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봄을 재촉하는 비, 반갑다!
2023년 3월 23일 목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초이튿날
빗소리에 잠을 깼다.
이른 아침 5시반쯤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바깥으로 나갔다.
동이 트기 전이라서 아직은 어두컴컴,
야외등을 켜고 빗소리를 들으며 비를 마중했다.
언제 비 다운 비가 내렸는지 모른다.
2월 언젠가 비가 내리다가 진눈깨비가 되고
또다시 눈으로 변하였던 기억이 있을 뿐이다.
그땐 꽤나 추운 날씨였기에 비가 내리는 것은
반가움 보다는 번거롭고 밉상스럽기까지 했다.
이젠 그런 생각은 온데간데 없다.
이제 막 봄이 시작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면 사람의 마음이 정말 간사스럽다.
편리에 따라 마음이 시시각각 변하는 걸 보면
이기적이긴 해도 인간이기에 갖는 마음일 테지?
다른 고장이야 이미 봄이 오고 꽃이 만발한다지만
이 산골은 두 계절, 아니 세 계절이 공존하는 듯...
변덕스럽다고 할까, 아님 이상 기후라고 할까?
모르겠지만 희안하기까지 한 날씨의 연속이다.
이런 기후조건을 가진 곳은 이 산골뿐이겠지?
아침은 영하의 기온에 하얀 서리가 지붕을 덮고,
햇살 퍼지고 한낮엔 무려 영상 25도까지 치솟고,
다시 해가 서산으로 저물면 서늘하기까지 하다.
이른 아침은 겨울이요, 한낮은 여름인 듯하고,
저녁의 선선함은 봄기운이 물씬 감도는 것 같다.
그래도 간절하게 비를 기다렸다.
다른 고장에 비해서는 지난 겨울 눈이 많이 내려
가뭄이 심하진 않지만 겨우내 잔뜩 낀 묵은 때를
씻겨보내고 꽁꽁 얼었던 땅속을 녹여주는 것은
햇볕도 중요하지만 비가 한 몫을 하기 때문이다.
반가운 비가 내리기 전에 나무작업을 마쳐놓아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제 오전에 오랫동안
그날이 그날인 듯 날마다 무거운 엔진톱을 들고
모닝가든에서 나무를 꺼내고 토막을 내던 작업을
모두 마쳤다. 50여일간의 대장정이었다.
아직 장작집으로 옮겨 쌓는 작업이 남아있지만
일단 힘든 작업은 끝이 났고 비가 내린다고 하여
천막으로 비설거지를 해놓았다. 이제 잘라놓은
나무는 아무렇게 널부러져 있던 그 나무가 아니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탈바꿈을 시킨 땔감이다.
그러니까 그냥 비를 맞힐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서방과 둘이서 넓다란 석 장의 천막으로 덮었다.
대장정을 마친 뿌듯함과 부자가 된 듯한 흐뭇함,
우리의 자산이 된 장작의 소중함을 느끼면서...
일을 마치고 나서 나뭇꾼 형제는 마주보며 웃었다.
비내리는 것을 핑계삼아 오늘은 푹 쉬어어야겠다.
촉촉하게 내리는 비에 묵은 때도 씻겨나갈 것이고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산골의 봄은 성큼 다가오고
질기디 질긴 겨울은 꼬리 감추고 줄행랑 치겠지?
이렇게 비와 함께 산골의 봄은 오고 있는 것이다.
그나저나 오늘은 뭘 하면서 휴일을 즐길까?
딱히 정해진 휴일이 없는 산골 촌부들에게는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이 공치는 날이라 휴일이다.
간만에 마실을 나가볼까? 아니면 청바지 클럽의
번개팅을 가져볼까? 어찌되었거나 좋은 오늘이다.
첫댓글 비가 내려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서울에는 새벽에 몇방울 떨어지고 끝났습니다.
해갈에도 부족한 비, 더 좀 내리기를 기원해야겠겠습니다.
그랬군요.
여긴 제법 굵은 빗방울입니다.
전국 모두 가물어 흡족하게 왔으면 좋겠습니다. 봉평은 오후까지 내린다는 예보입니다.
가뭄에
단비~ 얼마나 반가운지요
근정님!
맞습니다.
단비...
엄청 반갑습니다.
좋은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