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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그리고 둘》(Yi Yi, A One And A Two)은 중화민국에서 제작된 에드워드 양 감독의 2000년 드라마 영화이다. 오념진 등이 주연으로 출연하였다.2000년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양 감독의 유작이다.국내에서는 2000년 10월 28일에 첫 개봉했고, 2018년 6월 28일에 재개봉이 결정되었다.
하나 그리고 둘 - 삶과 영화의 관계 [영화]
[이선주 에디터]
영화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개인적인 의견을 몇 자 적어 보자면, 영화를 통해 나라는 한 개인의 차원에선 느낄 수 없었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체험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볼 수 있고,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여 놓쳤던 것들을 다시금 상기시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일상생활에서는 할 수 없던 경험을 하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채로, 영화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영화와 우리를 이어주는 물체는 카메라다.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고, 영화에 담긴 이야기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쓰인 한 편의 책과 같다. 즉, 카메라는 화자이자, 우리에게 말을 건네는 자이다. 영화의 존재론적 이유와 카메라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에드워드 양 감독의 <하나 그리고 둘>은 영화를 보는 관객 개개인의 삶까지 톺아보게 한다.
<하나 그리고 둘>은 타이페이의 한 중산층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주인공이며 그들 개개인의 이야기가 풀리며 구성되는데, 특별히 한 명을 중심으로 전개되지 않는 이유는 가족이라 하더라도 개개인의 삶은 여러 형태와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를 보는 우리의 삶의 모습 또한 여러 가지일 것이니 말이다.
관객들은 약 세 시간이라는 러닝 타임 또한 인물들의 삶을 마주하며, 곧 “나”와 마주하게 된다.
영화는 모든 가족 구성원들에 조명을 비추지만, 양양에게 카메라를 들게 하여 조금은 특별한 인물로 만든다.
양양은 아빠 NJ가 준 카메라로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고 다닌다. 양양은 NJ에게 ‘왜 아빠가 보는 것을 나는 보지 못하고, 내가 보는 것을 아빠는 보지 못하냐’며, ‘둘 다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는다. NJ는 그래서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답을 내놓는다. 이 씬은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론과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를 찍는 이유는 반쪽짜리 진실만을 보고 남은 반쪽은 못 본 채로, 혹은 잊은 채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놓치며 살아온 부분들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자문자답처럼 다가온다.
NJ가 재직 중인 회사는 재정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그는 회사가 이 위기를 타파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새로운 사업을 성사하고 진행해야 한다. 그러던 중, 30년 전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 양양의 엄마인 민민은 자신의 어머니(외할머니)가 쓰러진 후, 슬픔에 빠져 허우적댄다. 양양의 누나 팅팅은 외할머니가 자신 때문에 쓰러진 것이라 믿고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친구의 남자 친구에게 사랑을 느끼며 첫사랑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들 모두 각자의 삶에서 경험한 만큼의 시선을 가지고 상황을 판단하고 결론 내린다. 그렇기에 오해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만의 생각으로 해석하고 슬픔과 우울을 느끼고 자책감에 빠지는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자신의 경험치만큼의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영화는 삶 사이에 파고들어 우리는 미처 생각지도 못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본다. 눈을 통해 보는 세상과 카메라를 통해 보는 세상은 많이 다르다. 눈을 통과하여 보는 세상은 우리의 많은 생각과 가치관, 편견 그리고 오해 등으로 보고 있는 것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는 감정과 생각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이다.
삶을 자신의 손안에서 쉽게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것만큼은 불공평한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공평한 진리일 것이다. 인생을 컨트롤할 수 없을 때마다 우리는 실패감을 느낀다. 그 실패감이 쌓이게 되면, 인생 전반이 부정당하는 것만 같은 참담함이 닥친다.
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관건이다. 어떻게든 내일은 오고, 삶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카메라는 우리가 놓치는 것들을 포착하고, 영화를 통해 보여준다. 우리는 그렇게 영화를 보고 다시금 그 순간을 상기하여 용기를 얻고, 일어선다. 내일을 또다시 살아가기 위하여.
영화의 종반부, 엔딩씬에서 양양은 돌아가신 외할머니 앞에서 자신이 쓴 편지를 읽는다. 나중에 커서,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그럼 정말 즐거울 것 같다고. 올해 태어나 아직 이름도 없는 어린 사촌에게 ‘나도 다 컸나 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영화는 마무리된다.
양양에게 카메라를 쥐여주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대사를 준 이유는 양양이 가족 구성원 중 가장 어린아이이기 때문일 것이다. 다음 세대를 상징하는 어린아이인 양양은 계속 이어질 삶과 영화를 대표한다. 하지만 양양은 자신보다 더 어린 갓난아기 사촌 동생을 언급한다. 노인-중년-청소년-아동-갓난아이로 이어지는 흐름은 계속 해서 이어질 인간의 삶과 꿈을 이야기하는 것만 같다.
인생과 그 사이의 어떤 지점들을 포착하는 영화는 어떻게든 계속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우리에게 내일을 살게 하는 동력이 되고, 영화를 하는 예술인들에겐 동기부여가 된다. 영화를 통해 영향을 받는 인간과 인간의 삶 없이 만들어질 수 없는 영화는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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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나 그리고 둘> 해석
하나 그리고 둘
감독 에드워드 양
출연 오념진, 금연령, 켈리 리, 조나단 창, 이세이 오가타, 진희성, 소숙신, 가소운
개봉
2018.06.28.
★★★★☆
에드워드 양의 《하나 그리고 둘》은 타이베이의 한 중산층 가정을 배경으로 인간 존재의 불안과 복합적 일상을 섬세하게 묘사한 걸작이다. 영화는 전통적인 서사의 틀을 거부하며, 삼대가 함께 살아가는 대가족의 일상을 독립적인 에피소드로 제시한다. 이러한 에피소드는 저마다 다른 색깔을 유지하며 병렬적으로 나열되고, 영화의 중심 플롯은 각 에피소드를 지배하지 않으면서도 그 자체로 공명한다. 영화의 구조는 인간 존재의 불완전성을 환기시키며, 각각의 인물이 겪는 불안과 고민을 통해 삶의 본질적 단절성과 동시에 일상의 반복성을 탐구한다. 본 해석글에서는, <하나 그리고 둘>을 철저히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해석할 것이다.
영화의 미학적 접근은 카메라의 관조적인 시선에 의해 더욱 부각된다. 인물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그들의 일상을 조용히 관찰하는 카메라는, 그들의 일상에서 특별한 사건이 아닌 단순한 순간들을 포착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고유한 깊이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접근은 인물들의 언행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어떻게' 그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감독의 철학적 시도를 드러낸다.
영화의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의 역할과 임무에 충실한 듯 보이나, 각자의 삶에서 이유를 찾지 못하는 불안에 시달린다. 이는 특히 NJ의 캐릭터를 통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데, 첫사랑을 우연히 다시 만나면서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심리적 갈등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NJ가 느끼는 감정은 단순히 개인적 추억에 그치지 않고, 인생에서의 선택과 시간의 흐름에 대한 철학적 고뇌로 확장된다. 이와 같은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은 영화 속 다른 인물들, 예를 들어 딸인 팅팅의 감정과 교차되며, 영화는 인물들 간의 감정적 동질성을 강조한다.
영화의 중요한 장면 중 하나는 NJ가 프로젝트 파트너인 오타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서로 다른 진실과 죄책감을 엿보는 순간이다.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NJ와 오타의 직접적인 대화를 찍는 대신, 그들의 모습이 반사된 유리창을 비춘다. 이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며, 영화 전반에 걸친 중요한 주제인 '절반의 진실'에 대한 고찰을 촉발한다. 양양의 사진 촬영 장면에서 모기를 찍으려다 연기만 찍히는 이미지 역시,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통해 드러날 수 있다는 영화적 진리를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이 영화는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해 장례식 장면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인생의 순환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강조한다. 결혼식이라는 전통적인 '극적 사건'을 다루면서도, 에드워드 양은 이를 비일상적이고 축제적인 순간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결혼식이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또 하나의 평범한 사건으로 여겨지도록 연출한다. 카메라는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를 클로즈업하거나 그들의 감정을 강조하는 대신,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담담하게 포착한다. 이들은 모두 결혼식이라는 집단적 사건에 참여하고 있지만, 그들의 시선은 각자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이처럼 관찰자의 시선을 의식한 카메라 워크는 결혼식이 삶의 여러 층위가 공존하는 상징적 순간임을 암시한다고 해석된다.
영화의 결말이 장례식 장면으로 이어지는 것은 인생의 순환 구조를 더욱 강조한다. 영화는 결혼식에서 시작해 장례식으로 끝나는 전개를 통해, 삶과 죽음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장례식은 결혼식과는 달리 한 개인의 죽음을 기리는 장면으로, 삶의 끝자락을 나타내지만, 이 또한 일상의 일부로서 다루어진다. 영화는 이 장면에서도 특별한 감정적 폭발이나 극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오히려 담담한 시선으로 이 장면을 관찰한다. 카메라는 이 장면에서도 사람들의 뒷모습을 잡아내며, 죽음이라는 사건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탐구한다. 장례식은 단지 한 인물의 죽음이 아니라, 남아있는 사람들의 삶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임을 암시하며, 인생의 연속성과 그 안에 내재된 무거운 진실을 드러낸다.
영화 속 양양의 행동도 매우 상징적이다. 그는 가족 구성원들의 뒷모습을 찍으며, 그들이 보지 못하는 세계를 포착하려 한다. 이는 단순히 아이의 장난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양양이 사람들의 뒷모습을 찍는 행위는, 영화의 전체적인 주제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 행위는 우리가 일상 속에서 쉽게 간과하는 진실들을 드러내며, 사람들의 앞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통해 그들이 보여주지 않는 부분, 즉 그들의 내면을 탐구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양양의 카메라는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게 하고, 일상의 표면 아래 숨겨진 감정과 진실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하나 그리고 둘》은 또한 시간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전통적인 서사의 흐름을 거부하며, 일상의 지속되는 시간 속에서 특별한 사건이 없는 순간들을 오히려 확대하여 재현한다. 에드워드 양은 거대 담론의 종말 이후 일상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려는 현대인의 시선을 통해, 일상이 삶의 뿌리내린 공간이며, 문화와 진리가 발견될 수 있는 구체적 현실임을 강조한다. 영화의 각 인물들이 겪는 사소한 일상들은 결국 우리 자신이 경험하는 일상과 다르지 않으며, 이러한 일상의 축적이야말로 현실에 대한 깊은 사유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 영화의 궁극적 교훈은 인간의 일상 속에서의 소외와 부재를 관찰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재발견하는 데 있다. 에드워드 양은 우리의 시선을 일상의 깊숙한 곳으로 이끌며, 그곳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 얼마나 낯설고 신비로운 것일 수 있는지를 상기시킨다. 그는 관객들에게 일상의 표면 아래 숨겨진 잠재적 의미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로써 《하나 그리고 둘》은 영화라는 매체가 인간 존재와 현실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가능케 하는 예술임을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