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수 우파 시사평론가이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로 대선 개표 조작 의혹에 가담했던 루 돕스가 18일(현지시간) 7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 대선 공화당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하는 날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설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고인을 애도하는 글을 올렸다.
돕스의 팀은 엑스(X, 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무거운 마음으로 '위대한 루 돕스'의 별세를 알리게 됐다. 루는 아주 끝까지 투사였다. 그에게 가장 의미 있는 존재인 하나님, 그의 가족과 이 나라를 위해 싸웠다"고 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서 죽음을 맞았는지, 사망 원인도 밝히지 않았다. 부인 데비와 자녀들, 손주들을 남겼다.
고인은 1980년 CNN 창립 당시 합류해 20년 이상을 간판 앵커로 활약했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수 진영의 선봉대 역할을 했으나, 각종 구설에 휩싸였다. 불법 이민자들의 증가가 나병(한센병) 환자가 미국에서 늘어난 원인이라고 언급하는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미국 출생 기록 조작설을 주장하면서다.
돕스는 2009년 CNN을 떠나 2년 뒤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로 옮겼다. 그는 장수 프로그램 '루 돕스 투나잇'에서도 대선 조작설을 보도, 거액의 소송을 당했다. 그는 당시 전자투표 시스템 조작 탓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했다는 음모론을 지폈다. 이에 투표기 업체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은 27억 달러(약 4조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 명단에 돕스도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견해에 동조한 것을 넘어 앞장서 총대를 멨다가 자신과 방송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결국 폭스 뉴스는 지난해 4월 법정 화해로 도미니언 보팅 시스템에 7억 8750만 달러(약 1조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공개된 명예훼손 소송 합의금 중 최고액이다.
고인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팟캐스트 'The Great America Show'를 운영하고 있었고, 지방 라디오방송 77WABC에서도 쇼를 진행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 쇼셜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고인을 "친구이자 진정 믿기지 않는 언론인, 리포터, 재주꾼"이라면서 "다른 이들보다 세상을 잘 이해했으며 많은 방면에서 독특했던 고인이 미국을 사랑했다"며 추모했다.
고인 때문에 방송 위상에 상당한 손상을 입었던 폭스 뉴스는 그래도 성명을 발표, 고인의 죽음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믿기지 않는 비즈니스 마인드와 방송 재능으로 루는 케이블 뉴스를 개척해 성공적이고 영향력 있는 산업으로 이끌었다. 우리는 그의 기여에 무한한 감사를 느끼며 유족에게 진정어린 추모의 념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