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와 이야기
-이 수 윤
육차선 도로가 생기고
청과물 도매시장이 부쩍 몸피를 키워
산 밑의 각화동 마을은 몸을 더 엎드린다
예쁜 눈썹으로 웃는 기와는
알고 보면 지나온 이야기가 무거워
한평생 돌아눕지도 못한 거였다
아팠던, 그리고 달던 들숨과 날숨의 흔적에
풀꽃을 피우며 결리는 어깨뼈를 겯고
너나들이를 한다
그러다 문득
세월은 생각을 돌려놓는 큰손이라며
기와는 가끔씩 스스로를 돌아본다
된장 꽃으로 핀 푸른곰팡이도 밉지만은 않은 객
선선히 걷어내면 풋고추가 달다는 어머니는
먼데 소식에 귀를 세우는 능소화
하늘을 능멸하고 조소하는 그것을 왜 심으셨나
기와는 말없이 다 알고 있다
어머니의 젊음, 비릿한 날개를 단
붉은 꽃잎이 기와의 머릿속에 별처럼 누벼질 때
어머니는 오이냉국에 찬 밥 한 그릇의
밥상을 받기 위해 칠십 평생 달려온
밭고랑을 또 달린다
모서리가 닳아서 어머니 같은 기와 속엔
시간의 붉은 피가 이야기로 갇혀 있다
시 심사평-곽재구 "평범한 삶의 풍경 따스한 표현"
예심을 거쳐 선자에게 이른 서른 분의 작품을 차례로 읽는 동안 변화가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응모 편수가 장르 불문하고 두 배로 늘었다는 담당 기자의 전언이 있었거니와 본심에 오른 작품들의 수준이 상당한 것이었다.
본선에 오른 작품들을 숙독하는 과정에서 선자의 초점은 새로움이었다. 삶과 언어를 대하는 관점이 새로우면서도 이미지의 전개 속에 시인이 꿈꾸는 따뜻한 유토피아가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았다. 윤은희, 이병승, 고민교, 김재준, 최인숙, 정영희, 이명순, 일곱 분의 작품들이 최종심에 남았다
윤은희, 이병승, 고민교 씨의 응모작품들은 자유롭고 열린 시 세계를 지니고 있었다. 대상을 거칠게 몰아가는 힘이 느껴졌고 상상력의 분출 또한 보기 좋은 것이었다. 문제는 이 시편들이 인간의 삶을 보다 따뜻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승화 시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고 세계를 끌어안기에 이 진술들은 개인적인 사유 쪽에 더 머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김재준, 최인숙 씨의 작품들은 전아한 품격을 지니고 있었다. 고전적인 소재와 언어 속에서 오늘의 모습을 찾는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창작의 주요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전아함이 새로운 가치를 얻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정신의 깊이를 지녀야 할 것이다.
최종까지 선자에게 남은 작품은 정영희 씨의 '봄, 감전되다' 와 이명순 씨의 '기와 이야기'였다. 정영희 씨의 작품들은 언어가 지닌 풋풋한 상상력의 꿈이 최대의 아름다움이었다. 한 무리의 냉이꽃이 하얗게 잔물결 진다/ 마당 가득 돋아난 저릿한 음표를 밟고/ 고양이 한 마리 지나간다/와 같은 서정의 전개는 요즘 우리 시에서 보기 드문 것이었다.
이명순의 '기와 이야기'는 우리 일상 주위에서 찾을 수 있는 평범한 삶의 풍경을 노래한 것이다. 따스한 힘이 핏줄로 스며드는 우직한 느낌이 있다. 두 분의 작품 중 어느 분을 당선작으로 선정할 지 선자에게 몹시 난해한 일이었다. 숙고 끝에 '기와 이야기'를 당선작으로 결정하면서도 자꾸만 정영희 씨의 작품들을 돌아보게 된다. 우직하게 다가오는 따뜻한 삶의 꿈을 선자가 새로움으로 해석한 결과이지만 정영희 씨의 미래에도 함께 박수를 보낸다.
(시인ㆍ순천대 교수)
첫댓글 제가 전남일보 당선작을 여기에 다시 올린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아무리 보아도 당선작으로서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사실 이지요. 물론 당선자께서 이 글을 읽는 다면 기분 나빠 할 수도 있겠으나, 제가 다시 거론한 이유는 심사 위원에 따라서 작품이 좌지우지 된다는 사실이 문제지요. 저도 전남일보 신춘에 투고를 했습니다만 아무리 봐도 서정성은 있으나 독창성은 떨어진다는 교수님의 말씀이 있으셔서 한마디 적습니다. 이 작품보다 더 뛰어난 작품이 있었음에도 게름 직하게 미끄러졌다는 사실이 저를 실망 시키네요. 그래도 또다시 재도전 해 봐야죠....ㅎㅎㅎ
용기 네세요 심사위원이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순없겠지요..
어. 최종심까지 오르셨네여 축하드려요..^^**
저를 반겨 주셔서 감사드려요......
감사합니다. 더욱 더 정진하여 올해는 기필코 승리 해야죠.....시동네 식구들 모두가 분발 해야지요...올 연말엔 좋은 소식 있었으면 좋겠네요....그런데 전, 정회원이다 보니, 회원님들에 시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가늠 할 수가 없네요....ㅎㅎㅎ
칭찬은 이른 것 같구요. 열심히 해야죠...성원 감사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열심히 해야죠....감사드려요.....
고지가 얼마남지 않았군요.
올 해엔 詩의 끈을 바짝 조여 봐야죠.. 우리 열심히 합시다....
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