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올빼미와 달리 하얗고 '끽끽' 울어… 얼굴은 하트 모양이에요
가면올빼미
▲ 가면올빼미는 깃털이 희거나 노랗고 검은색 눈을 갖고 있어요. 얼굴 윤곽선은 하트 모양입니다. /호주박물관
영국에서 최근 쥐약 원료로 쓰이는 일부 화학 약품을 야외에서 쓸 수 없도록 규정을 바꿨대요. 이 약품이 쥐를 잡아먹는 가면올빼미를 위협한다는 지적에 따라 취해진 조치랍니다. 가면올빼미는 올빼미나 부엉이 무리 중에서도 생김새가 독특해요. 보통 올빼미나 부엉이는 깃털 색이 갈색이나 회색 등으로 어둡고, 노란색과 검은색이 선명한 눈동자를 갖고 있죠.
하지만 가면올빼미는 하얗거나 노란 깃털에 검은 눈이고, 얼굴 윤곽선은 하트 모양(♡)이랍니다. 다른 올빼미나 부엉이보다 몸 색깔이 창백하고, 부리부리하기보다 퀭해 보이는 눈망울을 갖고 있어 조금 으스스한 분위기가 나요. 올빼미나 부엉이 특유의 '우~' 하는 울음소리 대신 다소 신경질적인 느낌의 '끽끽'하는 소리를 내죠.
유별난 생김새와 습성 때문에 가면올빼미는 예로부터 많은 곳에서 오싹한 존재로 인식됐어요. 가령 잉글랜드에서는 가면올빼미가 주로 묘지 부근에 많이 살았는데, 아픈 사람 옆에서 날고 있으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징후로 여겼대요. 멕시코 원주민 사포텍족도 가면올빼미를 죽음의 징조로 받아들였대요. 고대 이집트인은 가면올빼미가 저승을 지배한다고 생각했다고 하죠.
가면올빼미는 남극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살고 있는데, 올빼미나 부엉이 중 서식 범위가 가장 넓은 편이래요.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길 잃은 개체가 발견된 적이 있을 뿐 터를 잡고 살지는 않는답니다.
가면올빼미의 몸길이는 최장 39㎝이고, 날개를 편 길이는 최장 93㎝입니다. 다른 맹금류와 마찬가지로 암컷이 수컷보다 덩치가 커요. 몸집 말고도 암수를 구별하는 특징이 있어요. 바로 암컷 가슴팍에 나 있는 점박이 무늬랍니다. 암수가 짝을 지을 때 수컷이 점박이 무늬가 더 많은 암컷에게 건강한 매력을 느낀다고 과학자들은 말해요. 실제로 점박이 무늬가 많은 암컷일수록 기생충에 덜 감염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가면올빼미는 소리 없이 접근해 쥐나 뱀, 개구리 등을 잡아먹는 능숙한 사냥꾼이에요. 먹잇감이 움직이는 소리를 잘 듣기 위해 양쪽 귀 높낮이가 달라요. 가면올빼미는 암수가 짝을 이루면 통상 평생 함께 살아요. 주변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서 나무 위나 동굴뿐 아니라 버려진 건물이나 곡물 저장고, 헛간에 둥지를 틀기도 해요. 그래서 영어 이름이 헛간올빼미라는 뜻의 반 아울(barn owl)이랍니다.
가면올빼미는 이틀 정도에 걸쳐 한 배에 보통 4~7개 알을 낳아요. 보통 1년에 한 차례 번식하지만, 주변에 먹잇감이 풍부하면 많게는 세 차례까지도 번식한대요. 수컷이 먹이를 잡아 암컷과 새끼에게 물어다줍니다. 가면올빼미는 보통 하루에 쥐 같은 소형 설치류를 평균 네 마리 먹어 치운대요. 1년으로 따지면 1460마리에 달해, 쥐가 과잉 번식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역할을 하죠. 쥐를 박멸하기 위해 뿌리는 쥐약이 오히려 가면올빼미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영국이 약품 사용 규정을 바꾼 거예요.
정지섭 기자 도움말=이양규 에버랜드 사육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