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맛을 보면 권력을 절대 내려놓지 않으려는 것이 권력자들의 속성인 것 같다. 권력이란 잠깐 주어진 것일진대 마치 영원한 것처럼 생각하기에 판단력이 흐려지나 보다. 모두 권력을 거머쥐기 위해 자신을 속이고 거짓을 일삼고 권력자들에게 일말의 양심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한 바람인가.
조선 후기 가문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권력의 최상층으로 향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가 되어 있었던 껄껄 선생은 '도무지 벼슬할 생각은 않고' 이곳저곳 백성들의 삶을 좀 더 이롭게 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골몰한다. 지나치기 쉽고 거들떠보지 않는 것일지라도 삶을 좀 더 풍요롭게 하고 생활 형편을 낫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귀천을 따지지 않고 찾아가고 만나보는 일을 즐겨 한다.
우리가 잘 아는 열하일기의 저자 박지원 선생이다. 겉모습은 허당인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목적이 있고 방향이 분명했다. 열하를 다녀오겠다는 결심을 품은 것도 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다. 새로운 문물을 접하고 적용할 것들을 찾기 위함이었다. 사람의 기억은 한계가 있었기에 붓과 먹으로 꼼꼼하게 기록한다. 힘든 여정 속에서도 빠짐없이 본 것, 들은 것들을 기록한 이유는 백성들을 이롭게 하기 위함이었다.
벼슬에만 혈안이 되어 있어 백성은 안중에도 없는 권력자들보다 훨씬 낫다. 그들이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오직 자기 이익뿐이었으니 말이다. 껄껄 선생은 남들이 더럽다고 여기는 똥조차도 거름이 될 수 있고 백성들의 삶을 좀 더 낫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며 농사 면 농사, 장사면 장사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앞서서 기발한 생각을 제안했으니 그야말로 진짜 애국자가 아닐까 싶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발탁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 같다. 국민에게 위임받은 권력을 가지고 겸손한 마음으로 행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선출되어야 할 텐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