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黃泉)
사람이 죽은 뒤 혼이 간다는 세상을 말한다.
黃 : 누를 황(黃/0)
泉 : 샘 천(水/5)
(유의어)
구원(九原)
구천(九泉)
구천지하(九泉地下)
명국(冥國)
명조(冥曹)
시왕청(十王廳)
유계(幽界)
유도(幽都)
음부(陰府)
중천(重泉)
천양(泉壤)
현택(玄宅)
황로(黃壚)
출전 :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 은공 원년(隱公 元年)
사람이 죽어서 간다는 곳, 곧 저승으로 고대인에 의하여 지하에 있다고 상상되던 세계를 말한다.
사자(死者)들이 산다는 암흑의 타계(他界)이다. 구천(九泉), 황토(黃土), 명도(冥途), 저승이라고도 한다.
황천(黃泉)이라 함은 중국 오행(五行)에서 땅빛을 노랑으로 한 데서 나온 말이다. 즉, ‘지하에 있는 샘’으로서 굴식 고분(橫穴式古墳)의 구조에서 연상했거나, 아니면 고대의 매장의식(埋葬儀式)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이 성어는 중국 춘추시대 초기 정(鄭)나라 장공(莊公)과 어머니와의 일화에 나온다.
정(鄭)나라 무공(武公)이 신후(申侯; 신나라의 제후)의 딸을 맞이하여 부인으로 삼으니, 무강(武姜)이라고 했다.
무강이 장남 오생(寤生)을 낳을 때, 낳는 것이 너무나 힘들어서, 오생(寤生; 아궁이를 깨고 나오다)으로 지었고 그녀는 오생을 좋아 하지 않았다. 그 뒤 무강은 작은 아들 숙단(叔段)을 낳았는데 순산을 했으며 그를 편애했다.
무공(武公)이 병이 들자 무강은 숙단을 태자로 세우자고 졸랐으나 무공은 듣지 않았다. 이 해(무공 27년)에 무공이 죽고 오생(寤生)이 왕의 자리에 오르니 이 사람이 장공(莊公)이다.
무강은 장공에게 숙단(叔段)에게 요충지였던 제(制)을 줄 것을 청했다가 장공이 이를 거부하자 경성(京城)을 주기를 요청하니 이를 승낙했다. 이에 채중(祭仲)은 너무 큰 읍을 주었다고 간언하기도 했다.
숙단(叔段)은 경성(京城)에서 성곽을 높이 쌓고, 병사를 충원하면서 어머니 무강과 긴밀히 연락을 취했다. 장공은 신하들의 간언에도 불구하고 동생을 처벌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그러다가 숙단(叔段)이 어머니 무강과 호응하여 본국을 치려 하자 장공은 군사를 일으켜 단의 봉읍 경성을 치니 경성 사람들이 단을 배반했다. 단은 언으로 도망했고 장공은 추격하자 단은 다시 공(共)나라로 도망갔다.
이에 장공은 어머니(무강)를 성영(城穎)으로 옮겨 살게 하고 맹세하며 말했다. “황천(黃泉)에 가기 전에는 다시 서로 만나지 맙시다.” 세월이 지난 후 장공은 후회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遂寘姜氏于城穎, 而誓之曰; 不及黃泉, 無相見也。既而悔之。
영고숙(潁考叔)이라는 신하가 이 소문을 듣고 장공을 뵙기를 청하니, 장공이 영고숙에게 음식을 하사하였다. 영고숙이 음식을 먹으면서 고기는 먹지 않고 한 곳으로 모아 놓았다.
장공이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소인에게는 어머니가 계신데 소인이 올리는 음식은 모두 맛보았으나 임금의 국은 맛보지 못하였으니 이 고기를 어머니께 갖다 드리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장공은, “그대에게는 가져다 드릴 어머니가 있는데 나만이 홀로 없구나” 라고 하였다.
영고숙이, “감히 여쭙건대 무슨 말씀이신지요?”라고 하니, 장공은 그 까닭을 이야기하고 또 후회하고 있다는 말까지 하였다.
그러자 영고숙이 대답하기를, “주군께서는 무엇을 걱정하십니까? 만약 물이 나는 데까지 땅을 파고 들어가서 굴속에서 서로 만나신다면 누가 황천(黃泉)에서 만났다고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하니, 장공이 그 말을 따랐다.
對曰; 君何患焉? 若闕地及泉, 隧而相見, 其誰曰不然? 公從之。
장공은 곧 굴을 파게 한 뒤 그 안에서 어머니를 만나고, “큰 굴속에 기쁨이 넘치는구나(大隧之中, 其樂也融融)” 라고 노래했다.
公入而賦; 大隧之中, 其樂也融融。
무강도, “큰 굴 밖에 즐거움이 퍼지네(大隧之外, 其樂也泄泄)” 라고 화답해 모자의 정이 이어졌다.
姜出而賦; 大隧之外, 其樂也洩洩。遂為母子如初。
융융설설(融融泄泄)이라는 성어가 여기서 유래한다.
(용례)
김삿갓이 하루는 금강산의 어떤 스님과 시를 주고 받으며 놀았는데, 스님이 먼저 “아침에 입석봉(立石峯)에 오르니 구름이 발아래 일어나네(朝登立石雲生足)”라고 선창하니, “저물어 황천(黃泉) 여울에 물을 마시니 손톱달이 입술에 걸렸네(暮飮黃泉月掛脣).”라 화답했다고 한다.
⏹ 황천(黃泉)
사람이 죽은 뒤 혼이 간다는 세상을 말한다.
사람이 목숨을 다하면 저승에 간다. 죽은 뒤에 영혼이 가서 사는 곳이다. ‘대문 밖이 저승이라’는 속담이 말하는 대로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고 인생이 덧없어 그런지 저승을 나타내는 말이 무수하다.
명국(冥國), 명조(冥曹), 유명(幽冥) 등 어둡다는 명(冥)에서 유계(幽界), 유도(幽都)의 그윽한 유(幽)가 많이 따른다. 그 외에도 많이 있지만 구천(九泉)이나 누런 샘물(黃泉)이란 뜻의 샘 천(泉)이 더 익숙하다.
땅 속 깊은 밑바닥이란 뜻의 구천은 도교(道敎)에서 아홉 등급이 있고 황천(黃泉)은 그 세 번째라 했다. 일본에서는 창조 여신 이자나미(伊邪那美)가 불의 신을 낳다가 죽어 간 곳을 황천(요미)이라 부른다고 한다.
흔히 쓰이는 황천에서 누를 황(黃)은 오행(五行)에서 땅을 나타내고 색깔은 노랑을 나타내는 데서 나왔다. 지하에 있는 샘이란 뜻으로 위에서 밑으로 주검을 넣는 수혈식(竪穴式) 무덤의 구조나 고대의 매장의식에서 유래한 것으로 본다.
어디에서 근거했든 이 말이 사용된 곳은 좌구명(左丘明)이 춘추(春秋)를 해석한 좌씨전(左氏傳)에서 비롯된다.
중국 춘추시대(春秋時代) 정(鄭)나라의 장공(莊公)은 모후인 무강(武姜)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자신을 출산할 때 거꾸로 나와 어머니 고생을 시켰기 때문에 동생을 편애했다.
장공은 모후가 동생 숙단(叔段)과 함께 반란을 일으키자 진압한 뒤 외딴 성으로 옮겨 살게 하고서 맹세하며 말했다. "황천에 갈 때까지는 다시 서로 만나지 않겠습니다(不及黃泉, 無相見也)."
하지만 천륜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장공은 세월이 지나면서 후회하며 어머니를 그리워했다. 한 신하가 물이 나는 곳까지 굴을 판 뒤에 만나면 그것이 황천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해줬다.
장공은 굴을 파게 한 뒤 그곳에서 무강을 만나 모자의 정을 나눴다. 은공(隱公) 원년조의 황천상견(黃泉相見) 고사다.
인생이 덧없어 이승이 싫은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사는 것이 고생스러운 사람도 많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 국가에서 항상 1~2위를 다투며 상위를 내어준 적이 없고 더군다나 청소년의 사망 원인 중 3분의 1울 차지한다고 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는데 자살률 줄이기 대책의 효과가 없으니 답답하다.
▶️ 黃(누를 황)은 ❶형성문자로 黄(황)의 본자(本字)이다. 田(전)과 음(音)을 나타내는 光(광; 빛)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땅에 빛이 비치다, 흙의 색깔, 노랑으로 되었다고 일컬어지나 글자 전체가 화전(火箭)의 모양, 불의 색깔, 노랑으로 되었다고도 한다. 중국 고대(古代)의 오행사상(五行思想)에서는 색깔 중에서 黃을 제일 소중히 여겨 하늘은 玄(현; 검정), 땅은 노랑. 천자(天子)는 黃帝(황제) 때 비롯되었다고 한다. ❷상형문자로 黃자는 ‘누렇다’나 ‘노래지다’, ‘황제’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黃자는 패옥(佩玉)이라고 하는 둥근 장신구를 허리에 두른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黃자의 본래 의미는 ‘패옥’이었다. 그러나 후에 황금색의 패옥이라는 뜻이 확대되면서 ‘누렇다’나 ‘노래지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고 또 황금색은 황제의 색이기도 하여 ‘황제’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黃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황제’나 ‘누렇다’라는 뜻을 전달한다. 참고로 黃자가 다른 뜻으로 가차(假借)되면서 여기에 玉(옥 옥)자를 더한 璜(서옥 황)자가 ‘패옥’이라는 뜻을 대신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黃(황)은 (1)황색(黃色) (2)유황(硫黃) (3)우황(牛黃), 구보(狗寶) 따위가 동물에 들어 있을 때의 한약(韓藥)을 이룸 (4)보리나 밀의 줄기에 누렇게 내리는 병적(病的)인 가루 (5)인삼(人蔘)의 거죽에 누렇게 낀 병적(病的)인 흠 (6)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누렇다 ②노래지다 ③앓다 ④누런빛 ⑤황금(黃金) ⑥늙은이 ⑦어린아이, 유아(幼兒) ⑧황제(皇帝) ⑨열병(熱病) ⑩병들고 지친 모양 ⑪공골말(털빛이 누런 말) ⑫곡식(穀食), 곡류(穀類) ⑬나라의 이름 ⑭황마(黃馬)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노란 빛깔의 모래를 황사(黃沙), 금을 누른빛을 띤다는 뜻에서 다른 금속과 구별하여 쓰는 말 또는 돈이나 재물을 비유하여 일컫는 말을 황금(黃金), 중국 동부 해안과 한반도 사이에 있는 바다를 황해(黃海), 누른 갈색이 나는 흙을 황토(黃土), 누른 빛을 황색(黃色), 해가 져서 어둑어둑할 무렵을 황혼(黃昏), 꽃이 노란 국화를 황국(黃菊), 누른 빛깔의 종이를 황지(黃紙), 족제비의 꼬리털을 황모(黃毛), 구리에 아연을 섞어서 만든 쇠붙이를 황동(黃銅), 저승으로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가서 산다고 하는 세상을 황로(黃壚), 누른 빛깔의 얼룩 무늬 또는 얼룩점을 황반(黃斑), 누른 빛깔의 소를 황우(黃牛), 털빛이 누른 개를 황구(黃狗), 어찌할 겨를이 없이 매우 급함을 창황(蒼黃), 달걀 노른자를 난황(卵黃), 붉은색을 띤 노랑으로 빨강과 노랑의 중간색을 주황(朱黃), 저녁 때를 훈황(曛黃), 성냥의 옛말을 당황(唐黃), 메조죽을 쑤는 짧은 동안이라는 뜻으로 부귀와 공명의 덧없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황량일취(黃粱一炊), 덧없는 꿈이나 한때의 헛된 부귀영화를 이르는 말을 황량지몽(黃粱之夢), 죽은 사람을 가리키는 말을 황양지객(黃壤之客), 부리가 누런 색 새끼같이 아직은 어려서 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는 뜻으로 남을 어리고 하잘 것 없다고 비웃어 이르는 말을 황구유취(黃口乳臭), 새 새끼의 주둥이가 노랗다는 뜻에서 어린아이를 일컬음을 황구소아(黃口小兒), 돈만 있으면 무엇이나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黃金萬能), 하늘은 위에 있어 그 빛이 검고 땅은 아래 있어서 그 빛이 누름을 천지현황(天地玄黃), 초목의 잎이 누렇게 물들어 떨어진다는 뜻으로 가을철을 이르는 말을 초목황락(草木黃落) 등에 쓰인다.
▶️ 泉(샘 천)은 ❶상형문자로 湶(천)과 동자(同字)이다. 본디 전체가 수원(水源)의 모양을 나타낸 글자인데 나중에 글자 모양을 갖추기 위하여 泉(천)으로 썼으며 白(백)과 물 수(水)部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❷상형문자로 泉자는 ‘샘’이나 ‘지하수’를 뜻하는 글자이다. 泉자는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을 뜻하기 위해 만든 글자이다. 지금은 白(흰 백)자와 水(물 수)자가 결합해 있지만, 이것은 후에 한자화된 것일 뿐이고 갑골문에서는 돌 틈 사이로 물이 쏟아져 나오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었다. 지금의 泉자는 해서에서 완성된 것인데, 白자는 ‘맑음’을 水자는 ‘물’을 뜻하니 어찌 보면 맑은 샘물의 의미도 잘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泉(천)은 ①샘 ②지하수 ③돈 ④황천(黃泉), 저승 ⑤조개(판새류의 연체동물 총칭)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도마뱀을 천룡(泉龍), 땅 속에 있는 샘줄기를 천맥(泉脈), 산골에서 흐르는 샘물 소리를 천성(泉聲), 샘에서 나는 물을 천수(泉水), 샘의 근원을 천원(泉源), 땅 속에 있는 샘줄기를 천맥(泉脈), 물이 흘러나오는 근원을 원천(源泉), 지열로 땅 속에서 평균 기온 이상으로 물이 더워져서 땅위로 솟아오르는 샘을 온천(溫泉), 지열로 물이 더워져서 땅위로 솟아오르는 샘을 열천(熱泉), 내뿜는 것처럼 힘있게 솟아오르는 샘을 분천(噴泉), 물이 찬 샘을 냉천(冷泉), 골짜기에서 솟아나는 샘을 계천(溪泉), 샘과 돌이 고황에 들었다는 뜻으로 고질병이 되다시피 산수 풍경을 좋아함을 일컫는 말을 천석고황(泉石膏肓), 물맛이 좋은 샘은 먼저 마른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사람이 일찍 쇠폐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감천선갈(甘泉先竭), 더워도 나쁜 나무 그늘에서는 쉬지 않으며 목이 말라도 도盜란 나쁜 이름이 붙은 샘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곤란해도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음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악목도천(惡木盜泉), 목이 말라도 도천의 물은 마시지 않는다는 뜻으로 아무리 궁해도 불의는 저지르지 않는다는 말인데 도덕률의 엄격한 준행을 이르는 말을 갈불음도천수(渴不飮盜泉水), 사상이 솟아 나오는 샘물처럼 그치지 아니함을 이르는 말을 사여용천(思如湧泉)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