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워야 할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 대한민국 국회는 축복 대신 재갈을 선택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은 민주주의의 심장인 표현의 자유를 정면으로 겨냥한 악법이다. 재석 177명 중 170명 찬성이라는 압도적 숫자는 입법의 정당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수의 폭력이 얼마나 쉽게 자유를 짓밟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이 법의 가장 큰 문제는 ‘허위·조작정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모호하다는 데 있다. 고의로 허위정보를 유통할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손해액 입증이 어려우면 최대 5000만원까지 추정 배상, 반복 유통 시 최대 10억원의 과징금까지 가능하다. 문제는 무엇이 허위인지, 누가 그것을 판단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극히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결국 국가와 심의기관, 법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틀린 말’이 아니라 ‘불편한 말’이 처벌 대상이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 법은 언론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유튜버, 1인 미디어, 일반 시민의 SNS 댓글과 공유 행위까지 모두 규제의 사정권 안에 들어온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책임을 피하기 위해 선제적 삭제와 차단에 나설 것이고, 그 결과 온라인 공간은 토론의 장이 아니라 침묵의 공간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의 노골적 언론 검열보다 더 교묘하고 광범위한 ‘자기검열 사회’를 초래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종교와 학문의 자유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교회·성당·법당에서의 설교와 법어, 강론이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순간 법의 적용 대상이 된다. 종교 지도자가 신앙적 양심에 따라 사회와 정치 현안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허위·조작정보’ 낙인이 찍힐 경우, 징벌적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교수와 강사, 연사들의 강의와 학술 발표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비판적 사고는 법적 리스크 앞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치 영역에서도 파장은 크다. 정치적 표현은 본질적으로 해석과 가치 판단의 영역이다. 여야 간 비판과 논쟁이 허위 여부를 둘러싼 소송전으로 비화된다면, 정치 담론은 법정으로 끌려가고 민주주의는 숨 쉴 공간을 잃게 된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이 법을 ‘온라인 표현 입막음법’이라 규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민사회와 법학계의 우려도 크다. 불법정보 개념의 광범위성, 행정기관의 심의권 확대, 언론과 시민까지 포함한 징벌적 손배 구조는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하다. 일반 시민의 일상적 게시글 하나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에서 누가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겠는가.
허위정보를 근절하겠다는 명분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민주사회에서 해법은 규제가 아니라 기준의 명확화와 자율, 그리고 사후적 책임이어야 한다. 악의적 가짜뉴스는 엄정히 다루되, 정당한 비판과 의견 표현까지 위축시키는 입법은 민주주의의 자해 행위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통과된 이 ‘입틀막’ 악법은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 법 시행 이후의 파장은 거셀 것이며, 이 법이 자유민주주의의 시험대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침묵이 아니라 감시와 저항, 그리고 헌법적 가치에 대한 재확인이다. 민주주의의 입에 재갈을 물린 대가는 결국 우리 모두가 치르게 될 것이다.
truthdaily에 실린 글
첫댓글 언론인,언론사,기자,지식인들이 다 죽어버린 대한민국입니다.
희망이 안보이는 이런 나라, 이제는 역사속으로 묻히게 되는것은 아닐지?
법원,판검사들,검찰,경찰,군인까지
모조리 좌파들로 꽉 들어찬 지금
과연 언제쯤 정상화의 사회로 돌아가게 될까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