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마음🌷
저녁상을 물리고 나서 어머니가 물었어요.
"그래 낮엔 어딜 갔다 온거유-?"
"가긴 어딜가-? 그냥 바람이나 쐬고 왔지-!"
아버지는 퉁명스럽게 대답 했어요.
"그래 내일은 무얼 할꺼유-?"
"하긴 무얼해-? 고추모나 심어야지-!!"
"내일이 무슨날인지나 아시우-?"
"날은 무신날-! 맨날 그날이 그날이지.."
"어버이날이라고 옆집 애들는 벌써 왔습디다."
아버지는 아무 말없이 담배를 입에 물고 불 당겼지요.
"다른 집 자식들은 철되고 때되면 다들 찾아 오는데...
우리 집 자식들은 뭐가 그리 바쁜지? 원 ~"
어머니는 긴 한숨을 몰아쉬며 푸념을 하셨지요.
"오지도 않는 자식놈들 얘긴 왜 해-? "
"왜 하긴-? 하도 서운해서 그러지요.
서운하긴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유-?"
"어험~ "
아버지는 할 말이 없으니 헛기침만 하셨지요.
"세상일을 모두 우리 자식들만 하는지...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자식 잘못기른 내죄 내죄야 !!"
어머니는 밥상을 치우시며
푸념아닌 푸념을 하였지요-,
"어험-!! 안오는 자식 기다리면 뭘해-?
그냥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그만이지!! "
아버지는 어머니의 푸념이 듣기 싫은지
휭하니 밖으로 나가셨어요.
다음 날 어버이 날이 밝았지요.
열 댓집 되는 조용하던 마을에 아침 일찍부터
이집저집 승용차가 들락 거렸어요.
"아니 이 양반이 아침 밥도 안 드시고 어딜 가셨나-?
고추모를 심겠다더니 비닐하우스에 고추모도 안뽑고,"
어머니는 이곳 저곳 아버지를 찾아봐도 간곳이 없었지요,
혹시 광에서 무얼하고 계시나? 광문을 열고 들어 갔어요.
거기엔 바리바리 싸 놓은 낯설은 봇다리가 2개
있었어요, 봇다리를 풀어보니 참기름, 들기름
한 병씩에 가을에 잘 말린 고추가루 1봉지
또 엄나무 껍질이 가득 담겨 있었지요.
큰아들이 늘 관절염 신경통에 고생하는걸 알고
준비해 두었던 것이지요.
또 다른 봇다리를 풀자, 거기에도
참기름과 들기름 한 병에 고추가루 1봉지
민들레 뿌리가 가득 담겨 있었지요,
작은 아들이 늘 간이 안 좋아 고생하는 걸 알고
미리 준비해 두셨나 봐요.
어머니는 그걸 보시고 눈시울이 붉어 졌어요,
"언제 이렇게 준비해 두셨는지...
야생 엄나무 껍질을 구하려면 높은 산엘
가야 하는데, 언제 높은 산을 다녀 왔는지...
요즘엔 민들레도 구하기 힘들어
몇 일을 캐야 저 만치 되는데..."
어젠 하루종일 안 보이시더니 읍내에 나가
참기름과 들기름을 짜 오셨던 거지요.
자식 놈들이 이 마음을 알려는지...
어머님은 천천히 무거운 발을 옮겼어요.
집 뒤에 있는 동네 어귀 장승백이에
아버님이 홀로 앉아 있었지요.
구부러진 허리에 초췌한 모습으로
저 멀리 동네 입구만 바라보고 계셨어요.
어머님은 아버님의 마음을 잘 알기에 시치미를 뚝 떼고,
"아니 여기서 뭘 하시우? 고추모는 안 뽑구-?"
" ......... "
"청승 떨지말구 어서 갑시다.
작년에도 안오던 자식놈들이 금년이라구 오겠수?"
어머니가 손을 잡고 이끌자 그제서야
아버지는 못이기는척 일어 났지요.
"오늘 날씨 왜 이리 좋은기여?
오지않는 자식놈들 잊어 버리고
어서 가서 아침먹고 고추모나 심읍시다"
" ........ "
아버님은 아무 말없이 따라 오면서도
자꾸 동네어귀만 뒤돌아 쳐다 보셨지요.
"없는 자식복이 어디서 갑자기 생긴다우-?
그냥 없는듯 잊고 삽시다 "
"험험... "
헛기침을 하며 따라오는 아버지가 애처로워 보여,
집에 돌아와 아들오면 잡아주려고 길러왔던 닭을 보고,
"오늘은 어버이 날이니 우리 둘이 살 오른 닭이나
잡아 먹읍시다. 까짓거 아끼면 무얼하겠수-?
자식 복두 없는데 .... "
" ...... "
어머니는 아침 상을 차리면서
"오늘은 고추모고 뭐고 그냥 하루 편히 쉽시다.
괜히 마음도 안 좋은데 억지로 일하다
병나면 큰일 아니우-?"
"다른 집들은 아들 딸들이 와서
좋은 음식점에 외식이다 뭐다 한다는데-,
우린 닭이나 잡아 둘이서 술이나 한 잔 합시다"
"험험 ..."
그때였어요.
아침상을 마주하고 한 술 뜨려 하는데...
"아브이 어므이~"
하면서 재너머로 시집보낸 막내 딸과
사위가 들이 닥쳤지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지독히 앓아
다리를 심하게 저는 딸이라
늘 천덕구러기 같아 구박만 주었던 딸인데-,
사위랑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헐레벌떡 들어 왔어요.
아버지 어머니는 깜짝 놀라 어안이 벙벙해저,
"아니 니가 어떻게... 제 몸 하나
잘 가누지 못하는 니가 어떻게 왔니-?"
"어므이 아브이-!! 오늘 어브이날 이라 왔어,
아브이 좋아하는 쑥 버므리 떡 해가지고 왔어"
그러면서 아직 따끈따끈한
쑥 버므리떡을 내 놓는 것이 아닌가,
"아니 이 아침에 어떻게 이 떡을 만들었니-?"
저이하고 나하구 오늘 새벽부터 만들었어,
맛이 있을런지 몰라 히히....
"이보게! 박서방- !! 어떻게 된건가?"
"네, 장모님 저사람이 어제부터 난리를 첬어요,
우리 아버지가 쑥버므리떡 좋아하신다고,
쑥 뜯으러 가자고 난리를 치고
또 밤새 울거내고 새벽부터 만들었어요"
"그랬구나 그랬구나-!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을 뻘뻘 흘리고 왔어-? 천천히 오지?"
"저 사람이 쑥 버므리떡은 따끈할 때 먹어야
맛있다고 식기전에 아버님께 드려야 한다고
뛰다시피 해서 가지고 왔어유"
"에이구 몸도 성치않은 자식인데.. "
소아마비로 인해 딸이 몸이 성치않아
몇년전 한쪽 다리가 불구인 사위를 얻어
시집을 보냈던 딸이었지요.
언제나 어머니 마음 한구석에
아픔으로 자리했던 딸이었기에
그저 두내외 잘 살기만을 바라는 마음이었지요,
어느 사이 어머니의 눈가엔 눈물이 배어 나왔어요.
"참-! 아브이 어므이 이거!! "
하면서 카네이션 두송이를 꺼내어 내미는 거였지요.
"저이가 어제 장터에 가서 사왔어! 이쁘지? 히히-"
"내가 달아 드릴께!!"
하면서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 드렸지요.
"아브이 어므이 오래오래 살아야 돼!! 알았지? 히히-"
"그래 알았다 오래 살으마!! 너희들도
행복하게 잘 살아라, 박서방 정말 고맙네 !!"
"아니에요 장모님!!
두분 정말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세유"
"그려 그려 정말 고맙네-!"
"아브이 어므이 어서 이 쑥떡 먹어봐!!
맛이 어떨런지 몰라 히히-"
"그래 알았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쑥 버므리떡을 입에 넣으며
목젖이 울컥하는것을 느꼈지요-.
눈가엔 눈시울이 붉어 졌지만 애써 참으며
"그래 참 맛있구나!! 이렇게 맛있는 쑥떡은
처음 먹어 보는구나-, 당신도 그렇지요-?"
" 흠흠 으응 .... "
아버님은 목이 메어 더이 상 말을 하지 못하셨지요.
"참!! 술 술,"
사위가 잊었다는듯 보따리에서 술병을 꺼냈어요,
"이거 아브이 어므이 드린다구
박서방이 산에서 캔 산삼으로 담근 산삼주야-,
작년에 산에 갔다 캤는데 팔자구 해두
장인어른 드린다고 안팔구 술 담은거야 "
"박서방이 산삼을 캤구먼"
"네! 작년에 산에서 한뿌리 캤시유"
"에구 몸도 성치 않은 사람이... "
산삼주를 받아든 아버님의 손끝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지요.
"평생 홀아비로 늙어갈 몸인데
저렇게 이쁜 색시를 낳아 주셔서 넘 고마워유-"
"무슨 소린가-?
몸도 성치않는 자식을 받아 준 자네가 고맙지!!"
"아녀유-? 저한테는 너무 과분한 색시 구먼유"
"그려 그려 앞으로도 못난 자식 잘 부탁하네-!!"
"장인장모 어르신 오래오래 사세유-"
아버지는 눈시울이 뜨거워 더 이상
앉아있지 못하고 슬며시 일어나 나가셨지요.
병신 자식이라 불쌍하게만 여겼지
아들처럼 공부도 제대로 안 시키고
결혼식도 대충 마을회관에서 올리고,
그냥 시집을 보낸 딸 자식이었는데...
그저 시집 보냈으니
있는듯 없는듯 신경 안쓰던 그 자식이
어버이 날이라고 이렇게 불쑥 찾아 올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지요.
더욱이 내가 좋아하는 쑥 버므리떡을
밤을 새워가며 해가지고 올 줄이야-,
내 평생 이렇게 맛있는 떡을 먹어 본적이 있었던가-?
무엇이든 생기면 아들 형제만 주려고 생각했지,
천덕구러기 병신 딸은 언제나 안중에 없었지요,
행여 병신(病身) 자식이라고 업신 여겼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 졌어요.
불구의 몸이지만 딸의 생각이 저렇게 곱고, 착한지-,
불구자인 사위의 처부모 생각하는 마음이
저래 깊은줄 이제서야 알았지요.
아들들 때문에 서운했던 마음이
딸로 인해 확하고 다 풀어 졌어요.
마음이 멀어진 아들보다 가까운 딸 자식이
소중한 것을 그때서야 알았어요.
그러면서 가슴 저~ 깊은곳이 아려 왔지요.
정말 딸자식이 고마웠어요.
아니 많이 미안 했지요-.
한참뒤 밖에서 씨암닭 잡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 잘난 아들자식 오면 잡아 줄려고 키웠는데
못난(?) 딸자식 줄려고 잡나봐요.
"우리 귀한사위 줄려고 장인어른이 씨암닭 잡나보네."
"아이구 황송해서 어쩌지요 장모님-?"
"아닐쎄, 자네는 씨암닭 먹을 자격이 충분 하네-"
"장모님 고마워유-!"
옛말에 굽은 소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했던가요-?
몸도 성치않는 딸자식이
진정한 효도를 하고있는 모습 이지요-.
효(孝)라는 것을
정해서 말 할수는 없으나 품안의 자식처럼
살아생전의 효도가 진정한 의미를 지니지요.
주자10훈 중에서도
"불효부모 사후회(不孝父母 死後悔)" 가 으뜸이듯
부모님 살아생전 효도하지 아니하면
돌아가신 후에 반드시 후회 한다고 했지요.
부모님은 자식이 효도할때 까지 기다려 주지 않아요.
살아생전 잘 모셔야 그것이 효도이지
사후에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제사를 지낸들 아무 소용이 없지요.
부모없이 태어난 자식은 없어요.
하늘같은 부모님 은혜
언제 어느때고 잊지 말아야 하겠지요-.
첫댓글 살아생전 효도해야 합니다..
후회없이요~
명절때 기다리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봅니다,
조금 힘들더라도 찾아뵈야지요~
부모님깨 효도하십시요.
후회하지 말구요...
가끔 하늘나라에 계신 부모님께 편지를 띄움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