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여성 기자가 오래 전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조지아 멜로니 총리의 키를 놀림감 삼았다가 법원으로부터 명예훼손 배상 판결을 받아들었다. 아무리 극우 성향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특히 여성 기자가 여성 총리의 신체를 조롱한다는 것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성 기자는 사과의 뜻도 밝히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판결이라고 못마땅해 했다.
밀라노 법원 재판부는 줄리아 코르테세란 이름의 여기자가 올린 두 건의 트윗이 사람의 몸매를 갖고 수치심을 안기는 '바디 셰이밍'(body shaming)으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배상금으로 5000 유로(약 755만원)에 벌금 1200 유로(180만원)를 명령했다고 영국 BBC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르테세 기자는 이번 판결이 이탈리아 정부가 "표현의 자유와 언론인의 이견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두 사람이 처음 충돌한 것은 2021년 10월이었다. 당시 멜로니는 아직 야당이던 극우 성향 이탈리아 형제당 소속이었다. 코르테세 기자는 엑스(X, 옛 트위터)에 사진 한 장을 올렸는데 멜로니가 파시스트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의 사진 액자가 놓여 있는 서가 앞에 서 있는 사진을 올렸다. 멜로니는 사진이 이상하다며 법적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반응했다.
코르테세 기자는 같은 날 뒤늦게 가짜 사진이란 것을 알게 됐다며 사진을 삭제했는데 멜로니가 이를 빌미로 "미디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비난하며 페이스북 사진을 보니 멜로니가 무솔리니처럼 "작은 여인"이란 것을 알게 됐다고 괜한 시비를 걸었다. 그녀는 별도의 포스트를 통해 "조지아 멜로니 당신은 날 무섭게 하지 못한다. 다른 무엇보다 당신은 키가 1.2m밖에 안된다. 나는 당신을 볼 수조차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매체들은 멜로니 총리의 키를 공식적으로 163cm라고 보도하고 있다.
재판부는 코르테세 기자의 사진 포스트는 무죄라면서도 나중에 올린 두 건의 트윗이 유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코르테세는 항소할 수 있는데 항소할지 여부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멜로니 총리의 변호인은 배상금을 받게 되면 전액 자선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르테세 기자는 "이 나라는 (빅토르) 오르반(총리)의 헝가리와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독립적인 저널리스트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어려운 시기가 있었다. 더 나은 날이 앞에 있기를 바라자.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탈리아인이란 사실이 자랑스럽지만 우리는 이런 황당하고 수치스러운 정부보다 나은 정부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분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