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결혼식 스케치
두바이에 작년 2월, 그러니까 2010년 2월은 정말 비가 자주 왔었습니다.
2009년 12월부터 여기가 두바이였나 싶을 정도로 자주 그리고 때론 많이 왔었는데요...
2010년 2월 27일은 말그대로 폭우가 쏟아졌었습니다.
약 30분정도 우리나라 6월에 내리는 장맛비처럼 장대비가 퍼부었어요.
주요도로들도 잠기고 그로 인해 차량들은 도로를 주차장으로 만들어 버렸었답니다.
사실 두바이는 대부분의 도로에 크게 배수시설을 하지 않았어요, 비가 거의 오지 않았던 지난 50년간의 기상자를 토대로해서
설계했기 때문이랍니다, 방수처리가 부족한 건물들도 많고요.
그날 호텔 앞 도로 모습입니다.
그날, 저는 디에라(Deirah - 두바이 지역명)의 JW 메리어트 호텔에서 손님들과 미팅이 있어서 그곳에 있었습니다.
비가 제가 도착한 뒤 얼마후에 퍼부어서 큰 교통 체증없이 갔었지요.
약속시간은 저녁 10시 호텔로비였었는데, 10시20분이 넘어도 오실생각을 하지 않더라고요, 물론 이 비때문이라 생각하였습니다.
손님과 통화하여 위치를 파악하니 도저히 미팅시간이 되지 않을듯 하더라고요.
미팅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호텔 옆의 주 도로를 보니 한숨만 나와서 호텔 정문 앞에서 담배 한대를 피우는데 고급 차량들이 줄지어 호텔로 들어 오고 있었습니다.
그 호텔이 급이 떨어지는 호텔이 아니므로 크게 놀랄일은 아니였는데요, 차량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고 호텔에서 무슨 행사가
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차량에서 너무나 예쁜 이곳의 아랍여성들이 남성들과 줄줄이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였어요.
모두 화장을 예쁘게하고 블링블링한 장신구와 신발을 신은 여성들과 말끔한 수트를 입은 남성들이였답니다.
여성들은 아라비아 반도의 여성들이 주로 착용하는 아바야(아랍여성 복장이라 하면 떠오르는 검정색 옷)과 세일라(흔히 히잡이라고 알고있지만 히잡과 엄연히 다른 아랍여성들이 머리에 쓰는 천)를 착용하였으나 니깝(세일라를 한 후 코부터 입 목 부분까지 가리는 천)은 대부분 착용하지 않아서 화려한 그 얼굴은 그대로 볼수가 있었답니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보다가 - 사실 너무들 예뻐서 아무생각이 나지 않았던 듯합니다.;; - 차를 빼서 집에 가려는데 옆에서 같이 담배를 태우던 외국인 여성이 말을 걸어오는 거예요.(나중에 물어보니 아제르바이잔 항공사 직원이더라고요)
담배불을 빌리자고 하더라고요, 불을 붙여주니 "이 호텔에서 혹시 무슨 일 있는지 아세요?" 라고 물었어요.
알턱이 없는 저는 "그건 제가 알고 싶은 일인데요, 아세요?" 라고 반문하였습니다.
그 여자 말이 오늘 그 호텔에서 이쪽 아랍사람들의 결혼식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밤이 너무 시끄러울 것 같아서 외출하려는데 비도 많이 오고 담배피고 생각해 봐야겠다며...
결혼식하는데 얼마나 시끄럽길래...생각하는데...
안에서부터 북소리가 크게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안을 둘러보니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고 카메라 맨, 사진사들 그리고 그 차안에서 내렸던 아랍 여성들이 다 그곳에 있더라고요.
호기심에 바로 로비로 들어갔는데요, 본능적으로 사진기를 꺼내었는데...'순간 찍어도 되나?' 고민했어요.
아시다시피 이곳에서 허락없이 아랍여성들 사진을 찍을 경우 매우 곤란해 질수 있거든요.
그런데 주변 눈치를 보니 관광객들로 보이는 사람들, 즉 결혼식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이 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거예요.
저도 그래서 미친척하기로 했습니다.;;
결혼 안내판
카메라 들고 처음에는 조심스레 찍기 시작했는데, 나중엔 너무 마구 눌러대서...
그런데 건진사진들은 거의 없어요, 안타깝지만...
안정되게 찍을 수 없는 상황이여서 게다가 똑딱이다 보니 밤이라 많이 흔들리고 구도도 그렇고요...
신랑 신부가 막 계단에서 내려온후
친구들과 친지들에게사진 촬영을 위하여 잠시 포즈를 취해주는 신랑 신부
앞에 갈수 없었기에...저는 뒤에서 이렇게...
결혼식장으로 행진하는 신랑 신부, 포커스는 왜 저 파란티 아저씨에게 맞은 건지...ㅡ.ㅡ;
신랑이 신부에 비해 너무나 나이가 많아 보였어요...
이 사람들이 신랑 신부의 행진을 앞에서 이끌었습니다, 정말 소음에 가까운 연주를 하면서 말이죠...
이날의 주인공 아름다운 신부
이렇게 그들은 결혼식장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만 빼놓고요... 관광객인 줄 알았던 사람들도 알고보니 지인들이였다는...
정말 다 들어가고 저만 남았었어요.;;
신부 친구들인듯한데요, 사진이 너무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중에 눈에 제일 많이 띄였던 그녀.
그렇게 한 커플의 사진을 실제 결혼식장에 들어갈때 까지 찍고 다시 담배 피우는데, 그 여자 아직까지 담배 피우고 있더군요.
"구경 잘했어요?"
"네, 사진도 좀 찍고..."
"한 커플 더 있어요, 오늘."
로비에 들어가니 또 한 커플 결혼식 안내판이 있더라고요.
그 호텔 로비는 들어서면 좌, 우측으로 계단이 있는데요, 먼저 커플은 좌측에 안내판이 그리고 그 신랑 신부는 그쪽으로 내려 왔고요, 그 반대편에 다른 안내가 있더라고요, 아랍어라 무슨 내용인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신랑과 신부 이름이 아닐까 해요.
이번 커플은 제대로 찍어야겠다 생각하며 계단 밑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카메라를 가지고 기다리는 저에게 어떤 아랍 아주머니가 다가 오시는게 아니겠어요.
사진사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초라한 카메라를 들고 기다리니 눈에 띄긴 했을겁니다.
게다가 거의 유일한 동양인이였거든요.
그 아주머니 신랑될 분의 어머니라고 하시면 정중하게 사진찍으면 않된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우긴다고, 몰래찍는다고 될일이 아니였기에...포기하는 수 밖에 없었어요.
신랑은 시리아 사람, 신부는 이집트 사람이라는 것만 듣고 그냥 눈으로만 보았습니다.
다른 커플, 신랑 신부의 계단
UAE, 두바이 현지인의 결혼식은 아니였지만 색다른 볼거리였어요.
밤 10시 넘어서 결혼식하고 밤세워 마시고 즐긴다는군요.
그러나 두바이의 경우는 보통 저와 같이 외부인이 볼수없게 통제한다고 합니다.
높은 신분일 수록 더하고요, 이 곳에서 결혼한 여성, 즉 신부의 집은 결혼후 2주에서 4주간 집에 수없이 많은 작은 전구로 치장하여
밤세워 켜 놓습니다,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를 온몸에 휘감아 놓은 집같은 느낌이랄까요.
두바이나 아부다비를 밤에 다니시다가 그런 집이 있으면 출가한 딸이 있는 집이라 보시면 되겠어요.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그 스모킹걸, 아직도 그 의자에서 담배 피우고 있더라고요...
아니 왜그렇게 줄담배를 피우냐고 물어보니...
"당신이 안에만 있으니 불빌릴 사람이 없어서... 불이 꺼지면 다음 담배를 못피자나요..."
"ㅡ.ㅡ^"
어찌 받아 들여야 할지 모르는 대답이였어요.;;
아무튼 머라고 화답은 해주었습니다.^^*
비가 그리운 요즈음입니다...
유라이어 힙의 '비'나 들으며 자야겠어요...;
첫댓글 저도 호텔아파트먼트에 있을 때 결혼식을 보게 되었어요. 정말 시끄럽고 요란스럽더라구요. 그래도 좋은 일이니 같이 축하해주는 분위기로 구경했었죠. 작은 전구로 집 전체를 장식하고 불 빍히는 게 신부의 집이란 뜻인 줄은 몰랐었네요. 저는 그런 빌라 몇개를 보면서 참 에너지낭비 제대로 한다면서도 예뻐서 보곤 했거든요. 덕분에 좋은 거 하나 더 알게 됐네요, 감사해요^^
클레어님 잘계시죠?^^*
정말 시끄러웠어요 저날도...호텔 로비가 떠내려가는줄 알았다는 ㅋ
재작년 12월무렵 주메이라 궁전쪽 하얀집에 그 전구장식을 했었는데 정말 이뻤어요...
ㅎㅎㅎ 전 첨에 로컬 결혼식 사진일줄 알고 열심히 봤네요. 어떻게 로컬 결혼식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까 궁금해 하면서 ㅋㅋ 신부와 여자 하객들이 머리를 싸매지 않은거로 봐선 레바논 결혼식인거 같기도 하네요. 신랑 신부 다 같이 하객들과 즐거워하니 좋아 보입니다. 로컬 결혼식은 정말 신부가 가장 외로운 결혼식인거 같아요. 하객들도 가봐도 밤새 지치도록 먹기만 하고 오고... 좋은거 구경하고시고 같이 사진도 보여주시고 감사드려요 ~
네, 하객으로 온 여인들을 보니 레바논 필이 강력했었습니다.^^*
로컬 결혼식은 아무래도 우연히라도 보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
와~~ 처음 사진보고 여기가 어디지? 했네요...두바이라곤 상상이 안가요....두바이는 비가 일년에 한두번오는 사막도시...그냥 이렇게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애들 비옷 처분했는데 우와~~ 너무 놀라워요....결혼식 사진도 너무 신기하지만 전 빗물에 잠긴 자동차 사진에 너무너무 놀랍네요~~~ ^^ 좋은 정말 감사해요~~^^
겨울철에 비가 간혹 많이 오더라고요, 처음 두바이 왔을때 만 1년 동안 비 한방울 못봤었는데,
최근 4-5년사이 두바이 기후도 변한 듯합니다.^^*
3년전에는 비 때문에 회사가 임시휴일로 정해진 적도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