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2353〉
■ 햇빛, 달빛, 별빛 (유하, 1963~)
가을 들판에 참새 떼처럼 내려앉는
오후의 햇빛이여
갈대숲 강아지풀 어루만지며
수랑골 방죽 위에 뛰노는 달빛, 별빛이여
아, 이 대지 위의 빛 잔치
대지는 늘 흥청망청 잔치를 여는구나
보아라 무진장으로 해가 꾸어 주는 저 빛을
달과 별이 빌려주는 저 빛을
오후 다사로운 햇빛 빚더미로 쏟아지는
가을 들판 눈물 하나로 흔들린다.
- 1991년 시집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문학과 지성사)
*시골에서 살다 보면 주변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확연히 느낄 수 있습니다. 10월도 절반이 지나간 요즘, 퇴락한 햇살 아래 활짝 핀 국화나 조금씩 단풍이 물들고 있는 산기슭을 보며 가을이 깊어 감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밤이 되면 싸늘하고 적막한 가운데 풀벌레 소리만 가끔 들리는 모습이군요.
이 詩에서는 가을의 햇빛과 달빛, 그리고 별빛을 마땅히 찬사받아야 할 대상이며, 그것으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는 이 대지가 빛나고 아름다우며 가을이 가을다운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자연이 보내주는 빛은 우리에게 빌려준, 언젠가는 우리가 갚아야 할 빚임을 잊지 말고 가을의 햇빛, 달빛 그리고 별빛에 대해 감사해야 한다고 말이죠.
그러면서 가을의 들판에 내리는 햇빛을 쬐며 감동할 수 있는 감성을 가진다면 가을은 더욱 아름답게 빛날 것이라고 조용히 알려주는군요.
지금은 그러한 햇빛과 달빛, 그리고 별빛이 있는 가을입니다그려.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