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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화경 제3장 비유품(譬喩品) 석존께서는 지금까지 이론적이며 철학적인 설교방법을 바꾸어 많은 비유를 들어 일반 대중에 알기 쉽도록 여기부터서는 부드럽게 설법을 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지금까지 ‘방편품’의 설법을 듣고 있던 사리불(舍利弗)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뛸 듯이 기뻐하며 부처님의 얼굴을 우러러 보며 “부처님 정말로 감사합니다. 무엇으로도 이 기쁨을 다 말할 수 없습니다.”라고 하며 예배를 드렸습니다. 왜 이토록 사리불이 감격해 했는가 하면, 그것은 ‘자기도 부처가 될 수 있다.’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까지 자기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성문으로서 보살보다 단계가 낮은 수행자이기 때문에, 보살과 자기 사이에 확연히 하나의 선을 그어 생각하고 있었으며, 더구나 부처님이라면 자기와는 아주 동떨어진 존재라고 생각하여 애당초 부처님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아예 갖지도 안았으면서도, “저 보살들은 성불수기를 받는데 어째서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에게 소승법으로 제도하려 하시는가.”하고 슬퍼하였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저의 잘못된 생각 이였습니다. ‘방편품’의 이 설법에서 ‘다른 법은 없고 오직 일불승만 있을 뿐이다(無有餘乘 唯一佛乘)’ 즉 ‘불도에는 둘이나 셋은 없고 오직 하나의 부처님이 되는 길 밖에 없다’라고 설하시며, ‘모든 보살을 교화할 뿐이며 성문의 제자는 없다(敎化諸菩薩 無聲聞弟子)’라고 하는 대승의 가르침을 말씀하실 때까지 기다렸다면, 일불승으로 제도되어 해탈하였을 것을 저희들은 부처님께서 방편으로 근기 따라 말씀하신 줄 알지 못하고 조급하게 생각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상대에 따라서나 경우에 따라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설하시는 그 방편을 방편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처음 불법을 듣고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다른 보살들이 성불 수기를 받는 것을 보고는 ‘나는 안 된다, 보잘것없는 인간이다’ 하며 자신을 계속 책망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들은 오늘에야 부처님의 참된 아들이 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심을 듣고 귀의하였사오며, 부처님의 교화의 힘 가운데 다시 태어나 부처님의 법을 나누어 받게 되었음을 오늘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하며 다시 반복하여 게송으로 지금까지의 부질없었던 것을 참회하고 기뻐하며, 중생교화를 다짐하고 있습니다. 위에서 ‘모든 보살을 교화할 뿐이며 성문의 제자는 없다(敎化諸菩薩 無聲聞弟子)’라고 하신 말씀은 ‘나의 제자는 모두가 보살이며 성문의 제자라고는 없다.’ 라는 뜻이며, 부처님께서 ‘마음에 환희심을 내어 마땅히 자신이 부처가 될 줄을 알아라.’(心生大歡喜 自知當作佛)’ 라고 하신 말씀을 상기하시기 바랍니다. 즉 사리불이 생각하기를 자기는 한낱 성문이라고 하는 고교생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고교가 바로 보살대학의 예과(豫科)였음을 알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 위에 보살대학은 부처가 되는 대학이므로 그곳에서 수행을 쌓기만 하면 필연적으로 부처가 된다는 것을 마음속에서 확실하게 알게 되어 기뻐할 수밖에 없습니다. 즉 ‘십여시(十如是)’의 가르침에 의해서 자기가 누구인가를 알게 된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부처님과 자기와의 사이에 하나의 획을 긋고 자기와 부처님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알고 있었으나, 알고 보니 자기와 부처님 사이에는 그러한 차별은 없고 내용면에서는 동격임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선어(禪語)에 ‘견성(見性)하면 성불(成佛)한다.’고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자기의 성품을 알면 성불한다는 말이니 자기에게도 불성(佛性) 즉 여래장(如來藏)이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면 적어도 자기가 부처님의 아들(佛子) 즉 보살임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사리불은 부처님께 감사의 예를 드림과 동시에 지금까지 자기의 미흡한 점에 대해 솔직하게 참회하였으며, 부처님께서는 사리불의 이 같은 깨달음이 올바른 것임을 인정하시고서 ‘그대는 기필코 부처님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當得作佛)’라고 하는 기별(記別)을 주셨습니다. 이것이 석존께서 성문 제자에게 주신 최초의 ‘수기(授記)’입니다. 그리고 이로부터 높은 제자들이 차례로 수기되고 결국에 가서는 모든 제자들이 수기됩니다. 그래서 ‘<법화경>은 수기경(授記經)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즉 ‘모든 사람은 부처님이 될 수 있다’고 하는 보증이 주어지는 경전이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법화경>의 가장 큰 특색입니다. 감사의 예와 참회를 올린 사리불이 이번에는 “저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성취하고 이 최고의 가르침을 설하여 많은 사람들을 교화하겠습니다.” 하며 부처님 앞에서 맹세한 후 “이렇게 하여 저는 눈을 뜨게 되었지만, 다른 많은 사람들은 너무나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깊고 높아서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그 사람들도 이 경지를 알도록 하여 주십시오.” 라고 간청을 드립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비유를 들어 설하십니다. “어느 나라에 큰 장자가 있었다. 그의 집은 무척 넓고 컸으나 문은 오직 하나밖에 없었으며 집은 황폐해 있었다. 그런대 갑자기 그 집에 불이 났다. 불이 차츰 크게 번져 갔다. 집안에서는 장자의 아들들이 놀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장자가 되돌아가 보니 아이들은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곧 불길에 휩싸이게 되었는데도 그 사실조차 알지 못해 도망치려고 하지도 않았다. 장자는 이것을 본 순간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큰 힘을 지녔으니 큰 상자 같은 것에 아이들을 담아 밖으로 내어가야겠다.’ 그러나 다시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아니다. 그러다가 만일 그중에서 굴러 떨어지는 아이가 있으면 그 아이는 불에 타 죽을 것이니, 역시 불이 무섭다는 것을 알려 스스로 뛰쳐나오게 하는 것이 제일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한 장자는 큰소리 “그대로 있으면 틀림없이 불에 타 죽고야 만다.”고 가르쳐 주었지만, 아이들은 아버지를 흘끔흘끔 쳐다만 볼 뿐, 들은 체도 하지 않고 그저 놀이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그러자 그때 장자는 문득 아이들이 항상 수레를 가지고 싶어 했던 것을 생각하고는 “너희들이 갖고 싶어 하던 양이 끄는 수레와 사습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가 집 밖에 있다. 모두 빨리 나와서 원하는 것을 갖도록 해라”고 소리쳤다. 이 말을 들은 아이들은 자기가 원하던 수레를 가지려고 앞을 다투어 문 밖으로 뛰쳐나왔다. 아버지인 장자는 아이들이 모두 무사히 탈출하였음을 알고 그때서야 겨우 안심하였다. 밖으로 나온 아이들은 아버지를 보자 저마다 자기가 원하던 수레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때 아버지인 장자는 아이들이 원하던 그러한 보통 수레가 아닌, 흰 소가 끄는 커다란 수레(大白牛車)를 똑같이 나누어 주었다. 그 수레는 진기(珍奇)하고 값진 보배로 아름답게 꾸며진 훌륭한 수레였던 것이다.” 라며 부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셨습니다. 이 비유의 이야기 속에 담겨져 있는 참뜻은 이미 다 잘 알고 있겠지만, 만일을 위해 간단하게 다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즉 여기서 장자란, 말할 필요도 없이 부처님이십니다. 그리고 아이들이란, 바로 우리들 중생, 즉 미혹한 우리들을 가리킵니다. 황폐한 집이란, 현실적인 인간 사회이며, 불(火)이란 번뇌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인생고(人生苦)란 번뇌가 원인이 되어 물질, 육체 등에 집착함으로써 정신의 자유자재를 잃기 때문에 괴로운 것입니다. 그로 인해 번뇌의 불길에 휩싸여서 그대로 불타고 있는 줄 알지 못한 채, 그저 하루하루의 생활에 마음을 빼앗기면서 살아가고 있을 따름입니다. 이러한 인간들은 구제하기 위하여 석가모니세존께서는 갖가지 가르침을 설하여 오셨습니다. 인간들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기 때문에 구제(救濟) 받는 길을 찾는데 있어서도, 훌륭한 가르침을 일심으로 듣고 마음의 미망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성문형(聲聞型)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혼자서 명상하고 사색하여 스스로 길을 열고자 하는 연각형(緣覺型)의 사람 있으며, 또 무상의 깨달음을 얻고자 함과 동시에 대중의 구제 활동에 몸 바치겠다는 보살형(菩薩型)의 사람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부처님의 가르침 속에 자기가 원하는 바와 꼭 맞는 것이 있으면 자기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가르침에 이끌려 갑니다. 아이들이 제각기 원하는 수레를 얻고자 스스로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하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다음시간에는 위의 비유에 대하여 좀더 깊이 있는 참뜻을 참구하기로 하고 이만 줄이겠습니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