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14일 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문창극)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지지율 하락에 따른 당내 일각의 특단 대책 요구에 대해 "깜짝쇼 하듯이 당명 바꾸고 모양만 바꾸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 후보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의 지방선거 제휴 및 합당 여부에 대해 "합당은 반대하지만 민주세력이 중심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연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노 후보는 또 "신민주연합론이라는 용어만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지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앞으로도 계속 도움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이외에 남북관계, 노동, 경제 등 각종 정책과 정국 현안 등이 논의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 처음으로 갖는 초청 토론회였던 이날 토론회에서 노 후보는 패널들의 질문에 이전보다 훨씬 신중한 태도로 답했다.
이날 토론은 노 후보의 기조연설에 이어 남찬순 동아일보 논설위원, 이용식 문화일보 정치부장, 박보균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종구 한겨레신문 정치부장, 홍은주 MBC 해설위원 등 대표토론자 5명과의 문답 형식으로 3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아들 비리 의혹의 최종 책임은 김대중 대통령이라는 것에 동의하나.
△대체로 언론과 국민의 판단에 동의한다. 그러나 내가 나서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이미 대통령이 사과하고 검찰 수사의 조그만 부담도 느끼지 않도록 장애를 제거했다. 지금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굳이 여당 대선 후보가 나서서 `나 깨끗하다', `이 문제와 관계없다'고 자꾸만 얘기하지 않아도 별로 탈이 없겠다 생각해서 말을 아끼고 보고 있다.
-대통령 아들들 문제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야박하다는 말은 '나는 의리의 사나이'라는 이미지로 전통적 DJ 세력에 잘 보이려는 것 아닌가.
△설사 정치적 계산이 보여도 옳으면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 그동안 대통령 후보가 되신 분들이 차별화라는 이름으로 비난하고 당에서 나가라고 하고, 인형으로 타박하고 모욕주는 행동을 보면서 국민을 속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정당으로서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굳이 차별화를 통해서 관계있는 것을 없다고 우기는 것은 국민에게 책임있는 행동으로 보이지 않는다.
-김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이 노 후보를 보호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유불리 계산은.
△대통령의 행동이 배려가 아닌가 생각해 마음속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다. 탈당한 이후에도 당의 지지율이 현저하고 떨어지고 있고 그 부담은 당과 내가 지고 가는 것이다. 득이 됐든 안됐든 인간적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특단의 대책으로 김 대통령과의 완전한 절연하고 신당을 창당하자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깜짝쇼 하듯 당명 바꾸고 모양만 바꾸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실질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달라진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답이다.
-김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과 과거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차이점은.
△3단계 통일론 내용을 다 외우지는 못하고 있다. 이는 논리적 완결성을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핵심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과 흡수통일은 안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붕괴를 기도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중요하다.
-6.15 공동선언 2항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안이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 방향으로 통일을 지향한다'는 조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영연방과 유럽연합을 비교해볼때 연방과 연합의 차이는 단일헌법을 전제하고 있느냐 여부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 쓰는 연방의 개념은 단일헌법을 반드시 전제하고 있지 않는 부분이 들어있다. 그렇다면 이는 연합이다. 차이를 크게 확대 해석하면 공통점 만들기 어렵다. 동질성 확대시키고 묶어 나갈 때 타협할 기초가 만들어진다.
-북한의 고려 연방제에 대한 생각은.
△북한이 대남적화전략 갖고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관념적 주장이지 현실에서 가능치 않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인식이다. 남한은 남한의 전략을 가지고 그때그때 풀어나가면 된다. 공통점을 하나씩 찾아나가고 대화로 협력 교류를 다지며 국가연합의 단계로 그때그때 풀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노 후보 홈페이지에는 정체성 등 소모적 논쟁 그만두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을 소모적이라고 본다는 의미냐.
△ 이미 냉전체제가 붕괴됐는데 자꾸 냉전적 얘기를 하는 것은 소모적 논쟁이다. 남북간 어떤 타협을 하든 통일된 체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일수 밖에 없다. 북한 쪽에 "당신 체제는 아니다. 우리 체제로 통일해야 된다"라고 쓸데없이 말을 반복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소외된 사람들 저항권 인정해야 한다는 얘기 많이 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난 뒤 노점상들이 청와대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나.
△ 법질서는 지켜야한다는 것은 확고한 신념이다. 단 법이 부당해서는 안되며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 이제 법질서가 합리적으로 정비됐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자기 시정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때 저항권이 작동하는 것이다. 노점상들의 시위에 어떻게 대응해야하는가라는 문제는 대통령의 몫이 아니라 시장의 몫이다.
-현 정부에서 구속 노동자가 양산되고 있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한다면.
△준비없이 대량실업사태 맞이해 노정갈등이 깊어지고 구속노동자가 많아진 것이지 노동정책이 더 가혹했기 때문에 마구잡이로 잡아넣은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현 단계에서 노동시장 유연화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 단순히 노동시장 유연화의 찬성반대로 갈라질 문제가 아니다. 보완정책이 갖춰져 있느냐의 문제다. 대기업에서는 노동의 유연화를 좀더 수용하고 중소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 보호정책을 보완해야 한다.
-노동자 등의 불법집회로 인한 교통체증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엄하게 단속하되 법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할 여지가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 등과 관련, 기업에 대한 이중규제라는 지적이 있는데.
△국민의 정부와 제가 말하는 규제는 시장을 제한하는 규제가 아니라 시장을 시장답게 작동케 하기 위한 규제다.
-노 후보는 벤처산업 육성을 주요한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벤처가 비리의 온상이 되어버렸는데 건전한 벤처육성 방법론은.
△벤처비리가 찬물을 끼얹었으나 벤처산업은 갈 수 밖에 없다. 벤처기업을 선정하고 투자가치를 분석, 평가하는 기술과 기법을 좀 더 향상시킬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간접적 지원방식을 쓰겠다.
-최근 부산지역 지구당위원장의 부탁을 받아 검찰에 민원 전화를 해 문제가 된 바 있다. 대통령이 돼서도 그렇게 하겠나.
△ 대통령되면 이제 그런 일은 안한다. 당시에도 전화할까말까 망설였다. 고심되는 부분이다. 지난 십수년간 수없는 민원을 처리했다. 건전한 상식으로 하는 것이다. 링컨대통령도 사병 전출문제와 관련, 사령관에게 쪽지를 보냈던 예화가 있다. 그러나 의심을 받게 한 것은 내 불찰이다.
-해양수산부 장관 때 소형저인망 어선 불법조업을 법대로 단속해선 안 된다고 했는데.
△소형저인망 이야기는 조금 부적절했다고 봐서 두고두고 고심했다.
-노사모가 특정언론 절독운동을 벌이는 등 신종 사조직화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노사모와 관계를 향후 어떻게 할 것인가.
△과거 나사본이나 민주산악회와 노사모는 다르다. 노사모는 내가 지휘하는 조직이 아니다. 노사모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나중에 한 자리 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노사모에 대해 내 이름을 앞세워 이런저런 일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견제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투표 참여 운동은 찬성한다. 절독운동은 그들의 자유다.
-무력혁명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을 두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는가.
△대남 적화통일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는다. 흡수통일을 하지 않는다는 게 적화통일을 의미하는 식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한다.
-DJ와 YS의 통합은 결국 호남과 부산.경남의 통합에 불과한 것 아닌가. 이를 정책 구도에 집어넣는 것은 모순 아니냐.
△ '3당 합당'이후 민주세력을 통합하는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다. 과오가 있더라도 합쳐야 한다. 감정의 벽을 허물어버리고 응어리를 풀어야 한다.
-YS의 3당 합당에 대해 '반역사 반민주'라며 비난했는데.
△김 전대통령의 3당 합당은 변절, 김 대통령의 국민회의 창당에 대해선 실책이라고 비난했다. 가혹한 욕설도 했지만 한국사회는 산업화세력과 반독재 민주세력이 큰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현실적인 역사다.
-지방선거에서 자민련 김종필 총재와 제휴할 생각인가. 정책중심의 연합과는 모순 아닌가.
△ 연대와 합당은 다르다. DJP연대는 김 대통령이 주도한 연대로 합당까지 가지 않았다. 민주세력이 주도하는 정치질서가 중심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합당이 아닌 연대는 문제되지 않는다.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 정치다.
-어떤 때는 현실을, 어떤 때는 명분을 강조한다. 어떻게 김 총재와 제휴가 가능한가.
△합당은 없다. 합당은 반대하고 있다.
-양김화해에는 대구.경북이 빠져 있어 진정한 영호남 화합으로 보기 어렵다.
△양김은 민주세력의 양대산맥이다. 두분이 악수하는 것은 커다란 사건인데 직접 손잡을 것 같지 않다. 내가 중간에서 이쪽 저쪽의 지지를 얻어내면 자연스럽게 영호남 통합이 이뤄진다. 어느 지역도 패권이 없고 차별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YS에게 박종웅 의원을 부산시장으로 천거해달라는 부탁을 거절당했다. 부산.경남 지방선거에서 한 곳도 당선되지 못하면 재신임을 받겠다는 말은 유효한가. 재신임이란 새 후보선출을 의미하나.
△유효하다. 재신임 방법은 당에 맡기겠다. 당이 적절한 방법을 찾아줄거라 생각한다.
-안동시민학교 강연에서 대한민국을 자본주의 분열세력이라고 표현했는데 유엔이 인정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를 부인하는 것인가.
△유일한 합법정부이지만 분열세력인 것도 맞다. 양립이 가능하다.
-북한과 남한은 같은 분열세력으로 등가로 보는가.
△정통성과 합법성과 별개로 분열세력이라는 점은 비슷하다. 내가 김 전대통령과 화해하면서도 양김씨를 분열세력이라고 말하는 것도 같은 것이다. 해방 후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남한의 정통성을 부인한 것은 아니다.
-김 대통령은 '6.25'를 통일시도 전쟁이라고 했다.
△월남이 무력통일했는데 통일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질문은 내가 사상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전제로 하고 있는데 잘못된 것이다. 대통령 말씀과 판사, 국회의원, 장관을 지낸 나를 싸잡아 사상검증을 하면 짜증스럽다.
-사상검증이 아니고 노 후보의 얘기에 그런 느낌이 있다.
△분단극복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어 앞으로 분열하지 말고 통합하자는 것이다.
-동의대사건과 전교조 활동을 민주화운동으로 인정한데 대한 생각은.
△ '민주화보상심의위'의 판단에 맡겨진 문제인 만큼 재심절차를 거쳐야 할 문제지 대통령이나 대선후보가 좌지우지할 문제가 아니다. 누각 방화했는지 사실관계가 아직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아 의견을 말하기 힘들다.
-전교조는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은가.
△교육현장의 인권과 권리를 위해 싸웠다는 점에서 민주화와 연관된 점이 많다.
-단체행동권까지 포함한 공무원 노조의 인정에 대한 입장은.
△공무원 노조는 세계적인 추세도 그렇고 노사정위에서 인정하기로 한 것이니 인정해야 한다. 단 단체행동권은 한국적문화를 감안할 때 유보돼야 한다.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결정할 문제다.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복안이 있나.
△ 폐지라고 말했으나 표현이 조금 잘못됐다. 필요하다면 대체 입법해야 한다. 국보법은 과거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탄압해왔으며 세계적으로도 반인권적 법으로 조롱을 받고 있다. 독일의 '민주주의 수호법'처럼 새 법을 만들거나 형법에 소화하면 안보에도 지장이 없다.
-'선복지 후성장론'을 주장했는데 대규모 복지예산을 어떻게 마련할 생각인가.
△사실이 좀 왜곡됐다. 복지가 성장에 부담이 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복지 재원 마련은 어디서 뽑아내느냐는 지도자의 의지다. 균형예산 자체는 찬성한다.
-기업의 은행 주식 소유 제한 제도 폐지를 반대하는데..
△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로 기업 건전성 감독 부분이 유명무실해질 위험성이 있어 반대한다.
-81년 인권노동 변호사 하기 전까지 상당히 돈을 많이 벌었다고 했는데..
△ 87년 9월 재산을 뭉뚱그려 중고차 매매상사를 샀다. 당시 산 가격이 1억2천-1억3천만원이었다. 나중에 값이 올라 팔았다. 그때 만든 돈이 8억으로 지금까지 변동이 없다.
-87년 이후부터는 투명한 것을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78년부터 81년까지 돈을 많이 벌었던 시절을 얘기해 달라.
△ 81년 9월부터 변호사 업무를 사실상 중단하고 시골에 작은 버스회사 지입버스를 사서 운영하다 구속되면서 중고차 매매상사 산 것이다. 감옥가면 먹고 살 길이 없을 것 같아 산 것이다.
-등기부 등본에 재산 문제가 복잡한 부분 많더라. 집도 여기저기 보증을 많이 서서 부인 명의라고 하던데, 나라 경제도 그런 식으로 운영하면 곤란하지 않겠나.
△ 변호사 하면서 남들이 동업 계약하러 오면 시시콜콜 분쟁이 생길 수 있는 모든 것을 조문화 한다. 그러나 내 문제 처리할 때는 도장 내주고 알아서 하라고 한다. 공적 업무는 까다롭게 한다.
-장인 좌익 활동 논란 있는데 대통령 후보로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의무 아닌가.
△유야무야 덮자는 것을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연좌제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장인 문제와 국가 지도자의 문제를 따져야 한다면 따지겠다.
-대일 외교의 기본 자세는.
△과거사를 잊을 수는 없지만 일본과 한국 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나아가 경제통합으로 갈수도 있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의식이 필요하다.
-동의대 사건을 지금 다시 얘기하는 것에 대해 법리적으로 어떻게 보나.
△어려운 일이다. 김 대통령만 해도 과거 법체계하에서 내란죄로 선고받았다. 이것이 역사다. 재판은 존중돼야 하지만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노 후보는 경선과정에서 이인제 후보가 3당합당에 동참했다며 도덕적 우위를 주장해왔다. 대선 후보가 된 뒤 실리와 현실을 의식해 YS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스스로 주장하는 도덕적 우위를 무너뜨리는 것 아닌가.
△3당 합당은 역사적 과오다. 나는 당시 김 전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것에 반대했다. 그런 맥락에서 이인제 후보가 대통령이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는 화해라는 게 있다. 김 전대통령이 남은 인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노무현의 등도 두드려주고 영호남에서 지지받도록 하고 민주세력 통합의 구심으로서 도와주시고 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해 청을 드린 것이다.
-한이헌 부산시장 후보 선정은 밀실공천 아닌가.
△경선은 아주 매력 있는 민주주의 제도지만 사실 보충적인 제도다. 합의를 다 해버리면 선거도 투표도 없다. 경합이 없으니까 추천한 것이다.
-YS가 박종웅 의원 천거를 하지 않은 것은 3당 합당 비판 때문이 아닌가.
△왜 거절했는지 짐작은 간다. 김 전대통령으로부터 계속 도움 받으려 할 것이다. 신민주연합은 용어 자체만 폐기한 것이다.
-작년 11월 부시대통령이 대결과 긴장의 시대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했는데.
△당시 미국의 정책이 클린턴 대통령 때 보다 강경하다고 말한 것이 아닌가 싶다.
-통일 후에도 안보적 대치구도가 있다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해야한다고 했는데 안보적 대치구도가 뭐냐.
△ 동북아의 대치구도 또는 동서 대치구도를 그렇게 표현한 것 같은데, 한미일 동맹체제와 북중러 동맹체제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해소되지 않으면 어떻게 통일이 되겠는가. 안보적 대치라는 말은 필요 없다. 통일이후 주둔하면 된다.
-미 부시 행정부를 어떻게 보는가.
△외교는 현실이다. 정권이 바뀌면 그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 어느 정부라도 한미 우호관계를 돈독하게 해야 하고 남북관계에서 손발을 잘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나.
△당내 전문가들과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다. 중도보수라는 외교전문가들은 갈 필요없다고 하고 소위 좌파 쪽이라는 사람들은 갔다 와야 한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필요 없으면 방미하지 않겠다는 말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말하면.
△참모진들이 미국을 방문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정작 가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뚜렷이 대답을 못했다.
-자립형 사립고를 포함한 평준화 문제와 대학의 기여 입학제에 대한 입장은.
△평준화문제는 한국 중등교육의 기본틀이지만 보완이 필요하다. 자립형사립고도 만들 필요가 있지만 입시학원화는 막아야 한다. 기여입학제는 반대하지 않지만 정책으로 밀어붙이겠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이다.
-해수부 장관 시절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 보물섬사업 보고 받지 않았나.
△ 지방청장의 전결 사항이라서 전혀 몰랐다. 사업신청서 수리도 내가 장관을 그만둔 뒤 됐다.
-대선자금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복안이 있나.
△ 대선자금은 투명하게 원칙대로 운용하겠다. 미디어와 인터넷 당조직으로 간결하게 가져갈 것이며 사조직을 동원하는 선거는 맹세코 하지 않겠다. 선거비용은 법정한도액 안에서 사용하겠다.
- 재혼가정에서 자녀의 성씨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여성계에서 주장하는 '친양자제도'에 대한 입장은.
△ 솔직히 공부를 못한 분야다.
- 주식투자를 한 적 있나.
△88년 선거자금이 주식을 판 돈이었다. 2천만원가량 투자한 적 있다.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 최규선씨와 만난 적이 있다고 하는데 만나게 된 과정과 대화내용을 밝혀달라.
△ 김희완씨를 통해 만났다. 김씨는 3당합당 이전에 같은 당이어서 더러 교류하는 사이였다. 당시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여려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다녔다. 김희완씨가 몇가지 조언을 하겠다고 해서 만났는데 그 자리에 낯선 사람이 있었다. 이름도 안 밝히고 '후보가 되면 즉시 미국에 다녀와야 한다'면서 '나한테 맡겨라'고 다짜고짜 얘기해 거부감이 들었다. 그래서 '그럴 필요가 없다'며 '필요하면 도움을 청하겠다'고 대답했다. 만나고 나오면서 최규선이라는 것을 알았다. 10분정도 대화하고 일어섰기 때문에 별다른 인상을 못 받았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역사적 안목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했는데.
△첫째, 이 후보는 냉전적 사고를 갖고 있다. 20년뒤 한국운명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은 남북관계다. 이 후보는 남북간 신뢰증진을 중요하게 여기는 게 아니라 대결적인 사고를 갖고 있다.
둘째, 이 후보는 지역감정을 부추기면 안된다. 배타적 감정과 거부하는 감정에 기대어 영남표를 받으려한다. 고쳐야 한다.
셋째, 이 후보는 엘리트의식을 가진 분이다. 나는 서민적이다.
-노사모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특정기자의 출입을 막았다. 대통령이 되면 특정언론의 인터뷰를 거부할 것인가.
△청와대에 들어가면 특정언론이 취재를 못하는 게 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 그러나 나도 할 말이 많다. 언론의 생명은 사실과 공정성인데, 악의적인 공격을 매일 받고 있다. 악의적 공격이라는 게 웬만한 사람이면 훤히 보인다. 노사모가 그렇게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