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 등으로 우리나라에도 팬이 많은 쿄고쿠 나츠히코 씨. 소설가 데뷔 전에는 디자인 관련 일을 했고 지금도 자기 책의 조판과 디자인을 직접 맡는 등 DTP 전문가로도 유명한 사람입니다.
그런 그가 7월 6일 일본에서 열린 전자출판EXPO에서 개최된 좌담회에서 출판 편집자와 전자책 제작사 사원을 앞에 두고 전자책에 대한 쓴소리를 마구 했다고 해서 일부를 옮겨둡니다. 단 아래 글은 좌담회를 구경하던 사람이 트위터에 쓴 글을 옮긴 거라 쿄고쿠 씨가 한 말 그대로는 아니라는 점을 유의하세요.
전자책에 대한 의미있는 충고도 있고 우리와 약간 비슷한 일본 전자책 상황에 대한 비판도 담겨 있어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일본 전자책도 미국에 비하면 규모가 작은데 우리나라와 이유는 조금 다릅니다. 일본은 출판대국이라 출판사들이 기존의 체제에 안주하는 경향이 강하여 전자책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점, 전자책에 타격을 받는 인쇄, 유통, 판매(즉 서점) 같은 기존 회사들이 전자책을 막으려 하는 점, 저작권 관리에 철저하려다 보니 전자책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점 등으로 전자책이 발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 이야기가 있으나 전자책과 관련되지 않은 이야기, 다른 참가자의 언급은 뺐으니 원문을 읽고 싶은 분은 여기를 참조하세요(물론 일본어).
"전자책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은 그걸 살리지 못하고 있기에 지금의 전자책은 20점.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전자책이 책과 비슷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런 짓은 헛수고다."
"전자책은 지난 10년 동안 아무것도 안 했다. 독자의 요구를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전자책이라고 부르는 것부터가 싫다. 서적은 책이지만 전자책은 책이 아니다."
"책은 완성된 미디어. 조판이든 폰트든 책의 형태로 읽기 쉽도록 노력하여 지금의 형태가 된 거다. 그러니 내가 쓴 것처럼 읽기 힘든 글도 많은 독자에게 받아들여졌다. 요즘은 이렇게 보이는 방법에 노력을 들이지 않는 편집도 있지만 책은 미디어로서 완성되어 있기에 읽히고 있는 거다. 그런데 전자책이 되면 읽히는 방법을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전자책에는 전자책만의 보이는 방법이 있을 터. 가령 본문에 명조체를 쓰는 것도 책의 규칙이지 전자책에서 지킬 필요는 없다. 그냥 PDF로 만들어서 냈습니다 라는 식은 전자출판이 아니다."
"PDF를 팔면 전자출판이다 라는 식은 편의점에서 프린트본(コンビニコピー本 일본 편의점에서 제공하는 출력 서비스. 제본까지 가능하여 복사를 하거나 USB메모리 등으로 데이터를 입력하여 간단한 책 정도는 만들 수 있다)을 파는 것과 마찬가지."
"책의 형태를 바꾸서 새로 낼 때 편집, 교정을 새로 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도 전자책에선 그게 통한다. 큰 착각이다."
"책이 노벨스(추리소설을 내는 코단샤의 레이블. 신국판보다 작고 문고보다 크다), 문고로 바뀔 때마다 반드시 편집자가 다시 읽고 저자 교정도 들어가는데 전자판에선 그런 일을 안 한다. 내 작품도 안 하려고 하기에 내가 하겠다고 해서 교정했다. 문고 편집부가 있는데도 전자책 편집부가 없는 건 이상하다."
"전자책 편집부가 없는 출판사가 전자책을 내는 건 152년은 멀었다. 언어도단이다. 100년이라고 말하려다가 모자란 감이 들어 52년을 더했다."
"지금 현재 책에는 (음악으로 치면) 앨범만 있고 싱글이 없다. 전자책이라면 싱글이 가능하다(단편 단위로도 판매가 가능할 거라는 이야기)."
"전자책을 내면 책이 안 팔린다니 도시전설보다도 멍청한 소리다."
(양장본, 노벨스, 문고, 전자책 4형태 동시출간을 한 경험에 대한 질문의 답으로)
"독자층이 각자 달라서 각자에게 판매한다. 이걸 양장본으로 내고 3년이나 지나서 문고화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문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도 많다."
(문고는 평가받은 작품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 낸다는 편집자의 말에 대해)
"그건 출판사측의 변명이다. 문고는 염가판에 불과하다. 문고란 원래 돈이 없는 학생들이 사는 책이다. 그걸 대단한 듯이 문고화 했니 해설을 붙인 결정판이니 하는 건 훨씬 전부터 비싼 돈 주고 양장본을 산 독자에게 나쁜 짓이다. 요즘은 신간의 사이클이 빨라서 양장본이 나왔다가 서점에서 사라지면 독자는 문고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든가 북오프(일본 최대의 중고서점)나 도서관에 갈 수밖에 없다. 읽고 싶은데 책이 없는 건 비정상이다."
(책 특히 만화를 직접 스캔하여 전자책으로 만드는 '자취'현상에 대한 질문의 답으로)
"자취 같은 걸 해가면서 품과 시간을 들인다는 건 기특한 일이다. 오히려 출판사에서 PDF를 제공해야 하지 않을까."
"전자책 전용 작품의 의뢰를 받고 싶다."
"컨텐츠가 출판사의 힘이며 그걸 제대로 팔아야만 한다. 전자책은 있는 걸 그대로 옮긴다는 느낌이 든다. 폰트든 문장이든 조판이든 책이었던 걸 그대로 유용하고 있다. 다른 미디어니까 그에 맞춰 새로 만드는 게 당연하고, 선조들이 책을 완성시켰듯이 전자책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출처 : 페가나북스 블로그 http://pegana.tistory.com/41
첫댓글 공감하는 부분이 꽤 많군요...특히 출판사에서 전자책 편집부가 없다는 말. 요즘 큰 출판사는 담당 편집자가 있는지도 모르지만...종이책을 pdf 파일로 만들어 전자책으로 판매하는 수준인 게 사실이니까요. 종이책으로 낼 수 없는 전자책만이 가능한 콘텐츠가 분명 있는데...그런 점에서 아쉬운 점이 많죠.
출판에대해 잘은 모르지만.. 음반업계가 mp3로 대변되는 디지털음원시장으로 바뀌듯.. 영상사업이 필름에서 디지털 시장으로 바뀌듯... 비디오나 dvd 매체가 iptv같은 디지털 매체로 바뀌듯..출판계도 디지털 시장으로 변모하는 것은 어쩔수없는 대세가 아닌가 합니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적응이 빠른 사람은 살아남고, 아니면 도퇴되는 시장으로 바뀌는게 아닌가 싶네요.. 좀 우울한 얘기였습니다..ㅠㅠ
이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때 느끼곤 했던 전자책의 미진한 부분들을 콕 집어 이야기해주는군요.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특히 자가스캔문제나 전자책의 매체적 특성을 제대로 살린 작품이 없다는 부분이요.
우리나라는 문고본이고 펄프픽션이고 없었으니 그에 관련한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교정문제도 저는 워낙 대학교재처럼 교정은 개줘버린 책을 많이 읽었던 터라 '그, 그렇네.'하고 별 문제의식 없이 읽었네요.
전자책은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신문처럼 만들면 좋을 듯. 물론 이미 그 이상의 책이 있지만 제대로 만들려면 종이책보다 훨씬 큰 비용이 들어감. 소리 영상 실시간 양방향 하이퍼텍스트 번역 기능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따내는 등 게임처럼 조작 가능한 전자책도 있음. 전자책은 가상체험 등 갖은 첨단기술을 접목할 수 있지만 엄청난 제작비가...최초 제작비가 수 억원이 넘는 책들이 있으니... 하지만 시도거나 특별한 콘텐츠가 아닌 이상 시장 규모 등을 감안해 비용을 종이책보다 낮게 줄이려다보니 기존 종이책 컨텐츠를 쓰거나 그와 비슷하게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요 분의 말은 독설이라기보다 조언이네요. 애정이 가득한...
한번 보고 싶군요...샘플로라도. 왠지 굉장할 것 같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