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노스웨스턴 대학 졸업반이던 인도 여학생 자흐나비 칸둘라(당시 23)는 교통사고를 당해 비운의 짧은 삶을 마쳤다. 대학 근처 도로를 건너다 경찰 순찰차에 치이고 말았는데 당시 마약 신고 전화를 받고 운전대를 잡은 경관은 시속 119km로 달려 그녀의 몸은 42m를 날아갔다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그런데 출동 신고를 받고 출동한 시애틀 경찰서의 대니얼 오더러 경관은 그 해 12월 졸업을 앞두고 있던 여대생의 죽음을 안타까워하기는 커녕 말도 안되는 조롱을 했다. "수표 한 장 써주면 끝"인데그나마 인도 학생이라 "제한된 가격"이면 될 것이라고 신소리를 늘어놓은 것이었다. 그가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하는 모습은 보디캠에 고스란히 찍혔는데 도착해 동료에게 전화를 걸면서 "그런데 그녀가 죽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곤 "아니, 일반인이야. 그래, 수표 한 장 써주면 끝"이라고 말하며 또 웃어댔다. 이어 "1만 1000 달러지. 어쨌든 스물여섯 살이잖아"라고 나이를 잘못 얘기한 뒤 "그녀는 제 값 못 받아"라고 덧붙였다. 나이가 많아 목숨값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할 것이란 얘기인데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의 보디캠 동영상은 같은 해 9월 11일 언론에 공개돼 간단치 않은 파장을 낳았다. 현지 매체들과 영국 BBC, 온라인 매체들이 충격적인 그의 발언을 경악하며 보도했지만 시애틀 경찰서는 이렇다 할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사고 발생 1년 반, 충격적인 동영상이 공개된 지 10개월이 다 된 지난 17일, 시애틀 경찰서의 수 라르 서장 대행은 직원 이메일을 통해 오더러 경관의 발언은 "사악했고 웃음은 잔인하고 무자비했다"며 그를 해고했다고 밝혔다. 라르 대행은 오더러의 행동이 경찰서 전체와 경관 직무를 수치스럽게 했다면서 동료 평판도 좋았고 지역사회에 헌신한 점도 칸둘라 가족에 끼친 고통을 상쇄할 수는 없었다고 적었다고 BBC는 일간 시애틀 타임스를 인용해 19일 보도했다.
칸둘라는 1999년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주 쿠르눌 지구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교사인 싱글맘 아래 자라났다. 어머니는 한 달에 200 달러도 안되는 월급을 받아 생활하면서도 딸 교육에 지성을 쏟았다. 어머니는 딸이 공부를 잘해 해외에서 더 나은 생활을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칸둘라는 2021년 미국으로 건너와 이 대학에서 정보처리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꿈도 많았고 늘 밝고 건강한 미소를 짓는 여학생이었다. 인도 여성이 미국 대학에 유학해 꿈을 하나하나 이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극히 소수만 그런 기회를 누린다. 그런 꿈을 개척하던 여학생이 경찰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는데 경관이 이렇게 한심한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개탄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