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류(太瘤)스님은 촉(蜀)땅의 스님이다. 대중 속에 있으면서 항상 불법이 뒤섞여 다른 견해들이 일어나는 것을 개탄해 오다가, 내가 참선하여 진정한 지견을 얻게되면 구업(口業)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리고는 발원하여 마조선사의 탑에 여러 해 동안 끊임없이 예배를 드려 왔는데 어느 날 갑자기 탑에서 흰 빛줄기가 뻗어나오는 감응을 얻고 깨달았다.
그후 총림에서 가는 곳마다 노스님을 시험해오다가 설두산을 지나면서,"이 늙은이는 입 속에 침이 질질 흐르고 있구나"하였다. 설두선사는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편치 못하였다. 태류스님이 설두선사를 만나자 설두선사가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나를 인정하지 않느냐?"
"늙은이가 생각대로 입 속에 침이 질질 흐르고 있군!"
이어 좌복을 집어 던지고 곧바로 나와 버렸다. 그곳 직세승(直歲僧:선원의 수리 및 중창 등 각종 공사를 맡아보는 소임) 이 그를 달갑게 생각지 않아 사람을 보내 도중에서 태류스님을 때려 한쪽다리를 부러뜨려 버렸다. 태류스님은 그것이 설두 늙은이가 시켜서 한 짓일거라며 후일 반드시 그의 한쪽다리가 부러져 내게 빚을 갚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뒤에 그의 말대로 되었다. 태류스님은 그뒤 서울에 가서 저자거리에서 제멋대로 하고 다녔다. 한 벼슬아치가 자기 집으로 모셔 공양하겠다고 청하자 여러번 사양하였으나 그는 굳이 머물도록 하면서 더욱 스님을 존경하였다. 항상 시첩(侍妾)을 시켜 스님 앞에서 공양을 받들게 하였는데 어느 날 우연히 그 벼슬아치가 그의 방에 찾아오자 태류스님은 일부러 첩을 농락하였다. 벼슬아치는 이 일을 계기로 예우를 바꿨고 스님은 마침내 그 집에서 떠나올 수 있었다. 그후 며칠 있다가 시끄러운 저자거리에서 단정히 앉아 입적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