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핸드백, 우리가 제일 많이 만들었다
시몬느
“루이뷔통, 마이클코어스, 마크제이콥스, 도나카란뉴욕(DKNY), 버버리, 겐조, 코치, 지방시, 폴로….”
이름만 들으면 누구라도 아는 해외 명품 핸드백 브랜드다. 이들 명품 핸드백을 만드는 기업이 한국에 있다. 시몬느다.시몬느의 명품 핸드백 제조시장 점유율은 당연히 세계 1위다. 전 세계 명품 핸드백 제조시장의 10%, 미국 시장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1987년 설립 첫해 400만 달러를 수출한 시몬느는 현재 10억 달러를 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 본사 외에 중국·인도네시아·베트남에 5개의 생산 법인을 두고 있으며, 현지 직원 2만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설립 첫해 400만 달러, 2015년 10억 달러
박은관 시몬느 회장은 핸드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청산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첫 출장지였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장인정신과 예술이 깃든 이탈리아의 패션문화에 매료됐다.
아버지 사업을 돕기 전 3년만 다니겠다던 그는 7년간 근무했다. 이 때 기회가 찾아왔다. 박 창업자의 성실함과 능력을 눈여겨봤던 해외 거래처 중 한 곳에서 생산물량을 줄 테니, 직접 회사를 차려보라고 제안한 것이었다. 1987년 자본금 1억원으로 시몬느를 창업했다. 당시 국내 봉제 산업은 사양 산업으로 꼽혔지만 시몬느는 처음부터 고급화와 차별화를 꾀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이에 박 회장은 처음부터 세계 1등 브랜드를 거래처로 잡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가장 큰 화제를 일으키며 급성장하던 DKNY를 타깃으로 잡았다. 그러나 논의를 시도할 담당자조차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열 번, 스무 번 연락한 끝에 박 회장은 아예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생산량의 1%만 달라”
미국 뉴욕에 있는 최고급 백화점에서 DKNY 가방 6개를 구입해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개발실 장인들과 똑같은 제품을 만든 후, DKNY 마케팅 담당자를 찾아가 바로 가방을 내밀었다. 꼼꼼히 살펴본 담당자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박 회장은 담당자에게 “우리는 이 가방을 유럽보다 30~40% 저렴한 가격에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담당자는 품질이나 거래조건 모두 마음에 들어 했지만, 상부 보고 후 돌아온 대답은 ‘없었던 일로 하자’였다. ‘메이드 인 이탈리아(Made in Italy)’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답변은 아니지만, 막상 그런 얘기를 들으니 박 회장은 억울했다. 그냥 물러설 수 없었다. 며칠 후 박 회장은 다시 담당자를 찾아갔다. “앞으로 핸드백 제조시장은 변한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앞으로는 아시아에서 제조기반을 가져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은 명품 핸드백 제조와 거리가 먼 나라다. 하지만 볼로냐나 플로렌스의 120년 된 공방도 처음 시작한 누군가는 우리처럼 맨땅에서 일군 것 아닌가? 우리도 안 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전체 생산량의 1%만 달라는 그의 제안에 DKNY는 반신반의하며 이를 받아들였다. 120개 핸드백 물량을 받아 귀국했다.
6개월 후, DKNY 디자이너가 시몬느를 방문했다. 그는 하청업체가 제품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하는 제조업자개발생산(ODM)을 시몬느에 제안했다. 1988년 4월이었다. 아시아시장에서 럭셔리 핸드백을 개발하고 제조한 첫 회사가 된 순간이었다. DKNY 이후 시몬느는 랄프로렌, 마이클코어스, 마크제이콥스, 케이트스페이드 같은 패션 디자이너 브랜드를 거래처로 삼을 수 있었다.
명품시장은 품질과 디자인만큼이나, 생산지(원산지)가 어디냐가 중요하다. 세계시장에서는 최고급 제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찍히면 안 된다고 말했고, 박 회장은 이제는 아시아 제조기반을 갖춰야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며 맞선 끝에 멋지게 승리했다. 시몬느는 지난 29년 동안 매출은 2만5000배 늘었고 최근 3년간(2012~2014년) 연평균 26%씩 성장했다. 시몬느의 성장 비결은 눈에 보이지 않는 18만개 핸드백 스타일을 만들면서 터득한 기술과 제조방법의 혁신이다.
29년 동안 매출 2만5000배 늘어나
시몬느의 국내 직원은 350명이다. 이중 20년 이상 경력자가 70명, 10년 이상 된 직원은 180명이다. 시몬느는 핸드백 제조업체가 소프트웨어 판매업체라고 여긴다. 패션업종은 경험, 감각, 끼가 중요하다. 직원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려 신명나게 일한 것이 명품 브랜드가 만족하는 창의적인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시몬느를 풀서비스컴퍼니(Full Service Company)라 부른다. 보통 ODM 공장은 제조 설비와 제품 생산, 품질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이에 시몬느는 소재 소싱, 디자인 개발, 브랜드 컨셉까지 잡아준다. DKNY와 28년, 마크제이콥스는 18년, 마이클코어스는 14년 동안 파트너로 일하고 있다. 유명 브랜드는 자기들 브랜드 정체성, 판타지 스토리를 갖고 있고 시몬느는 플랫폼 역할을 해준다. 포지셔닝 개발, 가격대, 컨셉 등을 시몬느가 제공한다.
시몬느는 이러한 장기간 유대관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핸드백 제조로 1위를 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2015년 시몬느는 오랜 기다림 끝에 자체 브랜드 ‘0914’를 론칭했다. 시몬느는 ‘0914’를 그동안 거래관계를 유지했던 글로벌 명품 브랜드보다 한 차원 위의 가치를 인정받는 브랜드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10년, 20년을 내다보고 전 세계 최고의 인사들이 갖고 싶어 하는 핸드백 브랜드로 키워나가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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