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와 문화
AI와 인간의 현재 진행 중인 변화들
김덕진(미래사회IT연구소 소장)
IT기술 진영의 진행 중인 변화들
챗GPT 이후 IT업계는 매주 10년 치의 변화가 발생하는 느낌이다. 2022년 11월 오픈AI가 GPT3.5 모델인 챗GPT를 대중들에게 공개한 이후 모든 IT 기업들이 연구실 속 꼭꼭 숨겨져 있던 각종 연구결과들을 다양한 형태로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5월과 6월에 진행된 이 책의 대담 이후 생성형 AI 업계에는 또 수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 현재 가장 큰 모멘텀은 GPT보다는 오픈소스로 공개된 메타의 라마2이다.
학술적으로만 이용 가능했던 라마1과 달리 라마2는 상업적으로도 활용가능하도록 만든 메타가 작정하고 챗GPT에 대항해서 내놓은 생성형 AI라 할 수 있다. 조용하게 오픈했던 라마1과 다르게 이번에 메타가 라마2를 오픈할 때는 공식 홈페이지도 만들고, 홈페이지에서 이용자들이 편하게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게 해놓는 등 준비를 단단히 했다. 게다가 오픈AI에 이어 메타 역시 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었다. 자체 클라우드가 없던 메타의 고민을 MS의 애저 클라우드로 인해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가장 신이 난 건 MS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안에서 오픈AI의 챗GPT와 메타의 라마2를 이용할 수 있으니 MS 입장에선 두 가지 패를 모두 손에 쥐게 되었다.
클라우드 진영의 전통강자인 아마존 역시 클라우드 비즈니스에서 움직이는 MS의 행보를 보며 자체적인 언어모델인 “타이탄”과 챗GPT의 대항마인 앤트로픽의 AI 챗봇 ‘클로드’, 생성형 이미지 도구인 ‘스테이블 디퓨전’’ 등이 포함된 “베드락”이라는 연합군 형태의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경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메타는 이번 라마2를 출시하여 퀄컴이라는 회사와도 손을 잡았다. 퀄컴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AP를 만드는 회사인데, 컴퓨터의 CPU의 역할을 하는 장치인 AP 분야에서 전 세계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메타가 이들과 손을 잡았다는 건 앞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안에 라마2가 탑재되어 나온다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1~2년 안에 생성형 AI가 어떻게든 탑재되어 나올 것을 예상해 볼 수 있다.
그 여파인지 아이폰의 AP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는 애플 역시 생성형 AI를 개발하고 있다는 내용을 언론에 흘렸고, 7월 20일 언론은 일제히 애플GPT에 관한 기사를 내며 애플의 주가는 다시 한껏 상승세를 찍었다. 그러자 구글도 그들의 생성형 AI인 바드를 통합 ‘안드로이드 14’ 버전을 빠르면 8월에 출시 하겠다는 발표를 이어갔고,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는 얼마 전 오픈AI가 143억을 들여 구매한 ‘AI.COM’이라는 도메인을 오픈AI로부터 재구매하여 이를 본인이 7월 12일에 만든 인공지능회사인 X.AI의 홈페이지 주소로 연결하였다. 나스닥의 빅테크 상위 일곱 곳 모두가 라마2의 공개 이후 생성형 AI 전쟁에 모두 다 참전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에선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가 생성형 AI에 관한 앞으로의 로드맵을 공개했다. 하이퍼클로바의 경우 일전에 챗GPT 등에서 문제가 됐었던 ‘윤리와 편향성의 문제’에 관해서 전 세계적으로 성과가 좋다. 모든 언어 모델이 데이터가 쌓일수록 대답의 편향성이 생기면서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 지점에서 하이퍼 클로버는 어느 정도 해결성을 보이고 있고, 이 책이 나올 즈음이면 하이퍼클로바X라는 개선된 언어 모델이 출시되어 뉴스를 장식하고 있을 것이다.
인간사회 진영의 진행 중인 변화들
생성형 AI로 인한 충격은 현재는 한국보다 영어권 국가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6월부터 2007년 이후 15년 만에 미국의 방송 작가 조합이 창작에서의 생성형 AI 이용에 관해 반발하며 시위에 나섰다. 실제로 넷플릭스 같은 OTT에 콘텐츠 납품을 하는 기업 내의 작가들의 수가 확 줄었다. 대신 OTT 드라마의 대본 초안을 만들어 주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들이 한 편당 500만 원을 받고 넷플릭스의 대본의 기초 구성을 들어주고 있고, 일부 작가들은 AI가 만들어 준 초안에 관해 수정·보완 업무를 하며 낮은 사례비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 시위에 할리우드의 배우들도 동참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넷플릭스가 이들의 디지털 초상권에 대한 확대된 해석이 담긴 계약서에 사인을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배우 한 명이 넷플릭스 드라마에 출연하면 이 사람을 모델링한 다음 넷플릭스는 생성형 AI를 통해 해당 배우의 이미지와 목소리, 모션 등 모든 게 똑같은 캐릭터 AI를 만들어서 상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배우 입장에서는 10번 나오면 10번의 출연료를 받아야 하는데, 1번 출연한 계약금만 받으며 넷플릭스 측에서는 그 배우를 무한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맷 데이먼, 마고 로비 등 유명 할리우드 배우까지 이 파업에 동참하고 나섰다.
이런 문제가 생기니 원래는 유럽 연합에서 주로 논의되었던 생성형 AI의 규제와 가이드라인에 관한 논의가 미국에서도 일어나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의식해서인지 얼마 전 미국의 백악관은 구글, 아마존, 메타, MS, 오픈AI 등 미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기업 7곳과 AI로 생성된 콘텐츠에 워터마크를 넣기로 합의했다. 백악관은 “AI의 개발·활용 관리에 관한 강력한 프레임워크를 만들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좋든 싫든 우리의 일상이 될 AI 시대
이상이 지난 챗GPT의 명암에 대한 시리즈 기고를 한 뒤 진행된 IT기술 진영과 인간사회 진영의 변화들이다. 물론 필자가 적어놓은 사례들은 아주 일부이고, 지금도 수많은 변화들이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과거에는 IT기술이라고 하면 하나의 모듈 같은 기술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비단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에 침투하여 시대의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IT라는 기술로 인해 사회에 어떤 현상을 일어나고 있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비즈니스의 구조가 바뀌고 있고, 나아가 우리의 삶과 일 그리고 모든 상황이 변하고 있다.
사실 2016년 알파고가 등장했을 때도 사람들은 놀랐고, 이게 과연 우리의 일자리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관한 고민과 담론 나왔지만 반짝하고 끝났다. 알파고가 반짝 이슈에 끝났던 이유는 ‘바둑’이었기 때문이다. 바둑을 두는 분들과 관련 산업에 있는 분들에게는 엄청나게 큰 이슈였고 이것이 실제 바둑 생태계를 변화시키기도 하였다. 하지만 바둑에 관한 관심이 높지 않은 분들에게는 시간이 지나며 알파고는 하나의 놀라움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반면 챗GPT와 생성형 AI에 사람들이 놀라고, 파장이 더 오래 지속되는 이유는 그것들의 키워드가 ‘대화’이기 때문이다. 대화는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누구나 다 다른 방식으로 한다. 때문에 다른 관점과 생각을 가진 수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기술을 바라보며 모두 다른 해석과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이 다른 해석과 의미 부여를 보는 것이 곧 향후의 미래를 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AI는 현재 모든 영역의 이슈를 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지만, 결국 미래에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게 될 것은 기술이 아닌 생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