따라가며 바다 사이로 흐른다. 양쪽 어디를 내려다보아도 바다가 보인다. 산행시작인 돌산대교에서 산행 마지막인 향일암까지. 바다에서 시작해서 바다로 끝난다.
산을 조금 올라서면 오동도와 수많은 배들을 볼 수 있다. 소미산에 올라서면 작은 섬들과 은빛으로 반짝이는 바다. 대미산 월암산성에서 내려다본 바다는 장관이다. 무술목을 아슬아슬 넘어오는 도로와 그 양편으로 하늘을 닮은 바다가 파랗게 펼쳐진다. 양식장의 부표도 그림이 되고, 조용한 바다에 하얀 궤적을 남기는 고깃배도 아름답다.
봉황산을 넘으면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인 금오도가 막아서고 월호도, 두라도, 자봉도 등 수많은 섬들이 검은빛으로 물들어가는 바다에 떠있다. 항상 보던 바다가 아니다. 신 새벽 까만 바다에서 햇살을 쨍쨍 받는 시린 바다, 그리고 어둠에 잠겨가는 검은 바다까지.
돌산종주 길의 매력 3. 계속 이어지는 산
산을 즐기는 매력은 오르고 내리기. 올라간 산을 내려섰다가 다시 오르면 힘들기도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계속 있기에 끝까지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처음 시작하는 돌산공원은 가벼운 마음으로 오르고, 이름 없는 무명봉들을 오르내리다가 바닷가로 다시 내려서서 올라가는 소미산(208m). 무술목을 가로질러 가파르게 올라가는 대미산(359m).
오솔길을 걷듯 올라선 산은 본산(273m), 산 정상에 대나무가 자라는 수죽산(300m)과 숲속에 숨어있는 봉화산(328m). 다시 내려섰다가 깎아지른 듯 가파른 산길을 올라서면 갈미봉(331m). 조금 더 올라서니 돌산 최고봉인 봉황산(460m). 다시 무명봉을 오르고 내리다가 만난 산 금오산(323m). 그리고 향일암을 품고 있는 작은금오산(247m)까지.
누군가 지리산 종주보다 힘들다고 했다. 나도 그렇다. 바다와 맞닿는 곳에서 오르고 내리기를 15차례 이상을 한다. 표고 차는 400m 내외지만 낮은 산이라고 힘들지 않은 산이 아니다. 열심히 올라갔는데, 다시 그만큼을 내려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올라가는 길이라니. 힘들지만 매력이 넘치는 산길이다.
여수 수죽산~금오산
바다를 끼고 오르락내리락…숨 헐떡여도 눈이 즐겁다
국제신문 기사 입력일 : 2017-03-22
글·사진=유정환 기자
- 돌산도 8개 산 잇는 '돌산종주'
- 총길이 32㎞ 중 후반부 14.5㎞
- 작곡재~수죽산~금오산 코스
- 경사가 심한 곳은 나무계단
- 율림치 휴게소서 간단한 요기도
전남 여수시는 2009년 말 돌산도의 8개 산을 잇는 돌산종주 코스를 개발했다. 돌산대교에서 돌산공원을 지나 소미산(208m)~대미산(355m)~무술목~본산(273m)~수죽산(300m)~갈미봉(331m)~봉황산(460m)~금오산(320.6m)~향일암을 잇는 32㎞ 코스다. 빠른 걸음으로 가도 11시간 이상 걸린다고 한다. 바다와 맞닿아 오르내리기를 15차례 이상 하는 힘들지만 아름다운 코스이다.
종주는 아니니 걱정 마시라.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2012년 6월 여수 소미산~대미산 편(780회)에서 돌산대교부터 작곡재까지 전반부 19㎞를 산행한 바 있어 이번에는 전체 코스 중 남은 수죽산~금오산 산행에 나선다. 산행은 작곡재 삼거리~수죽산~봉화산(봉수산 삼거리)~봉양고개 버스정류장~잔디밭~갈미봉~봉황산~금오산 금오봉~금오산 전망대~향일암으로 이어진다. 총길이 14.5㎞에 순수 산행시간은 6시간가량 걸린다. 취재팀의 GPS상 거리와 여수시의 자료는 약간 차이가 난다.
작곡재 삼거리에서 철탑이 있는 수죽산 쪽 돌계단을 오른다. 1899년 편찬된 여산지 등에 의하면 계곡물이 굽이쳐 흐르다 합쳐지고 푸른 대밭이 깔려 있는 산이다. 정상 주위에 수죽산성의 흔적이 남아 있다. 돌산종주 등산로 이정표를 따르면 산행을 마칠 때까지 길 잃을 염려는 별로 없다. 잠깐 된비알을 치고 오르면 평평해지면서 무덤군이 나오고 이어 대나무숲을 지난다. 정상을 지나 내리막길에서는 대나무에 바람이 스치면서 '쏴~' 소리가 시원하다.
수죽산 정상에서 1.5㎞ 지점에 봉수산 삼거리가 나타난다. 봉화산이다. 오른쪽 봉수산(1.2㎞), 왼쪽 봉양마을(0.6㎞)로 나뉘는데 답사로는 왼쪽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미끄러운 구간이 많아 주의해야 한다. 봉양임도와 만나면 이정표를 따라 산길로 접어든다. 다시 임도와 만나는 사거리에서는 갈미봉 쪽으로 직진한다. 다시 만난 삼거리에서는 왼쪽 갈미봉(1.4㎞) 방향으로 간다. 오른쪽은 봉양마을로 향한다. 도로를 만나면 오른쪽 봉양 버스정류장 맞은편 산길로 접어든다. 갈미봉 들머리다. 산길로 접어들어 20m 정도 간 뒤 돌산종주 등산코스 이정표를 따라 왼쪽 좁은 길로 간다. 잔디밭을 지나 무덤 뒤로 직진해 임도를 지난다. 보기에도 삐쭉 솟은 것이 힘들 것 같더니 실제 된비알이 펼쳐진다. 경사가 심한 곳마다 나무 계단을 깔아놨다. 갈미봉 정상에 올랐으나 수죽산 봉화산에 이어 정상석도 없고 전망도 펼쳐지지 않는다.
봉양고개 임도에서 봉황산(1.4㎞) 쪽으로 직진한다. 숨이 가빠질 때쯤 '돌산지맥 종주하시는 산님들 힘! 힘! 힘! 힘! 내세요-독도(이경일)'이라는 글이 나무에 붙어 있다. 산꾼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다시 힘을 낸다. 임도 삼거리에서 왼쪽 봉황산으로 내리막 임도를 따라가다 산길로 접어든다. 향일암 갈림길에 다다른다. 이정표 상 왼쪽은 봉황산 정상과 죽포, 오른쪽은 돌산종주(향일암)라고 돼 있다. 왼쪽으로 가자마자 산불감시CCTV가 설치된 쇠기둥이 보인다. 봉황산이 돌산지맥에서 최고봉이기 때문이리라. 10㎞ 내외 범위를 촬영할 수 있다고 한다. 전망대에서는 360도 전망이 펼쳐지며 30m를 더 가면 정상석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가면 산행 들머리로 자주 이용되는 죽포가 나온다.
길을 되돌아 나와 다시 만난 향일암 삼거리 이정표에서 향일암 쪽으로 직진한다. 임도 삼거리가 나오면 왼쪽 오르막을 따른다. 산악기상관측장비를 지난다. 봉황산 정상에서 1㎞가량 이동한 지점에 사거리가 나타나는데 이정표의 율림치(2.5㎞) 방향으로 직진한다. 음습한 기운이 넘치는 나무들을 지나 임도 사거리를 지나면 전망바위와 흔들바위를 잇달아 만난다. 흔들바위에서 오른쪽으로 보면 '힘줄'이 그득한 금오산이 보인다. 다시 전망대와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도로와 만나면 율림치다. 율림치에는 휴게소가 있어 물을 구하거나 간단한 요기를 할 수 있다. 휴게소 옆 금오산 들머리로 향한다. 풍력발전기를 지나 좀 더 오르면 정상석이 있는 금오산 정상에 도달한다. 직진하면 금오산 전망대(1.3㎞), 삼거리(0.9㎞)를 알려주는 이정표를 만나고 곧 우뚝한 병풍바위를 지난다. 금오산 정상을 금오산, 금오산 전망대를 금오봉이라고 하는 곳도 있지만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서는 금오산 금오봉, 금오산 전망대로 부른다.
임포 삼거리가 나오면 직진한다. 왼쪽으로 가면 임포(0.5㎞)로 바로 가는 길이고, 직진하면 금오산 전망대(0.4㎞)를 지나 향일암으로 가는 길이다. 200m를 더 가니 금오산 전망대(0.2㎞) 이정표가 나오는데 바위 쪽으로 올라서면 길이 나온다. 율림치를 지나 금오산부터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 구역이어서 리본을 붙이지 않았으니 주의할 것. 임도로 내려서면 오른쪽에 향일암 입구가 보인다. 대웅전인 원통보전 안에는 기도하는 이들로 가득하다. '향일암 가는 길' 간판에서 왼쪽으로 꺾어 버스정류장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작곡재까지는 어떤 버스를 타도 된다.
◆떠나기 전에
- 금바위 전설 간직 향일암, 해돋이 황홀
금오산 향일암(사진)은 서기 644년 신라 선덕여왕 13년 원효대사가 원통암이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암자로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이다. 낙산사의 홍연암, 남해 금산 보리암, 강화도 보문암과 함께 우리나라 4대 관음기도처 가운데 하나로 금바위의 전설이 얽혀 있다.
풍수지리상 경전을 등에 모시고 바닷속으로 막 잠수해 들어가는 금거북이의 형상이라 한다. 대웅전 앞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봉우리가 머리, 향일암이 선 곳이 거북의 몸체에 속한다. 고려 광종 9년(958년) 윤필 대사가 금오암으로 개칭해 불러오다가 남해의 수평선에서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이 아름다워 조선 숙종 41년(1715년) 인묵 대사가 향일암이라 명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교통편
- 여수시외버스터미널서 향일암행 시내버스 타고 작곡재에서 하차
부산에서 시외버스나 고속버스를 타고 여수종합버스터미널에 내린다.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는 오전 7시30분, 9시25분, 10시50분에 출발하며,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에서는 고속버스가 오전 7시10분, 8시5분, 10시20분에 떠난다.
이어 여수터미널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향일암(종점)행 버스(111번, 113번, 116번 수시운행)를 타고 작곡재에서 내린다. 부산으로 돌아올 때는 향일암 밑 버스정류장에서 시내버스(막차 밤 10시12분)를 타고 반대로 가면 된다.
여수버스터미널에서 부산 서부터미널로 출발하는 시외버스는 오후 3시40분, 5시40분, 7시20분, 8시50분에 있으며, 노포동 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오후 4시20분, 6시, 7시10분, 10시30분(심야우등)에 있다.
차량을 이용할 경우 내비게이션으로 작곡재 또는 여수 돌산읍 '계동로 3'을 검색하면 된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돌산지맥 종주 산행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