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준 신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이사야 7,10-14; 8,10ㄷ 히브리 10,4-10 루카 1,26-38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 지기를 바랍니다.”
이사야는 유다 왕국의 아하즈 왕에게 “너는 주 너의 하느님께 너를 위하여 표징을 청하여라.
저 저승 깊은 곳에 있는 것이든, 저 위 높은 곳에 있는 것이든 아무것이나 청하여라.”
(이사야 예언서 7장 11절)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아하즈 왕은 “저는 청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주님을 시험하지 않으렵니다.”
(이사야 예언서 7장 13절)라고 대답합니다.
그는 이사야 예언자의 말을 거절하였지만 예언자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왕도 당시의 사람들도
알아듣지 못하는 예언을 했던 것입니다.
표징의 내용도 ‘젊은 여인이 임마누엘’ 이름을 가진 아이를 임신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아하즈는 예언자를 통하여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말씀보다는 당장 위험의 고비에서
구원을 줄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아시리아라는 제국에게 도움을 청합니다.1)
그런데 그 응답에 이사야는 알아듣기 어려운 내용의 말씀을 그에게 전합니다.
“다윗 왕실은 잘 들으십시오! 여러분은 사람들을 성가시게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여
나의 하느님까지 성가시게 하려 합니까?
그러므로 주님께서 몸소 여러분에게 표징을 주실 것입니다. 보십시오,
젊은 여인이 잉태하여 아들을 낳고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 할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서 7장 13절-14절)
이사야가 아하즈 왕실에 전했던 ‘젊은 여인이 아기를 가져 그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하라.’는
예언의 말씀이 조용한 나자렛 마을에 사는 요셉과 약혼한 마리아에게 전해집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가장 큰 선물 중에 하나가 자유이지요.
하느님의 크신 뜻이 마리아의 자발적인 “예‘라는 대답에서 구원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가브리엘을 통한 하느님의 뜻이 시골처녀 마리아에게 전해지지만 그녀에게는 벅차기만 합니다.
마리아는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루카 복음 1장 34절)라고 천사에게 질문지요.
천사는 마리에게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복음 1장 35절-37절)
마리아는 유다 가문의 선왕 아하즈처럼 하느님의 뜻을 거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복음 1장 38절)라고 대답합니다.
히브리 서간의 저자는 그리스도는 구약의 ‘제물과 제사’를 ‘당신 자신을 단 한 번의 제사’로
바꾸시려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보십시오,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두 번째 것을 세우시려고 그리스도께서 첫 번째 것을 치우신 것입니다.”(히브리서 10장 9절)
그래서 죄인인 우리는 그리스도의 제사로 모두 거룩하게 되는 것입니다.
왕직의 권력을 가진 임금도 받아들이지 못한 하느님의 뜻을 나자렛의 한 여인의 순명으로
이 세상에 구원이 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성모님께서 예수님을 잉태하시는 소식을 가브리엘 천사에게서 들었다는 뜻인
‘영보’(領報)라는 말과 함께 예전에는 ‘성모영보’ 대축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 용어가 성모님이 아닌 그리스도 중심이 뜻인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로 바뀌었습니다.
구약의 하와가 하느님의 뜻에 불순명으로(창세 3,6) 이 세상에 죄와 죽음이 왔지만
성모님께서는 하느님께서 보낸 천사의 말에 순명의 한 마디 말씀(루카 복음 1장 38절)2)으로
이 세상에 그리스도가 오시게 되었고 구원이 시작된 것입니다.
“보십시오, 하느님! 두루마리에 저에 관하여 기록된 대로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러 왔습니다.”
(히브리서 10장 7절)라는 서간의 말씀대로 성모님께서는 순명으로 하느님의 뜻을 이루신 것입니다.
마더 데레사 수녀님(1910-1997)이
‘자신은 하느님 손에 들려 있는 몽당연필’이라고 비유한 표현이 떠오릅니다.
그냥 연필도 아니고 다 쓰고 나서 작아진 연필인 것이지요,
또 수녀님이 ‘인생은 낯선 여관집에서의 하루’라는 말도 생각납니다.
자신을 비우지 않으면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없겠지요.
우리는 매일 성실하게 하루를 보내려 합니다.
다시 오지 않는 오늘이기에 우리에게는 더없이 소중하기만 합니다.
우리는 매일 매 식사 후에 설거지를 합니다.
저녁에도 또 먹을 것인데 하면서 그릇 씻는 것을 미루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릇이 비워져야 소중한 음식과 맑은 물을 담을 수 있듯이
우리자신을 온전히 비워야 하느님의 뜻을 이룰 수 있습니다.
욕심도 우리의 세속적인 것을 비울 때 우리는 예수님께서 가신 수난의 길을 따를 수 있습니다.
자신을 비우고 하느님의 뜻을 따르신 성모님을 사랑하며 우리도 그 표양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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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하즈(기원전 736-716년경)는 유다왕국의 12대 왕으로 열여섯 해 동안 유다왕국을 다스린다.
그는 바알 우상숭배 빠져 신상을 만들고, 예루살렘의 힌놈 골짜기에서 향을 피우기도 한다.
그의 치세동안 에돔과 필리스티아인들이 유다 남부의 성읍들이 공격당하기도 한다.
또한 북부 이스라엘 왕 페카와 아람 임금 르친의 이 유다왕국으로 쳐들어 와서 위협을 받기도 한다.
그는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기보다 아시리아로 사신을 보내어 티글랏 필에세르 3세에게
도움을 받지만 그것이 결과적으로는 유다를 위태롭게 만든다..(열왕기 하권 18장 10절-17절)
아하즈는 아시리아 눈치 보기에 바빠서 성전의 제단도 아시리아의 다마스쿠스의 것을 본 따서
예루살렘 성전에 세우고 원래 있던 청동제단은 북쪽으로 옮긴다.
그래서 열왕기 저자는 그에 대해서 ‘하느님의 눈에 드는 옳은 일을 하지 않고,
이스라엘 임금들의 길을 따라 걸었따.’라고 기록하고 있다(열왕기 하권 16장 2절)
2)
성모님께서 천사의 말을 듣고 “말씀하신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게노이토 모이 카타 토 레마 수 γένοιτό μοι κατὰ τὸ ῥῆμά σου)’”라는 말씀을
불가타 번역본에서 '당신의 말씀대로(피앗 미히 세꾼둠베르붐 뚜움 fiat mihi secundum verbum tuum)'
라고 번역했다. 교회는 성모님의 대답말씀 중에 ‘이루어 지소서’(피앗 fiat')으로 줄여
ㅎ성모님의 하느님께 절대 순명하신 믿음을 기억한다.
원주교구 정인준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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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현 모세 신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이사야 7,10-14; 8,10ㄷ 히브리 10,4-10 루카 1,26-38
오늘 복음에서 천사는 마리아와 나눈 대화에서 다음 세 가지를 말합니다.
‘기뻐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성령께서 내려오실 것이다’. 이 세 가지는 모든 인간의 내면
깊은 곳까지 닿아 있습니다. 마리아는 이 세 가지를 받아들여 믿음의 본보기를 보여 주었습니다.
갑자기 천사가 나타나서 마리아에게 은총이 가득한 이라 부르며, 기뻐하라고 하였습니다.
마리아는 몹시 놀랐지만, 먼저 상황을 파악하려고 하였습니다.
곧이어 천사는 마리아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천사의 말을 들어 보니
그 일이 주는 무게감은 두려움 그 자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천사는 마리아에게 성령께서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말하였고, 마리아는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매일미사』의 묵상 글을 써 달라는 전화를 받고, 어리둥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뻤습니다. 그러나 곧바로 ‘능력도 없는 나를 왜 섭외하려고 할까?’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주로 성서 전공자들이 필진을 맡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두려움이 몰려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어차피 하느님께서 하실 겁니다. 그러니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어떻게 그러한 대답이 나왔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성령께서는 지금까지도 묵상 글을 준비하는 것이 내 능력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것임을 끊임없이 깨닫게 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성 바오로수도회 한창현 모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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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근 신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이사야 7,10-14; 8,10ㄷ 히브리 10,4-10 루카 1,26-38
오늘은 주님탄생예고 대축일입니다. 참으로 기쁜 날입니다.
천사는 마리아에게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기쁨에 찬 인사말을 전합니다.
“기뻐하시오. 은총을 입은 이여, 주님께서 함께 계십니다.”(루카 복음 1장 28절)
오늘 <복음>은 가브리엘 천사와의 세 번의 대화를 통해 마리아께서 어떻게 자신의
신원과 소명을 알아듣고 응답하게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첫째 대화>는 천사의 인사말에 대한 마리아의 당황, 곧 인사말이 무슨 뜻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함입니다((루카 복음 1장 29절).
<둘째 대화>는 천사의 아기 잉태 예고와 그 아기의 신원과 소명에 대한 마리아의 물음,
곧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습니까?”((루카 복음 1장 34절)라는 물음입니다.
<셋째 대화>는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대한 마리아의 응답, 곧
“주님의 종이오니,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복음 1장 38절)라는 응답입니다.
이 대화를 통하여, 마리아의 깨달음은 세 가지라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지금 이 일을 하시고자 하는 분이 누구인지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곧 성령이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감싸고 거룩한 하느님의 아들이 탄생하는 이 일
다름 아닌 “하느님이 하시는 일”임을 깨달음입니다.
<둘째>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자신의 신원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곧 “주님의 여종”임을 깨달음입니다.
<셋째>는 자신의 소명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에 대한 깨달음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는 ‘아기 잉태’를 원하신다는 것이며, 바로 이 ‘하느님의 뜻’에
응답하는 것이 자신의 소명임을 깨달음입니다.
그렇다면 이 소명에 마리아께서는 어떻게 응답하였을까요?
그것은 무엇보다도 먼저 그분의 사랑을 허용하는 일, 곧 그분께서 당신의 사랑을 내 안에서
이루시도록 나 자신을 그분께 허용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을 수락하고, 그분의 사랑을 수락하고, 그분의 사명을 수락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름 하여,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예”(피앗)라는 동의, 곧 받아들임이었습니다.
또한 그것은 그분의 은총이 나에게 파고들도록 자신을 그분께 승복하는 일이었습니다.
곧 당신께서 원하신 바를 내 안에서 하시도록 나 자신을 하느님의 뜻에 승복시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화답송>에서처럼 “주님, 당신 뜻을 따르려 이 몸이 대령했나이다.”
(시편 39장 8절)라고 말하는 것이요,
<제2독서>에서처럼 “하느님, 저는 당신의 뜻을 이루려고 왔습니다.”(히브리서 10장 9절)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름 하여, 하느님의 뜻에 대한 “순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분께 결혼의 단란함과 미래뿐만이 아니라, 율법의 위반자로서 목숨까지도
내어드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맡기는 일이었습니다.
나아가서 그것을 희망하고 바라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말씀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복음 1장 38절)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오로지 그분만이 자신의 전부가 되는 일이었습니다.
이름 하여, 말씀에 대한 “믿음”의 봉헌이었습니다.
그분의 희망 안에 일치를 이루는 일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실상 필요한 한 가지는 임이 나를 사랑하도록 허용하는 일,
임의 사랑에 나를 승복하는 일,
임이 온전히 나를 사랑하도록 나를 온전히 내어주는 일,
사랑에 앞서 사랑을 받아들이는 일,
하여, 받아들인 그 사랑으로 사랑하기, 임으로 임을 사랑하기입니다.
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요. 내 안에 사랑이 있다는 사실, 사랑하는 이가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랑을 받아주는 이가 있다는 이 사실이 그 얼마나 큰 기쁨인지요!
우리는 참으로 기쁘고 행복합니다. 아멘.
- 오늘 말씀에서 샘 솟은 기도 -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루카 복음 1장 2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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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참으로 큰 기쁨입니다.
제 안에 사랑이 있다는 이 사실,
참으로 놀랍고 아찔한 감미로움입니다.
하오니, 이제는 그 사랑에 승복하게 하소서.
항상 저를 향하여 있는 당신 사랑 안에 머무르게 하소서. 아멘.
양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오요안 신부의 가톨릭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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