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빠사나 등 남방禪 수행법 전파 주력
“참 불교 배워 법열”회원들 이구동성
한국‘프럼빌리지’될 명상마을 착공
|
한국명상원 법당에서 묘원법사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명상주제 강의를 하고 있다. |
“세계적으로 명상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명상수행 하는 불자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 주시죠”
“글쎄, 뭐 특별히 할 말이 없는데….”
구랍 23일 저녁 7시. 연말을 맞아 불야성을 이룬 강남 논현동 먹자골목 속에 위치한 한국명상원서 만난 묘원법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1988년 국내에 위빠사나를 처음 소개한 거해스님으로부터 근본불교를 접한 1세대 남방선(禪)수행자. 위빠사나에 빠져들기 전까지 명창 안숙선에게 사사한 판소리꾼으로 국내최초 판소리 북장단을 채보한 책을 펴낸 사람. 한때 택시 100여대를 굴리는 운수회장으로, 80년대 국민적 인기를 누렸던 대한씨름협회 총무이사이기도 한 그는 왜 기자가 묻는 말에 침묵했을까?
이날 저녁은 ‘수요 직장인 반’(초전법륜경) 강의가 있는 날. 강의 시작을 앞두고 법당에는 30여 명의 회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명상원 관련 회의로 강의가 지연되고 있었지만 회원들은 교재(마하시 사야도의 초전법륜경(하))를 보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날 강의는 사성제 중 도성제 편. 묘원법사는 교재를 읽기 시작했다.
“이것이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혹은 괴로움의 소멸로 이끄는 수행에 관한 성스러운 진리, 즉 도성제이다. 비구들이여, 그래서 전에는 들어보지 못한 법에 관해서 나의 내면에 눈, 통찰, 지혜, 영지와 광명이 일어났다”
찬찬히 교재를 읽던 그는 책을 덮고 법문을 시작했다.
“그렇습니다. 부처님은 전에 들어보지 못한 법을 깨달으신 분입니다. 우린 서로 ‘성불하세요’라는 말로 인사하죠? 잘못된 말입니다. 부처님은 불법이 있는 시대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정법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부처가 아니라 아라한이 되어야 합니다”
이어 그는 수행에 의한 통찰을 강조했다.
“내면에서 성스러운 도가 계발되고, 반조(返照)하게 되면 이 도가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죠. 하지만 성스러운 도를 곧바로 계발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예비단계의 도를 계발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위빠사나를 소멸에 이르는 바른 수행이라고 하죠. 도성제를 계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빠사나 도를 계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모든 현상을 주시하면서 알아차리는 매 순간에, 있는 그대로를 아는 지혜, 바른 견해인 위빠사나. 묘원법사는 위빠사나가 완성되면 불교의 실천교리인 팔정도가 계발된다고 강조했다.
“도성제와 팔정도를 계발하려면 오랜 세월 축적된 잠재의식을 버려야 합니다. 마치 한 겹, 한 겹 양파를 벗기듯 말입니다. 습관과 과보는 한 번에 사라지지 않습니다. 한번 열반에 들었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는 것과 같죠. 생각해보세요. 과거에는 사람을 죽일 때 화살을 쏘았죠. 하지만 지금은 어떻습니까? 기관총을 쏘죠. 쾌락을 느끼는 정도가 더 심해진 겁니다. 여러분, 동물의 왕국이나 권투 중계 보지 마세요. 죽이고 때리는 것에 흥분하는 마음으로는 부처의 가르침을 행할 수 없습니다”
묘원법사는 회원들에게 간곡한 당부를 전하고 강의를 마쳤다.
“오랜 세월동안 강의를 듣고 있는 회원님들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군요. 인연 따라 만나고 헤어지지만 이 공부는 지금 생이 아니라도 언젠가 여러분이 해야 될 일이라는 것만은 명심하길 바랍니다. 붓다, 예수, 소크라테스, 공자 등 성인들이 간 길이 뭘까요? 바로 인간의 행복입니다. 궁극의 진리를 찾는 길은 조건이 성숙되지 않으면 결코 갈 수 없습니다. 업이 성숙되어야죠. 저는 이생에서 끝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미얀마에서 수행을 했습니다. 여기를 떠나도 늘 이 말을 느끼고 자각하세요. 그래야 다음 생에 공부를 마칠 수 있을 테니까요”
강의가 끝나자 회원들은 경행(徑行-걷기수행) 준비를 시작했다. 장내를 정리하는 시간에 맞춰 회원들과 짧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회원들은 20분간 경행을 한 후 참선(40분)과 법사 인터뷰를 갖는다.
3년 넘게 강의를 듣고 있다는 이서보(74)회원은 “명상원에서 강의 듣기 전 나름 불교공부를 했다고 자부했는데 여기와서 보니 12년간 우왕좌왕하다 시간만 허비했다”며 “이제 제대로 된 길을 들어섰으니 노력하면 뭔가 깨달을 것 같다”며 웃음을 지었다.
하승용(44)회원도 “강의를 들으면서 순간순간 진리를 알아채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가장 큰 변화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불자로서 좋은 습관과 행위를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분을 밝히기 거부한 여성 회원은 “법사님 강의를 들으면서 불교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을 가졌다”며 “솔직히 초하루, 재일 신경 쓰지 않고 내 발길 닿는 대로 와서 공부하고 깨달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토로했다.
명상원에서는 묘원법사가 불교방송 녹화로 자리를 비우는 화요일을 제외하고 4개월 과정인 기초수행반, ‘대념처경반’‘수요직장인반’(초전법륜경)‘아홉요인 목요반’‘12연기토요반’‘미소지으며 죽는법’등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묘원법사는 매주 금요일 용인에 소재한 노블카운티(실버타운)에서 법회를 연다. 명상원에 통나무집을 기증한 불자가 이곳에 사는 인연으로 법회를 마련했다고 한다. 또 그는 일요일에는 내년 1월 개원예정인 대구명상원에서 ‘12연기대구반’강의를 하고 있다.
2004년 개원한 명상원은 작년 8월 사단법인 허가를 취득한데 이어 올 봄 경기도 가평에 명상마을 착공에 나선다.경기도 가평군 설악면 묵안리에 조성될 명상마을은 1만여 평 규모로 집단 명상시설과 회원들을 위한 공공시설, 회원 개인주택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인간은 물질적 욕망을 채우면 본질적으로 정신적 욕망을 추구하게 되어 있습니다. 소득에 따라 인간이 가는 길은 공식화 되어 있죠. 이제 현대사회는 신에 귀의했던 시대를 벗어나 명상(불교)시대로 전환될 겁니다”
재가불자 시대를 예견한 묘원법사. 그가 기자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것은 수많은 질문에 앞서 불자로서 실천하는 삶을 살라는 무언의 가르침인 것 같았다.
김치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