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목록>만드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자주 목록을 만든다.
주로
<오늘 시장 볼 것>부터
<읽고 싶은 책>목록
<사고 싶은 책>목록
<보고 싶은 영화>목록
<해야 할 일>
등등의 목록을 만든다.
얼마 전에는 친구가 노래를 녹음해준다길래
<좋아하는 노래>목록을 만들었다.
물론 목록대로 되는 건 하나도 없다.
(나는 계획을 세우면, 특히나 그 계획을 문서화하거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절대 그대로 안되는 징크스가 있다...
그래서 달력에 누군가와의 약속을 적어 놓았다가는
바람맞기 쉽상이다...)
대형할인매장에 시장보러 갔다가 책코너에 들렀는데
'결심만 하는 것은 바보들이나 하는 짓이다...'
뭐 이런 내용의 책 제목을 우연히 보았다.
(정확한 책 제목은 생각이 안난다...
언니랑 같이 빌려본 만화에 "순간기억능력자"라는 능력을 가진 아이가 나왔다.
그 만화를 보고나서 내 별명은 "순간기억상실능력자"가 되었다...)
그 책 제목을 보고 나는 괜히 가슴이 뜨끔했다.
그러나 나는 곧 콧노래를 부르며 돌아섰다.
"그래 나 바보다...
그래도 결심도 안하는 것보다야 낫지 뭐...."
라면서...
그래서 나는 오늘도 목록을 만든다.
언니는 나를 일컬어 <목록인생>이라고 부른다...
오늘 아주 쓸 데 없는 목록을 만들었다.
<성탄절날 내가 받고 싶은 선물>목록이다.
아들녀석의 성탄절 선물을 준비하면서
(유치원에서 산타할아버지 행사를 한다고
칭찬받을 일과 앞으로 고칠 일을 적어 선물과 함께 보내란다.
그냥 산타할아버지가 사주면 안될까나...?
군시렁대면서 장난감을 사서 포장해서 보냈다...)
나도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고 싶다고 <받고 싶은 선물 목록>을 만들었다.
물론 이건 정말 헛된 목록이다.
왜냐하면 나는 어린이도 아니거니와
착하지도 않고
게다가 잘 울기까지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산타할아버지한테 선물을 받고 싶다.
못받아도 뭐 그리 낙담하지야 않겠지만......
목록 하나 만드는데 돈드는 것도 아닌데 뭐.....
<성탄절날 산타할아버지에게 받고 싶은 선물>
1. 주유소 휴지 한 박스
남들은 많아서 처치 곤란이라는데...
나는 휴지를 헤프게 쓰는 편이라 피부에 닿지 않는 용도의 휴지는
모두 주유소 휴지를 쓴다.
남편 차에 굴러다니는 주유소 휴지로는 아주 모라잔다...
덤으로 키친타월같은 것도 좀 주면 고마우련만...
2. 양말
목이 다 늘어난 양말에서 이제는 좀 벗어나고 싶다.
그리고 양말 빨기 귀찮고 양말 늘어난다고 집에서는 양말을 안신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발가락이 시렵다.
이제는 나도 집에서도 양말을 신고 있고 싶다...
(이상하게도 난 덧버선이 싫다.)
3. 핸드폰 배터리
2년 반 정도 사용한 내 핸드폰은
몇 번의 사고 끝에(물에 젖거나 등등)
충전을 해도 두시간을 못 버티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이 두시간은 전화가 한통도 안 왔을 경우다.
전화가 오면 벨이 울리고 꺼진다.
문자메세지를 보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는 이들은 제발 핸드폰 좀 바꾸라고 말한다.
그래도 나는 별 잔고장 없이 지금껏 써온 내 핸드폰이 좋다.
배터리만 새로 사면 될 거 같았는데 물어보니까 4만원을 달라고 해서
그냥 집에 왔다.
산타할아버지가 내 핸드폰의 배터리만 새로 선물로 주시면 안될까나....??
4. 이면지와 잉크...
지난 내 생일날 남편에게 울고 불고 생 쑈를 다해서
생일 선물로 싸구려 프린터를 샀다.
그 동안 프린터해서 보고 싶던 것들을 마구마구 찍어냈다.
남편은 내가 한달 반만에 잉크를 새로사자 눈알이 빠져라고 째려봤다.
복사지를 살 때도 눈치가 보여 죽겠다.
제발 깨끗한 이면지 한 박스와
프린터 잉크를 받고 싶다...
5. 도서상품권 30장
책 좀 사보고 싶다....
울 동네 책방이 비디오방으로 전업을 하면서
빌려 읽을 만한 곳도 없다.
도서관은 우리집에서 버스 두번 갈아타고 1시간 걸리는 거리다...
뭐니 뭐니 해도
현금이 젤 좋다.
아파트 관리비, 도시가스 요금, 하나로통신 요금, 핸드폰 요금, 전화요금 내고
울 아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케이크 하나 사주고
(아들이 언니에게 말했다고 한다.
"이모, 엄마는 돈이 없지요?
그래서 케이크 못 사지요?
그래서 너무 슬퍼요..."라고...
나도 너무 슬프다...)
새책은 비싸니까 어떻게 헌책이라도 좀 사보고
소갈비는 바라지도 않는다.
돼지갈비라도 좀 사먹고
이제는 바닥을 긁어야하는 커피와 녹차를 사고 싶다...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아니더라도...
하늘에서 돈 좀 뚝뚝 안떨어지나......
첫댓글 도깨비 방망이 하나 보내드립니다..후~.. 찾기가 무지 힘들지도, 투명이라서 공중 어딘가에 매달려 있거든요. 잘 살펴보셔요. 그리구 부~~자 되셔요... 마음만이라도...
저도 목록 적는 걸 참 좋아합니다. 장봐야 할 물건에서 시작하여 오늘 할 일, 내일 할 일, 내 인생의 목표와 같은 심오한 것도.. 읽은 책과 본 영화와 같은 과거도 기록하길 좋아하죠. 가끔 그 목록들을 보면 제 삶의 결정체같은 느낌이 들어 뿌듯하더라구요.
징크스에도 불구하고 목록을 문서화하신건 선물에 대한 미련이 별로 없으신걸로 해석해도 될런지. 히히
불루 캣님~고마워요오~ 근데 못찾겠어요오~~ 저의 목록들이 바로 저의 재산....부자라네요~ 시나몬님도 저처럼 목록인생... 근데 재희님, 문서화한 이유는 바로 머리가 나빠서 기억을 못하기 때문이랍니다....흑....
로또 당첨되면 그 목록을 현실화해드릴라 그랬는데 아쉽게도 꽝이었어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