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은 공자의 삶을 무척이나 존경했다. 그의 고향인 곡부를 일일이 다니며 그 유풍을 기록으로 남긴 것이 <공자세가>다.
공자는 정치에서는 뜻을 얻지 못했지만 후학 양성을 통해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전했고, 그것이 2000년 넘게 동양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공자는 만년에 자신의 일생을 단 38자로 회고한 바 있는데, 역사상 가장 짧은 회고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자는 70에 이른 자신의 삶을 다음과 같이 술회한다.
“吾十有五而志于學, 三十而立, 四十而不惑, 五十而知天命, 六十而耳順, 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이 38자의 회고록을 우리말로 옮기면 대체로 다음과 같다.
“나는 열다섯 무렵에 배움에 뜻을 두었고, 서른 무렵에 내 뜻을 세웠고, 사십 무렵에는 흔들리지 않게 되었고, 오십 무렵에는 천명을 알게 되었다. 육십대에는 남의 말이 순수하게 들렸고, 칠십이 넘자 마음 가는 데로 따라가도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되었다.”
모르긴 해도 역사상 명인들 중 이렇게 자신의 삶을 몇 단계로 나누어 함축적으로 간결하게 전달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38자에 불과하지만 그 어떤 자서전보다 값지고 가슴을 울린다. 공자의 인생철학이 새삼스러울 따름이다.
최근 중국은 자국의 언어를 비롯하여 역사와 문화를 전세계에 알리기 위한 국가전략의 하나로 소위 ‘소프트파워’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 전략의 진정한 의도를 감추거나 희석시키기 위해 공자를 다시 한번 전면에 내세웠다. 의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국의 또다른 패권주의 노선을 보면서 공자나 사마천이 남긴 사상과 저술이 얼마나 왜곡될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