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밀밭의 말
김언
네가 감자밭에서 한 말 아직도 기억나?
네가 호밀밭에서 한 말도 아직 기억나?
기억나지 않겠지. 한 적이 없으니까.
감자밭에도 호밀밭에도 간 적이 없으니까
무슨 말을 하더라도 그건 감자밭의 말이 아니지.
호밀밭의 말, 그건 상상도 해본 적이 없는데
그래도 기억나는지 모르겠어.
그래도 기억나는지?
네가 감자밭에서 들려주었던 말
네가 호밀밭을 나올 때까지 지껄였던 말
그 말이 지금도 생생해서
감자밭도 호밀밭도 다 갈아엎고
수수밭도 대추밭도 생각나는 대로 다 엎어버리고
너에게 갔지. 너는 어디 있었니?
내가 그 말을 듣는 동안
내가 그 말을 듣고 밭이란 밭을
다 갈아엎을 생각을 하는 동안
너는 계속해서 말했지.
안 들린다고, 안 보인다고, 안 있을 것처럼
거기서도 말했지.
거기서도 들었지.
네가 호밀밭에서 했던 말
네가 감자밭에서 하고 싶었던 말
기억나?
기억나?
---애지 여름호에서
김언
* 약력 : 1998년 시와사상 등단. 시집 숨쉬는 무덤 거인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한 문장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 백지에게, 시론집 시는 이별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평론집 폭력과 매력의 글쓰기를 넘어, 산문집 누구나 가슴에 문장이 있다 오래된 책 읽기 사유노트 없을 때까지 있는 단어 등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